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과 자치/자치행정

6.2 지방선거 평가와 지방자치 개혁 방향

송재봉 2010. 7. 22. 11:45

2010년 지방선거 평가 및

시민사회의 지방자치 개혁 방향

 

송재봉(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1. 시작하며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20여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정치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또 지방선거는 있어도 지방정치는 없다는 냉소적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지역의 자치단체장은 인사, 재정, 조직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견제없는 지방정부 운영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의회의 정책역량과 견제기능은 발휘되지 않고 있다. 반변 중앙정부와 정치권과의 관계에서 보면 여전히 행정대리인으로서의 소극적 역할에 머물러 있고, 지방의원은 집행부에 대한 수동적 거수기 역할에 안주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사회는 나약하고 주민들은 관조적이며, 정치 불신의 강도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지방자치와 지역정치가 위기를 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러진 지난 6.2 지방선거 민심은 정권에 대한 불신과 경고의 의미와 함께, 지방자치에 대한 경고와 기대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지방자치의 존립근거라 할 수 있는 지방의회 무용론이 확대 재생산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지방의회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표출하였으며, 광역시 자치구의 기초의회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발표되어도 반대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지방의회의 존재의미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행정(업무)분산, 권한이양, 서비스 개선 정도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민주화는 국가권력의 분산(3권 분립, 중앙권력 지방이양), 시민의 정치참여에 의한 권력 구성, 권력 감시, 정책결정과정의 참여 등을 포괄하는 과정이라고 할 때, 지역민주주의는 지방자치의 강화와 직접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참여의 확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6.2 지방선거의 의미와 한계를 집어보고 민선 5기 지방자치 혁신을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2. 6.2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와 의미

 1) 6.2 지방선거 결과

 ① 주요 쟁점과 선거구도

- 6.2 지방선거는 MB 정권심판론과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북풍 논란에서 국민들은 정권 심판론을 선택하였다. 특히 MB정권이 독선적 국정운영의 상징처럼 되어 있던 4대상과 세종시 등 정책이슈가 실제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선거결과 세종시 수정 중단과 4대강에 대한 추진 동력의 양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가 민선 4기 지방자치 실패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담겨있다는 것이다. 일당지배 상황에서 벌어진 지방자치의 퇴행적 행태에 대한 평가와 반성의 의미가 결과적으로는 영호남 지역에서까지 일당독재구도의 완화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

 - 선거 구도와 관련해서는 MB정권심판을 위한 연합/연대논의, 후보단일화논의가 선거과정에서 주된 관심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연대/연합이 이루어진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완패했다. 인천, 경남, 강원, 고양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집권 2년 동안 보여준 MB정권의 독선과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6.2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에 대한 견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그로 인한 반사이익이 민주당에 집중되었다. 이는 향후 민주당이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고 이는 7.28 재보선 공천을 통해 일부 확인되고 있다. 야권연대와 선거연합 논의가 사라지고, 공천과정도 불투명하였으며, 개혁성은 실종되었다.

- 한편 이번 지방선거 또한 중앙정치 구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지역, 인물, 생활정치 이슈’는 실종된 선거였다. 선거과정에서 지역의 정책의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4대강, 친환경 무상급식, 세종시 수정 같은 전국과 지역을 연결하는 정책이슈가 선거 쟁점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지역차원의 구체적인 생활의제들에 관한 논의는 부족했다. 유권자는 광역, 기초의회 의원의 이름과 공약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체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② 진보정당의 성과와 한계

- 진보정당 중 민주노동당은 수도권과 울산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3곳을 차지하였다. 기초, 광역의원들도 107명이 당선되었다. 민주노동당은 울산 외에도 경남, 부산, 광주, 전남 등에서 비교적 많은 의석을 얻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진보신당의 경우에는 기초의원, 광역의원 후보들이 선전한 곳은 많지만(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22명 당선) 독자적인 선거 구도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국민참여당은 유시민 경기도지사의 의미 있는 득표와 광역의원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전국 평균 6.7%의 지지를 얻었다. 서울, 경기 등 여러 지역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전국 12개 시.도에서 모두 29명의 지방의원이 당선했다. 진보정당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보았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 MB심판을 매개로 양당구도로 진행된 선거에서 선거연합을 이끌어 내고 의미 있는 득표력과 당선자를 만들어 낸 것은 향후 진보진영의 지역적 정치기반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연대/연합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도 못했고, 선거과정에서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지도 못했다. 또 공동지방정부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부족하였으며, 진보적 지방정부의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지방정부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부족한 구호에 그친 측면이 존재하였다.

