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봉의 청원 감성 동행

길위의 재봉이 11 - 박홍용 충북중증장애인복지협회 회장

송재봉 2023. 5. 29. 12:21

장애인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박홍용 충북중증장애인복지협회 회장

 

충북중증장애인복지협회는 장애인 스스로 먼저 인식을 변화하는 장애인 중심의 복지를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적극 동참하고 우선구매제도를 통해 중증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지원 및 자립생활의 기회를 확대하여 생존권과 기본권을 실현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더불어 함께하는 따뜻한 사회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청주시에만 2500명의 장애인이 도움과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 지역에서 일찍부터 장애인의 자립과 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온 박홍용 충북 중증장애인복지협회장님을 만나, 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자립을 추구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송재봉 : 오늘은 충북중증장애인복지협회 박홍용 회장님이 일하시는 협회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오늘 두 번째 방문인데 한결 가까워진 느낌으로 편안하게 찾아왔습니다. 회장님 그동안 건강히 잘 지내셨죠?

박홍용 회장 : 네 반갑습니다.

▪송재봉 : 회장님 ‘저는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정치를 해도 현장에서 답을 찾는 그런 생활 정치인이 되어야겠다는 게 저의 소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늘도 회장님께서 하시고 계신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나 장애인 자활사업에 대해 직접 보고 듣고 싶어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인터뷰로 제가 좀 더 배우고 공부할 수 있도록 귀한 시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회장님께서 여기에서 하고 계신 일 또는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요?

박홍용 회장 : , 크게 두가지인데요. 장애인케어사업과 장애인자활사업 이렇게 두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송재봉 : 장애인 자활사업이라면 어떤 것일 까요?

박홍용 회장 : 장애인들의 자력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인데요. 농산물 가공이나 청주에서는 보기 힘든 보행용 바닥 신호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송재봉 :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회장님, 장애인 케어는 또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지원하게 되나요?

박홍용 회장 : 장애인에게서 도움요청이 들어오면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과 활동보조사를 연결해주는 거지요. 쉽게 말씀드리면 병원에서 활동하시는 간병인과 비슷합니다. 다만 간병인은 환자를 보살피고 처치하는 방법들이 주로 병원에서 이루어진다면 장애인활동보조사는 주로 가정에서 도움서비스가 이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장애인 가구나 장애인을 직접 방문해서 사회활동에 필요한 사회 지원 서비스도 해주고 꼭 필요한 학교나 기타 시설을 이용할 때 동행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송재봉 : 네 직접 방문하여 서비스를 지원 하시는 분들을 활동지원사라고 부르는 거지요? 그렇다면 평소 이 분들을 어떻게 모집하고 발굴하고 계시나요?

박홍용 회장 : 지역 광고신문인 교차로나 온라인을 통해 모집하고 있습니다.

▪송재봉 : 활동보조사로 일하려면 필요한 교육이나 자격증이 있는 건가요?

박홍용 회장 : 네, 5일간 교육도 받고요. 이틀간 실습을 해야 해요. 그래야 자격이 갖추어지고 활동할 수 있어요.

▪송재봉 : 청주시만 우선 여쭤보자면, 청주시에 이런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들이 몇 분 정도 계신가요?

박홍용 회장 : 2,500분 정도 됨니다

▪송재봉 : 2,500분 정도시라면 이 분들을 한 곳에서 모두 도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 박홍용 회장 : 현재 청주시에서만 7개 기관에서 나누어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장애인 케어사업과 장애인 재활사업

두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송재봉 : 충북중증장애인복지협회에서는 몇 분 정도나 케어를 하고 있는거지요?

박홍용 회장 : 네, 현재 160분 정도 장애인 케어 서비스를 도와드리고 있고요. 활동지원사가 180여분 정도 계십니다.

▪송재봉 : 생각보다 훨씬 큰 조직이네요. 이런 인원을 관리하고 적절하게 서비스를 연결해주시려면 하실 일도 많겠습니다. 또 여기서는 농산물 가공사업도 하시고 계시잖아요? 그 일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박홍용 회장 : 네, 농산물 가공에는 고춧가루 가공사업, 참기름, 들기름 등의 식물성 유지 생산과 앞서 말씀드린 보행용 바닥 신호등 제작, 이 세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송재봉 : 충북중증장애인복지협회에서 직접 생산을 하고 계시다면 필요한 농지가 있으신지요? 없으시다면 원물 농산물은 어떻게 구하고 계시고 가장 중요한 판매처는 주로 어디인가요?

