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봉의 청원 감성 동행

길위의 재봉이 37 : 내수읍 가배시광 카페 임수완 대표

송재봉 2023. 11. 1. 06:06

원래 청주가 커피 성지예요서울에서 로스팅대회를 할 때

1등이 저희고 3등도 청주에서 나왔어요.

*** 인터뷰 : 임수완현숙 대표(내수 가배시광 카페)

■ 송재봉 : : 가배시광은 언제와도 대표님의 친절한 미소와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라 자주 찾는 곳인데 오늘은 특별히 굉장히 바쁘고 창조적으로 사시는 대표님의 일상이 궁금해서 뵙고 이야기를 나누러 왔어요. 먼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짧게 한 말씀해주세요.

임수완 대표 : 살아온 이야기를 길게하는 것은 쉬운데 짧게 말하라고하니 좀 어렵네요. 어디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남편이 저와 결혼하자고 할때 조건이 커피숍이랑 차 한 대 사주겠다.” 였어요. 제가 커피숍을 너무나 하고 싶어했거든요. 결혼하더니  안 사주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2011년도에 갑작스럽게 위암 수술을 했어요. 그때 큰 애는 중학교 2학년이라 2이었고 작은 애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예전에 저를 아시는 분들은 정말 이 사람 시녀인가.” 할 정도로 회사 다니랴 애 보랴, 특히 애들 체험활동까지 다 다니면서 가르치고 운동까지 하면서 정말 11초가 아깝게 살았어요. 그렇게 살다가 수술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서 나를 좀 찾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술 후 아이들에게 엄마가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어요. 그나마 아이들과 제가 체험활동을 정말 많이 다녀서 애들이 그 추억을 뭐라 할까... 애들이 그 추억을 한참 먹고 살더라고요. 근데 그게 또 유효기간이 있더라고요. 요즘에는 그 유효기간도 다 지난 것 같아서 전화를 자주 하고 있어요. 제가 이름이 두 개거든요. 하나는 아빠가 지어주신 ‘현숙’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사회에서 여러 활동을 할 때 쓰는 ‘수완’이에요.

 

■ 송재봉 : : 저도 좀 혼란스러웠어요. 명함에는 수완이로 되어 있고 또 어떤 때는 현숙이라 부르기도 해서요. 그러니까 호적상 이름은 현숙인데 평소 사용하시는 이름은 수완이다 이렇게 보면되겠네요. 그럼 커피숍은 위암 수술한 이후 나를 찾기 위한 새출발 지점이라 생각해야 겠네요.

 

임수완 대표 : 맞아요. 제가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위암 수술한 직후에도 마시고 그랬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위에 제일 안 좋은 게 커피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너 미쳤냐. 그것도 위암 수술한 사람이 어떻게 커피를 마시냐.”고 하더라고요. 지금이야 항암 효과에 좋다. 이렇게 나오지만 옛날에는 안 그랬잖아요. 커피바리스타로 출발하는데 있어 저는 다행히도 커피를 정말 좋아하시는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서 시작을 잘한 좋은 케이스가 된 거죠. 처음 커피를 접하면서 태우지 않은 좋은 원두여서 좋았고 커피 자체도 그냥 좋았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솔직히 못 버텼을 거예요. 저희 가배시광이 문화 공간도 있고 미술관도 있다 보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제가 사는 것 같아요.

 

■ 송재봉 : 커피숍을 시작하신지가 꽤 오래 되신 것 같은데 처음 시작한 곳이 어디예요?

임수완 대표 : 제가 수술하기 직전에 케이크디자이너와 아동 요리 치료사도 했거든요. 그러면서 케이크를 배우고 Y, 사람들이 만드는 케이크점을 열려고 계약을 했었어요. 계약을 하고 다음 날 암 진단이 나왔어요. 그러니까 건강 검진하고 바로 결과가 나온 거야. 하루 만에 암이라고 하더라구요. 건강 검진하고 나올 때 의사가 3명이 오시더니 암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제가 39살이었는데 너무 젊으니까 암이 전이가 빠르잖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덤덤했어요. 왜냐면 이렇게 발견했다는 게 다 살 팔자니까... 그런데 저보다 의사들이 더 심각한 거예요.

 

■ 송재봉 : 그럼 케이크점 개업은 못했겠네요.

임수완 대표 : 그렇죠. 접었지요. 그때 서울 가면서 주인에게 제가 이만저만 해가지고 계약을 파기 해야겠다. 수술을 해야 된다. 죄송한데 계약금을 좀 되돌려 주셨으면 한다.” 했더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진단서까지 보여줬어요. 근데 계속 거짓말하지 마. 어떻게 조직 검사가 하루 만에 나오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되게 서러웠어요.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도 못 믿는 사회였구나. 아무리 법이 그렇다 해도 왜 도의적으로 그러는 게 있잖아요. 저는 그때 거기서 갤러리도 하고 전시회도 하면서 재밌게 살려고 했어요. 그때 이후로 인명은 제천이니 열심히 살자.’ 생각했어요.