③ 선거과정과 결과를 통해본 변화지점

 첫째, 영남에서 야권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하였다는 점이다. 진보적 성향의 김두관 후보가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됨에 따라 영남에서 한나라당 일당지배에 균열이 생겼다. 부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40%가 넘는 높은 득표를 했다. 부산, 경남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의원들이 당선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이는 영남에서 한나라당 일당지배구조를 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호남에서도 민주노동당, 무소속이 상당한 세를 보였다.

  둘째, 지방선거 투표율이 올라갔다. 2006년 지방선거에 비해서는 2.9%가 오른 것이지만, 계속 하향추세에 있던 투표율이 올라간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특히 젊은 층의 투표가 증가한 것은 의미 있다.

  셋째, 광역단체장을 중심의 줄 투표 경향이 약화되었다. 여전히 정당기호만 보고 줄 투표하는 현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광역과 기초, 단체장과 의원을 구분하여 투표하는 현상들이 줄투표 현상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던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해서 볼 만한 측면이다. 즉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이 다른 정당에서 당선된 것,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당선비율이 다르게 분포하고 있는 점, 진보신당 후보가 지역구 기초의원으로 당선된 것(관악구, 구로구, 강북구, 마포구 부산 해운대구, 대구 서구), 풀뿌리 후보들이 선전한 지역의 경우에는 20%를 넘는 득표를 한 것(경기도 과천시, 서울 도봉구, 대구 동구) 등이 이런 현상을 보여준다.

  넷째, 진보성향 교육감이 다수 당선되었다.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후보가 당선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사회에서 자신이 진보임을 숨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진보적 이념이 대중성과 시민권을 획득하였다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특히 학생들에게 진보적 이념이 부담 없이 수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시민운동 및 지역운동의 대응에 대한 평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사회 단체들의 대응은 연합정치(후보단일화, 공동지방정부), 유권자운동(투표참여, 커피파티, 정책협약 등), 풀뿌리후보 출마 등 크게 보면 3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① 연합정치

- 전국적/포괄적 연합은 ‘희망과 대안’에 의해 제안되었다. 이처럼 연합정치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까지는 ‘희망과 대안’의 역할이 컸다. 희망과 대안은 MB정권심판론을 중심으로 반MB, 반한나라당 연합전선 구축을 시도하였다.

- 중앙차원에서는 5+4연대로 시작했으나 진보신당의 이탈로 4+4연대로 변형 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이견으로 결렬되었다.

- 반면 지역차원에서는 중앙의 선거연합 논의가 중단된 이후에도 인천지역을 시작으로 지역의 현실에 맞게 선거연합을 성사시켜 사실상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성사 시켰다.

- 지역별 연합이 성사된 인천, 경남, 고양 등의 경우 연대/연합을 통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연합정치의 추진/실현과정에서 시민운동, 지역운동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자리를 만드는 중개자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조정, 중재 역할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대중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연대/연합의 필요성에 대한 절박함이 연대/연합을 성사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되었지만, 앞으로 올바른 연대/연합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 아울러 연합정치의 성패는 신뢰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태도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호남지역에서의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4인선거구 없애기), 일부지역에서의 부적격 인사 공천 등의 행태는 신뢰에 금을 가게 하는 것이었다. 역시 민주당의 혁신이 없이는 연합정치의 신뢰를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② 유권자운동

-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기존의 ‘정치적 중립성’에서는 한걸음 벗어났다. 시민단체들의 지방선거 대응조직인 2010유권자희망연대는 투표참여캠페인, 커피당 조직, 정책캠페인 등의 활동에 주력했다. 4대강 반대운동, 친환경무상급식운동도 이런 현안을 중심으로 한 연대틀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런 활동들은 사실상 야당지지운동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이미 정치적 중립성은 깨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지방선거의 특성상 전국 단일의 선거대응 기구를 구성하기는 하였지만 공동의 선거대응 전략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지역별 편차도 매우 크게 나타났다. 즉 선거연합과 야권후보 단일화, 직접적인 후보 발굴과 좋은 후보 추천, 야권후보와의 정책연합, 투표참여운동 중심의 유권자 운동, 낙천 낙선운동 등 지역의 조건과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의 유권자 운동이 전개된 것이 이번선거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한편 이번 선거과정에서 시민단체가 지방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이견도 노출되었다고 본다. 투표참여, 정책캠페인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역할을 상정하는 입장과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이 존재했다. 이후에도 계속 논의를 해 봐야 할 문제로 판단된다.

