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과 자치

6.4지방선거 50일전, 지방자치는 안녕하신가?

송재봉 2014. 4. 14. 20:37

6.4지방선거 50일전, 지방자치는 안녕하신가?

 

 

6.4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유권자의 관심은 낮고, 지방자치와 분권 균형발전을 통한 주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은 좀처럼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방자치와 지방선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유권자의 입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의 지방자치를 가리켜 2할 자치라고 자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국비와 지방비, 국가사무와 지방 고유사무의 비중이 80대 20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따라서 지방정치가 활성화되려면 ‘2할 자치’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이 시급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230개 지자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4곳의 자치단체가 자체 지방세 수입으로 해당지역 공무원의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 여건이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음에도 중앙정부의 관심은 부족하다.

 

∙ 국세와 지방세 비율 (’07년) 79.5 : 20.5 → (’09년) 78.5 : 21.5 → (’11년) 79 : 21

∙ 재정자립도 : (’09년) 53.6% → (’10년) 52.2% → (’11년) 51.9%

∙ 자치단체 복지예산 비중 : (’06년) 13.6% → (’11년) 20.2%

- 총예산 연평균 증가율 6.7%, 사회복지비 연평균 증가율 19.3%

∙ 자체수입 vs 인건비 비교(’11년 기준)

- 자체수입(지방세 + 세외수입)으로 인건비 미해결 단체 : 38개 단체

- 지방세수입으로 인건비 미해결 단체 : 124개 단체

지방분권추진현황(2012.10, 지방분권촉진위원회)

 

특히 국고보조사업은 지방정부의 재정과 정책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지역사회의 민주적 자치제도 운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6년 국고보조사업 비중은 전체 지방예산 대비 25.4%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36.1%로 대폭 확대됐다. 이에 반해 국고 보조율은 2006년 69.8%에서 2013년에는 60%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방부담액은 2006년 전체 예산 대비 7.1%에 불과하던 것이 2013년 14.4%로 2배 이상 증가해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고보조사업의 팽창은 지방의 자체재원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지방재정 자율성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도 줄고 있다. 한국지방재정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지방정부의 전체 예산은 151조 원. 이 중 인건비 등 경상비 30조5000억 원, 국고보조사업 60조 원을 제외하면 60조5000억 원이 남는다. 지자체의 법적·의무적 경비 46조1000억 원(추산)을 뺀 13조9000억 원이 지자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율 예산’인 셈이다. 전체 지자체 예산의 9% 수준이다.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이제 지역 특색에 맞는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다”라며 “반쪽짜리 지방자치를 넘어 이제는 1할 지방자치”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치민주화의 지체도 한몫하고 있다. 정당공천 제도를 운영하면서 지방자치단체장와 의원 공천에 지역주민의 의견보다 중앙당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다보니 지자체 장과 의원들이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지방의 자치권과 자율권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역에서 나고 자라 지역에서 봉사하던 인물이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에 공천되는 비중도 낮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 과밀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각종 규제를 해제하면서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지방은 중앙과 수도권에 2중 3중의 차별을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2014년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안녕하지 못하다. 지역민의 역량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에도, 지방자치가 지역민의 참여를 촉진하고 지역의 자율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중앙의존성이 심화되고, 주민의 무관심이 확산되는 등 퇴행적인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낡은 제도와 관행과의 단절과 지역의 권한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6.4지방선거가 의미를 찾으려면 지방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과 선거 참여, 지방분권과 자치권의 확대, 생활정치 이슈 발굴을 중심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 특히 이번선거에서 확대 도입된 사전투표제도(5월 30일~31일 오전 6시에서 오후 6시)에 대한 홍보로 시간의 제약으로 투표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던 유권자의 참여를 촉진하고, 지방의 자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지방재정 위기에 대한 대책마련 공약 요구운동,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경제 육성 등 생활정치 의제 부각이 필요하다. 지역민이 지역의 문제에 관심이 없으면, 참다운 지방정치, 유권자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지방정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