박홍용 회장 : 농지는 없고요. 그래서 참깨, 들깨, 고추는 구매해서 가공 판매하고 있습니다. 납품은 조달과 수의계약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중증장애인 생산 우선 구매품 지정을 받아서 개인구매자는 거의 없고요. 학교 등 공공기관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행용 바닥 신호등은 저희들이 만들지만 시공은 전기공사 면허가 있는 업체에서 대행을 해주고 있습니다.

▪송재봉 :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장애인들이신가요? 몇 분이나 되시나요?

▶ 박홍용 회장 : 현재 모두 장애인들이고, 16분이 일하고 계시죠.

▪송재봉 : 모두 장애인들이라면 (장애인)일자리를 많이 만드신 거잖아요. 다른 곳은 최저임금도 맞춰드리기 어렵다고 하시는데, 이 곳의 사정은 어떤가요? 회장님께서 느끼시는 경영상 어려움은 또 어떤 것이 있으신지요?

박홍용 회장 : 저희는 다행히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장애인협회라고 하면 대부분 여러 부처의 보조금이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하고 생활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오히려 저희는 그런 생각들이 바뀌기를 바라고 있지요.

장애인협회가 보조금이나 지원을 받아서 생활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그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송재봉 : 혹시 금융과 관련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왜냐하면 어디나 금융 문제가 제일 숙제이잖아요. 운전 자금 등 필요한 자금에 대해 어떻게 지원을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오신 게 있으실까요?

박홍용 회장 대부분 장애인협회들이 신용도가 낮다 보니, 대출 등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 부분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들어나요. 저신용 장애인협회에도 (금융 혜택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을 조금 넓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송재봉 : 그리고 회장님 개인에 대한 질문도 드려 보겠습니다. 회장님의 현재 장애가 원래 선천적장애가 아니신 걸로 아는데, 과거에는 어떤 일을 하셨고 장애는 언제부터 있으셨는지요?

박홍용 회장 : 저는 청주에서 운수회사 영업과장으로 일했었고요. 보험설계사 일도 했었습니다. 코로나 직전에는 전세버스회사도 했었습니다. 제가 의학잡지에 실릴 정도의 휘귀 질환으로 휠체어 생활한 지는 6년째이지만 훨씬 전인 10년 전부터 몸이 안 좋아졌어요.

▪송재봉 : 몸이 불편해지시기 전까지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사업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엔 좌절감 때문에 힘 드셨을 텐데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신건가요?

▶ 박홍용 회장 : 네 저도 1년 정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했었지요. 장애를 받아드린 후에 형의 권유로 장애인협회를 만들고, 사단법인 인가를 받게 되었지요. 제가 처음에는 제가 가진 자원을 무조건 퍼주기식으로 장애인들에게 지원하다보니 집 한 채 정도의 사채를 썼지요. 그러다가 이렇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껴 장애인 일자리 만들기를 통해 협회와 장애인 모두가 윈윈하며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2019년 중증장애인 생산 활동과 장애인 지원 사업을 하게 된 동기죠.

▪송재봉 : 회장님께서도 초기에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신 거네요?

박홍용 회장 : 그때는 보통 장애인협회나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어렵다 보니 회비나 정부기관 등 외부에서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게 일반적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지원을 신청해 봤는데 지원 과정이 스무고개처럼 어려웠고요. 결국 그것이 지금의 자활사업을 하게 된 계기이지요. 현재는 도에서 장애인 지원 예산 사용 여부를 먼저 묻기도 하지만, 지원금을 받을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송재봉 : 회장님께서는 앞으로도 자립적으로 운영되는 장애인협회로 계속 해나가시겠다는 말씀이지만 활동 보조사를 파견하는 예산은 국가에서 지원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공공과 민간의 상호 협력도 필요하실텐데, 보조받는 사업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소통에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예를 들면 담당 공무원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은 없으신 지 여쭤보겠습니다. 그리고 도와 시에 참여하고 계신 위원회가 있으신가요?

박홍용 회장 : 네, 공무원과의 관계는 지원금을 받지 않는 것 외에는 도움을 주고 받으며 원만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제가 참여하고 있는 위원회가 몇 개 있는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활동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내용 검증 등 제 경험에서 나온 정책 제안들도 하고 있습니다. 기부예산위원, 방송사시청자위원 등도 맡고 있지요.

▪송재봉 : 회장님께서는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시네요. 여러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박홍용 회장 : 많지요. 공무원들은 예산 문제 등을 혼자 결정하는 조직이 아니다보니, 가끔은 무사안일적으로 새로운 정책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정보쪽 회의에 가면, 이런 말씀을 많이 드리죠.