③ 풀뿌리 좋은 후보 운동

- 지역시민운동, 주민운동쪽에서는 직접 주민후보 내지 좋은 후보를 내는 운동이 펼쳐졌다. ‘풀뿌리 좋은 정치네트워크’로 모아진 이러한 움직임은 최종적으로 17명의 후보를 내서 그 중 3명의 후보(경기도 과천시의원, 대구 북구의원, 전남도의원(구례))가 당선되는 결과를 냈다. 구미의 경우에는 구미풀뿌리희망연대에서 지원한 후보 2명(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1명)이 당선되기도 했다.

○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이전과는 달리 준비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행한 지역들이 많았으나 당선자들이 적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작용했다.

- 정당공천제가 실시되고 중앙정치구도 중심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이번에는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북풍과 역풍이 수도권에서는 양당 중심으로 표가 결집되게 하면서 풀뿌리후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 지역시민운동이나 주민운동이 평소에 주민들을 접촉하고 조직했던 부분에서 가진 한계도 존재한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단체의 경우에도 실제로 선거에 돌입하면 그동안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가 제한적임을 체감하게 된다.

3) 6.2 지방선거의 지방적 의미

- 지방정치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지금까지 지역 정치는 실질적으로는 정당의 지배를 받고 있음에도 현실적 요구는 탈정당화 논리가 일반 유권자와 시민사회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지방정치가 정당정치의 뿌리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에서부터 지역의 경제, 복지, 환경 등과 관련하여 정당간 정책경쟁과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는 책임정치의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열렸다.

- 지방정치의 존재감과 영향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하위정치, 중앙정치의 종속변수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지 않았다. 그러나 6.2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와 지방정치가 분리 정립하는 계기와 함께 지방정치인의 위상과 영향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정책과 이념의 차이는 또 다른 형태의 갈등과 조정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이 과정에서 지방정치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지역내에 여·야간의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지방정치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 새로운 지방자치 혁신의 실험 무대가 열렸다. 광역의 경우 경남, 충남, 인천, 강원 등과 기초의 경우 성남, 고양, 울산과 인천의 자치구 등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혁신지자체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정치는 여여간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시장원리에 기초한 개발 성장주의가 지배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 존재 했다. 따라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지방정부를 경험해보지 못하고 민선 4기가 흘러왔다. 따라서 민선 5기 지방자치는 단체장의 이념과 성향이 다양화 된 만큼 지방정부 운영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지자체가 생겨날 것이다.

3. 민선5기 지방행정 개혁 방향

1) 지방자치의 지향과 행정개혁의 관점

- 지방자치의 궁극적 가치는 주민참여, 복지, 정의, 공동체, 지역성(고유성)에 있다. 또한 지방자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수단적 가치로는 분권, 균형, 참여, 자율의 가치이다.

- 또 지방자치의 본래적 성격을 정치이념적 측면, 행정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정치이념적 측면에서 지방자치의 본질은 지방분권과 주민주권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중앙집권 사회에서 분권형 사회로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는 것으로 “분권 없는 지방자치는 상상할 수 없으며, 주민이 자치권의 주체가 되지 않는 지방자치는 무의미”하다. 행정적 차원에서 지방자치는 지방의 일은 지방에 맡기는 지방 분업과 맡겨진 일을 주민의 권한과 책임하에 처리하는 주민자율을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 시민적 차원에서 지방자치는 주민의 주도성과 공동체성이 실현되는 것이다. 지방정부 정책 결정의 중요한 행위자로서 정치인, 관료 등 엘리트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지방정부가 운영되는 것으로 “주민참여 없는 지방자치는 허구이다”. 또한 고립된 존재로 노동과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문제를 생활단위를 기초로 한 주민공동체의 강화를 통해 극복하자는 것이다.

