균형발전

땅부자, 강부자를 위한 수도권 규제완화, 서민과 지방민은 고사위기

송재봉 2009. 2. 9. 17:42

무책임한 수도권 규제완화는 국가적인 재앙

  송재봉(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명박 정부는 왜 수도권 규제완화에 몰두하나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경쟁원리, 규제철폐 논리를 앞세워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원칙을 폐기하고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전면화 하고 있다. 2008년 10월 이후 수도권 규제를 통해 꾸준한 증가 추가 추세를 보이던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이 중단되기 시작했으며, 지방기업의 수도권 회귀현상 까지 나타나는 등 반지방정책의 효과가 본격화 되었다. 지방의 산업과 교육은 황폐화되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여기에는 두 가지의 중요한 이유가 존재한다. 하나는 강부자 정권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효과는 서울, 경기 인천지역으로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다. 이처럼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 되면 될수록 이득을 보는 세력은 산업의 집적과 집중의 효과가 나타나는 대재벌집단, 부동산업자, 사학재단 등 수도권에 강고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집단이다. 따라서 이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이명박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수도권의 과밀과 확산으로 인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로 수도권 주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부인 것처럼 포장하며 정치적인 실리를 추구하려 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충청권의 전면적인 반발을 가져오고 이것이 충청권에서 정부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행하는 것은 수도권과 충청권의 갈등을 조장하여 수도권 주민의 대변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득실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규제완화와 뉴타운 개발공약의 효과를 통해 입증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과 지방정책이 국가의 장기 비전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정파적 이해에 좌우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 악화와 국가 자원의 낭비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수도권 주민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으며 오히려 수도권 서민의 삶을 어렵게 한다는 사실이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집중과 과밀화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 전세 값 인상, 원주민과 세입자를 고려하지 않는 뉴타운 개발 열풍으로 연결되어 서민의 주거안정과 삶의 질 개선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환경, 교통, 주거, 인구 등이 있는데 이러한 제 지표들에서 우리나라의 수도권은 대도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의 경우보다 훨씬 심각하다. 우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면적은 타 도시들의 1/2-1/4에 불과하다. 공해의 대표로 인용되며 폐암 및 조기사망의 원인이 되는 비산먼지는 다른 대도시보다 2-3배나 심하다. 차량밀도는 동경 2.3만대/㎢, 런던1.0만대/㎢ 뉴욕 0.9만대/㎢인데 비해 서울이 3.4만대/㎢로 가장 높다.

서울의 주거 밀도는 세계적 대도시 중 가장 높아 이러한 세계적 대도시들 중에서도 서울의 국민소득 대비 주택 값이 유독 비싼 이유를 제공해 주고 있다. 서울주민의 상당수가 무주택자이고 높은 주거비용으로 고통 받고 있다. (2008. 수도권 규제완화가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과 수도권 관리방안, 한림대학교 경영학과 변용환 교수 발제문에서 인용)

  <표 1> 삶의 질 지표 국제 대도시간 비교

삶의 질 지표

도시(권)

환경

1인당

공원면적(㎡)

베를린

(24.5)

런던

(25.7)

뉴욕

(14.1)

파리

(10)

한국수도권

(5.9)

비산먼지(μg/㎥)

동경권

(33)

런던권

(37)

뉴욕권

(21)

파리권

(22)

수도권

(70)

교통

차량밀도(대/㎢)

동경

(2.4만)

런던

(1.0만)

뉴욕

(0.9만)

싱가폴

(2.7만)

서울

(3.4만)

주거

주거밀도(명/㎢)

동경

(2.3만)

런던

(0.8만)

뉴욕

(1.2만)

싱가폴

(1.2만)

서울

(3.1만)

1인당 주거면적

(평)

일본

(10평)

영국

(13평)

미국

(18평)

독일

(13평)

수도권

(6.6평)

인구

인구밀도(명/㎢)

동경

(0.6만)

런던

(0.5만)

뉴욕

(1.0만)

싱가폴

(0.6만)

서울

(1.7만)

1인당 GRDP

(달러)

동경권

(4.0만)

런던권

(2.8만)

뉴욕권

(4.7만)

파리권

(4.6만)

수도권

(1.5만)