   국고보조금 사업을 없애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것도요. 지방으로 내려오는 보조금의 70%는 줄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나 시에서 지원 사업을 하고 싶어도, 국비는 남는데 지방비가 없다보니 새로운 사업을 이뤄내기 힘들어지는 거죠.

▪송재봉 : 말씀하신대로 국고보조사업은 당연히 지방비와 매칭을 해야 되니까 재정적 여력이 없는 자치단체는 스스로 사업할 예산이 없는 거지요. 국고보조사업은 비중이 계속 늘어 나는데 말이죠. 회장님께서 굉장히 중요한 지적을 해 주고 계시네요.

박홍용 회장 : 네, 지방 자립도가 낮은 곳은 국가 보조금은 남는데 지방비가 없다 보니 새로운 사업을 할 수가 없다는 얘기거든요.

▪송재봉 : 맞습니다. 회장님. 지역 주민이 요구하는 사업들이 예산 부족 문제로 인해 못하게 되면서 지방자치가 자리잡기 어렵게 되는 원인으로 지적받는 경우를 여러 번 들어왔습니다. 사회 양극화가 계속 심화되고 고령화 시대는 이미 접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돌봐야 할 장애인의 숫자도 계속 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들에 걸맞는 복지서비스나 제도가 계속 확충되어야 할 텐데 회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부족하다고 느끼신 점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박홍용 회장 : 장애인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일을 안 하게 되는 건 정책 때문이거든요. 예를 들어 50만 원의 근로 소득이 발생하면, 50만 원의 수급비가 삭감되니 일을 안 하는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삭감 문제 뿐 아니라 수급자격 탈락도 문제이지요. 한 번 수급자에서 탈락되면, 다시 수급자로 지정받는 것이 아주 어려워져요. 이 부분을 수급자들이 겁내는데, 이것은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상으로 막고 있는 것이지요.

▪송재봉 : 사실 이 문제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닌 일반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자들 모두의 문제가 되잖아요? 저는 이 문제를 정부 당국자와 당사자들이 깊이 있게 논의해서 대안을 만들어 보는 장이 필요하단 생각이 드네요. 국가 정책은 어려운 분들을 당장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분들이 자립화해서 탈수급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게 고민할 지점이란 생각입니다.

박홍용 회장 : 맞습니다. 탈수급화해서 그 재원이 다른 수급자에게 지급되면 더 좋아지고 질도 나아질 수 있는데 안타깝죠. 일할 수 있는 분들도 일을 해도 실질적인 경제 이득이 없다보니, 일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송재봉 : 근로소득이 있다고 해서 바로 수급자 탈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일정한 소득이 되었을 떄, 수급비를 단계적으로 줄여가면서 탈수급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 200명 가까이 있는데, 인건비를 책임지셔야 하는 부담이 크시겠어요. 혹시 임금이 밀리거나 다른 일반 사업장보다 급여를 덜 주시는 건 아닌지 여쭤보겠습니다.

박홍용 회장 : 오히려 저희 사업장에서 급여를 더 많이 지급하고 있습니다. 제가 장애인이기도 하고 장애인 일터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더 잘지키고 있고요. 근로감독관 확인 하에 일반근로자와 똑같은 조건입니다.

장애인 분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입니다

수급비 삭감과 수급자 탈락에 대해서 많이 두려워하고 있어 일을 잘 안하려고 해요

 

▪송재봉 : 회장님 사회적인 질문 하나 드릴게요. 요즘 우리 정치를 현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박홍용 회장 사실 정치 이야기를 잘 못해요. 대선 때 이재명 대표의 모습에서 보기 거북한 부분이 있어서 다른 분을 찍었어요. 그런데 요즘 보면 '국익'을 강조하는데 좋아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한일 관계에서 일본에 대한 문제 해결법이나 미국의 도청문제 같은 것을 보면, 숨기는 것도 많은 듯해서 후회를 하고 있는 중이죠.

▪송재봉 : 정치가 시민의 직접적 삶과 관련해서 관심을 가지고 함께 상의하고 대안도 만들고 이런 노력을 해야 되는데 자기 정치만 하고 있다는 말씀이신 거네요. 저도 시민과 함께 하면서 답을 찾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또 회장님을 뵈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장애가 생기면 저라면 슬럼프가 무척 길었을 텐데 단기간에 극복하시고 더 새롭고 의미 있는 일터를 만들어 오신 것 같아서 존경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제게도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박홍용 회장 : 잘하고 계시니 특별히 없습니다.

▪송재봉 : 회장님 제가 주어진 순서 없이 여러 질문을 드렸는데 답변을 명쾌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긴시간 함께 해 주신것에도 감사드림니다.

박홍용 회장 :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