- 지방자치를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권력분산을 통한 민주주의 안정화, 주민참여기회 확대, 주민요구에 순응하는 정치·행정시스템, 참여민주주의 훈련과 교육, 권력과 물질적 가치의 사회적 배분이라 할 수 있다.

-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논의된 행정 혁신의 방향은 전통적인 행정의 영역에 경제적 시각을 접합한 것으로 공공서비스 공급에서 시장의 원리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시장적 공공서비스 원리를 행정영역에 적용한 이론적 시각이 신공공관리라 부를 수 있는데 이러한 시각에서 추진된 행정혁신의 논의는 크게 조직혁신, 인사혁신, 재정혁신, 행정서비스 품질 혁신 등을 통해 기업가적인 정부를 만드는데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조직혁신은 구조조정, 업무재설계를 통해 행정조직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이며, 다음으로 인사혁신은 공직의 개방화(개방형 직위제와 직위공모제)와 성과중심 관리(목표관리제와 균형성가평가제), 셋째 재정혁신은 민영화, 민간위탁, 민간자본도입(BTL, BTO), 민·관공동 투자사업, 넷째, 행정서비스 품질 혁신은 행정서비스 헌장제, 정책품질 관리제 도입 그리고 전자정부 구축 등 지방행정 전반에 기업의 경영모델을 적용하는 것을 혁신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서 혁신이란 효율성 가치의 극대화 전략이자, 행정의 경영화를 통한 서비스 개선에 목표가 맞춰져 있다. 이러한 관점은 기존 행정의 관료주의 폐쇄성, 불친절, 낭비와 비효율을 개선하는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지방행정의 중요한 목표인 공공성의 강화, 복지, 인권, 문화, 환경 등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생활정치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 따라서 지방자치 혁신은 행정효율화의 가치를 뛰어넘은 방향에서 인물, 정책, 제도 전반의 창의적 변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은 민주적인 리더십과 혁신적인 마인드, 민관협력의 정신에 기초한 로컬 거버넌스 강화, 토건개발 중심에서 복지 환경 문화 교육 우선정책, 사회적 기업 육성과 지역 순환형 자립경제, 분권 균형발전과 직접민주주의 확장 등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포함해야 한다.

2) 민선 5기 행정개혁의 과제

- 민선 5기 행정개혁은 거버넌스, 개방성, 참여성, 생활복지 강화라는 일관된 관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특히 행정 개혁과 혁신이 형식적인 제도의 도입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훈련의 과정이자 지방자치의 물적 토대를 강화하고, 시민사회의 건강성과 주도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강하고 건강한 시민사회의 성장없이 지역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 이를 위해 지방정치의 정상화, 지역협치체계 구축, 생활정치 이슈의 부각, 직접민주주의 강화와 시민사회 성장, 행정개혁과 인력교체라는 총제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① 중앙정부 의존성, 중앙정치 종속성 탈피와 책임정치 강화

- 지역의 문제는 지역주민의 힘과 지혜로 해결해 나간다는 자치 분권의식의 강화와 지방정부의 자치권, 정치적 자율성 확대가 동시에 실현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주도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방분권과 자치와 참여의 실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존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자주재원 확충과 재정민주주의 강화, 국고보조금의 포괄보조금제도로 변경 등 재정분권의 강화, 정당 설립 요건 완화와 공천제도의 민주화, 시민단체의 후보추천권 보장 등 정당과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 당선된 단체장과 의원들에 대한 책임정치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당의 공천심사가 선거시기에만 일시적으로 진행되어 당선가능성 위주의 공천을 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정당과 시민사회 모두 상시적인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평소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이 평가 결과가 차기 선거의 공선침사과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정당의 후보 공천과정에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개입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체장의 지방정부 운영과 의원의 의정활동의 공과가 공천과정에 제대로 방영되지 못한다면 책임정치 구현은 불가능 하다.

② 단체장 중심 권력구조를 네트워크형 거버넌스 체제(협력적 통치)로 전환

- 정부주도의 정책결정과 사회서비스 공급은 행정권력의 독점화로 인한 관료적 경직성과 폐쇄성, 정부실패로 귀결된다. 이에 정부실패를 예방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전문성이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지방정부 운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지역사회 권력을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가치의 다원적 배분과 네트워크에 기초한 다양한 참여구조를 형성함으로서 참여민주주의 나아가 심의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또한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참여는 행정에 대한 신뢰구조를 형성하고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 상호간 공존의 동반적 신뢰체계가 구성되어 행정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여 지역민주주의를 정착시킨다.