자료: 수도권발전대책 연구 보고서('05.12) 류종현(2008)에서 재인용

  또 수도권 규제완화는 국가 재정과 SOC 투자의 비효율을 증가시킬 것이다. 수도권에 인구가 계속 집중되면 각종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게 되어 수도권 인구집중이 완화되었더라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출하지 않아도 될 사회 인프라 확충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전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1998-2007사이 10년간 SOC투자비율은 전국대비 67%에 달한다고 한다.(2008, 충북개발연구원 원광희). 이처럼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인한 교통 혼잡해소를 위해 엄청난 국가적 재원낭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경제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키고 있다. 심각한 수도권 대기오염을 선진국 대도시 수준 정도로 낮추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환경부는 2005년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2001년도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조 6천 억 원이 소요되었으나 2014년 목표 연도까지는 사회적 비용을 5조 7천 억 원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위해 2014년까지 총 7조 3천억 원의 투자를 시작했다. 재원은 현재 교통세 중 일부를 2007년부터 대기환경 사업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위해 환경세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수도권으로 인구와 산업의 집중은 수도권의 교통, 대기, 수질 환경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비용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낭비하게 되어 전체 국민의 건강, 복지, 주거, 문화에 투자해야할 비용까지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2009년 현재에도 수도권의 과밀집중과 지방공동화 현상은 동시진행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전대미문의 세계경제 위기를 맞아 수도권에 비해 취약한 지방경제의 어려움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1일 ‘2008년 체감경기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악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생활경제고통지수가 11.8로 1998년 20.2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생활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높았던 곳은 광주(13.0) 울산·대전·충남(각 12.6)·강원(12.4)․충북(12.3) 순이었다. 서울(12.1)은 9위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 수도권은 다른 국가에서는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국가의 운명과 관련된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수도권 발전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면 대한민국은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 국가를 책임지는 주체는 중앙정부이지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다. 이를 감안할 때 규제의 강도 여부에 관계없이 수도권은 국가에 의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지역이다.

  지방 자립기반 몰락과 풀뿌리 민주주의 후퇴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지방의 반발이 거세지자 2차에 걸친 지역발전 정책을 발표하였지만 그 내용을 보면 지역균형정책은 부재하고, 토건(土建)중심의 강과 하천을 파괴정책만 나열하고 있다. 지방정책이 지역주민의 교육, 복지, 환경, 문화적 삶의 질 개선과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자립적인 지역산업 기반 구축에 두지 않고 묻지 마 식 재개발․재건축사업, 환경파괴적인 도로와 항만, 하천 정비 등 토건사업에 치중하면서 지역사회를 자연 파괴적인 개발주의에 몰두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감세정책과 수도권 규제완화로 취약해진 지역경제 여건은 필수적인 환경과 안전에 대한 규제완화와 세재지원 등 기업의 요구가 지방정부 정책결정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제 지역사회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돈 되는 사업이면 무엇이든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것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저임노동과 비정규직 양산 등 노동 기본권을 침해하며, 대기와 수질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요식업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체인점 유치까지 경제 살리기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으로 둔갑한다. 문제는 이상의 사업이 주민의 동의절차와 개발의 성과에 대한 평가 없이 진행되면서 지방정책 결정의 민주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정책결정과정의 주민참여, 투명성, 민주성의 가치가 배제되고 부차화 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경제의 위기 앞에 경제 살리기 구호만 요란하고 중요한 주민의 참여와 결정에 관한 권리가 유보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방정부는 기업지원예산과 토건사업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면서 제한된 지방자치단체 재정여건 상 복지와 교육투자를 희생시킬 것이란 우려가 아동 공부방 예산 감축 등으로 현실화 되고 있다.

여기에 더 해 대형 유통재벌의 슈퍼마켓(SSM) 진출은 지역 중소상인의 몰락을 가속화 시키고, 대형화된 전국 체인점의 지방시장 잠식(학원, 식당, 편의점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축산업을 포함 농촌경제의 몰락에 따른 지방의 서민경제는 그야말로 고사위기에 차하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복원과 상생 협력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 주민과 지방 주민의 이익과 무관하다. 또 서로 대립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수도권 집중 정책은 장기적으로 보면 지방의 자립기반이 완전히 붕괴되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갈등과 국론분열의 출발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또 수도권 규제완화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소수 수도권 기득권층인데 비해 수도권 서민들은 과도한 주거비, 교통혼잡비, 교육비에 고통 받아야 하고, 지방의 서민은 2등 국민이란 자괴감과 함께 인구와 산업의 공동화로 인한 삶의 기반 붕괴로 생존의 고통에 직면해야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완화가 마치 수도권 주민에게 이익이 될 것처럼 본질을 호도하며 수도권 주민과 지방민이 대립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서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완화의 본질을 올바로 인식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서로 협력하여 국가 균형발전과 지속가능한 개발 지표 형서,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를 통해 전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상생의 대안들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