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문단, 도서관, 지자체, 의회, 교육청 동네서점 살리기  팔 걷어
송인서적 부도 뒤 위기의 동네서점들에 큰 힘

 

 

‘상생충북’ 송재봉 회장(왼쪽 넷째)과 황영호 청주시의장(왼쪽 다섯째) 등이 지난해 10월 동네서점살리기운동 협약을 한 뒤 청주 유신상사를 찾아 지역 작가들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충북엔지오센터 제공

 

 

동네서점에 가면 ‘이웃의 삶 이웃의 이야기’란 이름의 지역 작가 책 코너가 따로 있다. 서점 한 구석이 아니라 ‘베스트셀러’만 차지할 수 있다는 서점 중앙, 가장 눈이 잘 띄는 노른자위다. 손이 갈 수밖에 없다.

 

충북지역 문단, 시민단체, 작은도서관 등이 지난해 6월 발을 뗀 지역 출판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 ‘상생충북’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자치단체, 의회, 교육청 등이 힘을 더하면서 지역 출판의 활로가 열리고 있다. 더욱이 서울 송인서적 부도 여파가 지역 출판·서점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상생충북’이 지역 출판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주시는 24일 위기 속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시는 청주시립도서관, 상당도서관 등 권역별 도서관 12곳이 올해 책을 살 때 동네서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시는 올해 이들 도서관 12곳의 도서구매비로 21억원을 편성했다. 도서관은 청주지역 동네서점 17곳을 통해 책을 살 참이다. 또 시는 상·하반기에 10억원씩 추가경정예산 20억원을 더 편성해 책 구매를 늘릴 예정이다.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사서팀장은 “지금 청주의 인구 1인당 책 구비율은 1.13권이지만 올해 예산을 대폭 늘려 연말께 서울 등 광역시 수준(1.45권)을 넘어설 계획이다. 대부분 동네서점을 통해 구매할 예정이어서 동네서점이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생충북’은 지난해 10월 청주시의회, 11월 청주시, 12월 충북교육청과 잇따라 관련 협약을 맺었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청주 와이더블유시에이, 청주시사회복지협의회 등도 참여했다. 이들 기관이 책을 구매할 때 동네서점을 우선 이용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임준순 청주시 서점조합장은 “송인서적 부도로 지역 서점 11곳에서 1억5천만~2억원대 피해가 발생했으며,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등 동네서점의 위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상생충북 운동이 그나마 큰 힘”이라고 말했다.

 

‘상생충북’은 동네서점을 넘어 동네 출판과 지역 작가를 살리는 일도 함께 벌이고 있다. 지역 우수 작가들의 작품을 지역 출판사를 통해 출판한 뒤 동네서점을 통해 유통하겠다는 것이다. 도서출판 고두미가 지난해 11월 이재표 시인의 시집 <도플러 효과에 속다>를 출판한 데 이어 지금까지 3권을 출판했다.

이성우 도서출판 직지 대표는 “지역의 출판 상황은 가난한 작가가 ‘자비 출판’한 책을 지인 등에게 ‘자기 배포’하는 데 그쳤다. 지역 작가의 좋은 글을 지역 출판사가 책으로 만들고, 동네서점은 파는 건강한 구조가 필요하다. 그나마 ‘상생충북’이 조금씩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재봉 ‘상생충북’ 회장은 “안정적인 동네서점 이용을 위해 충북도·도의회 등 공공기관과 지역 기업 등과도 동네서점 살리기 협약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 충북문화재단의 지역 작가 도서 출판지원 사업을 지역 출판사와 연계하게 하는 등 동네서점과 지역 작가, 출판사가 상생하는 운동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