- 끝으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이 다양한 네트워크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자율적 상시적 안정적인 지역문제 해결구조를 가지게 되어 지역사회의 각종 갈등요인과 정책결정의 어려움을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단체장 권력과 의회권력의 균형, 정당간의 세력균형, 의회와 시민사회의 협력, 시민사회 간 네트워크 강화 등 다양한 수준의 네트워크에 기초한 정부운영의 모델을 만들어 지방정부 운영에 지역사회 다양한 세력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지역사회 권력과 물질적 가치를 재배분하는 협력적 통치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③ 복지, 먹을거리, 사회적 일자리 등 생활정치 이슈의 강화

- 지금까지 지방정부의 역할은 중앙정부 재원을 지역사회에 수동적으로 재분배하는 집행기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낮은 재정자립도의 영향이라 주장하나 그것은 문제의 작은 일부분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지방정부 정책결정자의 철학적 바탕과 지방정부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있다. 경남 합천군의 1년 예산은 약 3200억 원이다. 재정자립도는 12.72%에 불과해,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 53.6%의 절반도 안된다. 이렇게 작은 지자체에서 무상급식비 약 17억 원을 내고 있다. 여기에 경남교육청 예산 16억 원을 더해 총 약 33억 원으로 초중고 전체 37개교 4769명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고교생들은 저녁까지 학교에서 먹고 있다. 이상의 사례는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이 꼭 돈이 없어 못한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정책이념과 발전전략을 어떻게 두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충북 Agenda 2010+」중 토목사업에 해당하는 ‘대형 건설프로젝트 연계 개발’사업에는 4년간 총 4조 9,202억원이, ‘균형발전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는 무려 7조 7,990억원이 투여되고 있으나 삶의 질 관련 예산은 1조 4,513억원으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 문제는 지방정부의 재정정책이 지역의 내부자원을 개발해서 부가가치를 상승시켜 지역의 성장을 추구하는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하는 내발적 발전전략에 두지 않고, 외부 자본이나 기술 등 외부 투자를 끌어들여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에만 집중하는 것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기본역할은 사회적 소비 즉 사회적 분배와 복지정책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 생활정치는 생활세계적 이슈들에 더하여 민중 생활적(민생적) 이슈들을 다루는 정치라 할 수 있다. 즉 서민 삶의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정치, 서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민과 소통하는 정치, 일자리, 보육, 교육, 먹을거리, 환경 문제의 해답을 현장의 요구에서부터 시작하여 찾아가는 정치는 생활정치의 출발이다.

④ 불안정한 대의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직접민주주의 강화

- 김달수 ‘희망과 대안’ 기획의원은 “지역정치는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를 오가는 마을버스이다. 그러나 이 마을버스가 지금은 대의제에만 머물러 있다”며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지역 정치가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가 대의정치의 테두리 내에만 머물러 있는 한 주민의 자치의식과 지방이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엘리트와 토호 중심 지방정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 따라서 보다 균등한 정치권력을 배분하고, 평등한 시민의 참여 원칙을 보장하며, 시민의 정치 참여 확대와 정치적 결정에 대한 정당성 강화로 지역사회 통합성을 높일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에서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 경제학자 라르 펠트 교수와 겝하르트 키르쉬게스너 교수는 스위스 직접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주에 대한 통계분석을 실시하였다.

스위스에서 직접민주주의와 경제성장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 결과

 

재정문제에 관해 보다 강력한 주민 참여권이 부여된 주에서의 경제적 성과가 15% 더 높았다.(1인당 GDP 기준), 시민이 예산에 대해 투표를 할 수 있는 주에서 주세 회피비율은 30% 낮았다(1인당 평균 1,500스위스 프랑)으며, 해당주의 부패비율도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돈이 어떻게 쓰여 지고 있는가에 대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을 내리는 주의 주민들이 그렇지 못한 주에 비해 정부의 재정 운영에 훨씬 더 협조적이었으며, 예산안을 주민투표에 붙이는 시군이 그렇지 않은 시군에 비해 1인당 공공지출이 10%가 적었다. 자기들의 세금으로 쓰는 돈에 대해 주민들이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더 조심스럽게 접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산안을 주민투표에 붙이는 시군이 그렇지 않은 시군에 비해 공공 부채비율에 있어서는 25%(납세자 1인당 5,800 스위스 프랑)낮았는데 지출은 줄이고 세수는 더 많아진 덕분이었다.

끝으로 공공 서비스 비용도 직접민주제를 택한 자치체가 더 낮았다. 즉 쓰레기 처리 비용이 그렇지 않은 자치단체에 비해 20% 더 낮았다. 이상의 결과는 직접민주주의가 비효율적일 것이란 일반의 예상과 다른 결과였다.

- 연구진은 “경제에 관한한 모든 것이 직접민주주의에 우호적이다. 그와 반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직접민주주의는 “시대의 발전에 일치하는 것이고, 성공적인 것이며, 수출 가능한 것이고, 미래 발전의 잠재력을 가진 것”이다. 스위스의 여러 주들을 비교해보면 시민발의와 국민투표에 시민참여가 높은 주의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더 만족하고 있다. 프레이와 슈튀처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개인소득보다 정치 참여의 정도가 삶의 만족도에 더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돈 버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는 통설을 뒤집는 것이다.

- 따라서 지방자치에 주민의 직접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주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단체장이 지역의 핵심정책 결정 과정에 타운 홀 미팅을 추진하고, 시민정책 배심원제 도입, 주민투표 확대 등의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⑤ 사회자본 육성과 강한 시민사회 형성

- 지역사회 혁신의 주체는 사람이다. 창의적이고 의식적이며 능동적인 주민의 확대야 말로 지역사회의 가장 중요한 자본이 될 것이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이해관계가 틀린 각 집단이 사회 공익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사회자본은 협력을 촉진하는 능력으로 사회신뢰, 관용성, 정치평등, 결사체 활동 등을 통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상호존중과 관용, 민주적인 의사결정, 협력과 연대의 문화 등 사회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촉진하여 시민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 따라서 사회자본이 형성되면 협력행위를 촉진하고 시민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가치와 규범의 형성, 정부제도의 효과적 작동 촉진, 부패 감소, 정치안정과 효율성 증대, 구성원간 상호이익을 위해 조정과 협력을 촉진시키는 기능을 한다.

- NGO의 활동은 사회신뢰, 관용성, 시민의무감, 제도적·비제도적 참여 등 지역공동체의 형성과 유지에 필요한 가치와 규범을 제공하는 등 사회자본 형성에 기여한다. 또 자원봉사단체 구성원은 동료와 지역사회 구성원에 대한 사회신뢰와 시민적 의무감, 자발적인 참여의지가 높다는 측면에서 봉사단체의 활발한 조직과 지역사회에서의 역할 강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며, 시민사회 활성화는 자발적 결사체의 주체적 노력과 함께 지방정부의 관용성과 수용성, 구성원들의 참여문화, 기부문화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정부 혁신의 물적 기반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민선 5기 지방정부의 새로운 사고의 혁신이 필요하다.

- 따라서 시민사회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참여기회의 확대, 투명하고 공정한 지원정책, 시민사회 의견에 대한 수용적 태도, 정부신뢰를 높이기 위한 시민참여 방식의 의사결정 문화 형성 등 사회자본의 확충과 시민사회의 역동적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⑥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등 지방정부 행정 혁신 방안 제시

- 행정의 목표는 효율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있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수단적 가치가 효율과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다.

- 따라서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데 있어 계층과 성별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지역주민에게 정책의 결정권을 위임하는 상향식 정책결정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더불어 관료집단의 획일성과 보신주의 행정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 인사를 혁신하고, 조직 내부의 청렴성을 높이기 이한 감세제도의 개선 등 지방정부 행정혁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⑦ 지역유지와 관료에 독점된 지방정치 인적충원구조 변화

- 지방정치가 진보적 관점의 생활정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개발 성장주의자가 아닌 생활정치 의제를 실천할 수 있는 인물로 교체되어야 한다.

- 인물 교체 없는 지방정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를 포함 새로운 지방정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사업, 기초의회 중·대 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의 확대, 일상적인 의정감시활동 강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사회 공론 형성과 인적 자원의 발굴, 시민정치인 육성을 위한 ‘시민포럼’, 교육 연수기관 설립 등 지역사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프로그램이 만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