 

■ 송재봉 : 그럼 가베시광이라는 상호를 달고 시작한 곳이 지난번에 운영하던 수름재예요? 아니면 율량2지구에 먼저 시작하셨던 거예요?

임수완 대표 : 율량동에 오픈하고 거기서 한 2년 정도 있었는데 거기가 월세가 너무 세요. 자영업자의 무덤이라고 강남보다 더 쎘어요.

 

■ 송재봉 : 한동안은 거기가 핫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가 지금은 상권이 조금 위축되어 가는 것 같더라구요.

임수완 대표 : 그래서 거기서 있다가 수름재로 옮겼어요. 수름재는 옛날에 아기들 체험하고 도자기도 배우면서 친숙했던 곳이에요. 도자기를 배우고 싶어서 갔는데 김만수 도자기 작가님이 공방에서 물레를 돌리고 계시더라고요. 여기서 도자기 배우고 싶다 했더니 그냥 제자로 들어오라고 해서 바로 합격했어요. 제자를 받으신 건 거의 5년 만에 처음이라 하더라고요. 그 옆에서 친구분이 하고 계셨던 카페를 인수하기로 하고 율량 2지구에 있던 가배시광을 수름재로 옮긴 거예요. 문제는 율량2지구에 비워둔 상가가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비워두고 월 170만원이나되는 임대료만 꼬박꼬박 내게 되었죠. 

 

■ 송재봉 : 그렇군요. 그러면 남은 계약기간 동안 임대료를 1년이나 계속 물어주고 있었겠네요. 여러가지로 힘들 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근데 꼭 커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임수완 대표 : 그냥 좋았어요. 커피가 되게 어려운 분야거든요. 그러니까 기술적인 것도 어렵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몇 시간 만에 배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감각적인 거를 기술로 찾아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흔들리지 않게 고정값을 찾아야 하니까 거기에 대한 매력이 있지요. 제가 커피숍을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레벨 태핑을 꼭 해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기계가 바뀌어서 태핑을 안 해도 돼요. 손이 가고 안 가고에 따라서도 맛이 차이 나요. 그게 1g이 들어가고 또 0.1초를 내가 더 뽑아내고 거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해요. 특히나 드립도 그렇고 기계도 그렇고 다 예민해요. 그래도 기계는 수치가 정해져 있잖아요. 몇 도 또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수치가 있지만 커피의 양을 넣는 거는 내가 알아서 조절을 해서 넣어야 되니까 그러니까 다른 분이 넣는 거랑 제가 넣는 거랑 0.1초 차이 1g 차이가 맛을 좌우해요. 그리고 지금은 자동으로 레벨링을 하지만, 전에는 손으로 레벨링 이런 것들을 했거든요. 그러면 평탄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맛이 달라요. 토목도 평탄이 중요하잖아요. 수평이 되어야 물기를 잡아주니까 거기에 따라 맛이 많이 달라져요.

 

■ 송재봉 : 제가 대표님을 처음 만난 것은 수름재에 계실 때 잖아요. 처음에 커피도 맛있었지만 커피를 판다기보다는 문화를 판다고 해야 할까, 사람들 간에 좋은 관계망을 형성해주고 그곳만의 독특한 문화적인 코드가 느껴졌던 것 같아요.

임수완 대표 : 저는 제 안에 중매쟁이 같은 것이 있어요. ‘이분하고 저분하고 좀 잘 맞겠다.’ 하지요. 더 중요한 것은  커피숍을 버티고 지키기 위해서 문화프로그램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커피를 모르는 사람이 많잖아요. 커피만을 고수하겠다는 분은 커피숍하는 분들 열 분 중에 한 두 분이 될까 말까 해요. 그것만을 고집해서는 지속 가능하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문화였고 이것이 커피와 함께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또 커피 자체가 감성이기도 하니까요.

 

■ 송재봉 : 그리고 대표님은 언제나 공간을 새로 디자인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이 든 게 ‘죽어 있는 공간을 살아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이 능력'은 뭘까?’  궁금했어요.

임수완 대표 : 사람이죠. 정말 흔한 대답이지만 어디 가면 그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공간의 채움과 비움의 느낌을 좌우하잖아요. 그래서 진실되게 했어요. 진심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는 거고 그래서 좋게 봐주시니까 되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랑 커피랑 사람이랑 얘기 하는 거랑 어느 정도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좋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니까 좋은 관계 유지가 되고 하는 거지요. 커피를 노동의 관점에서만 보면 단순노동으로 볼 수도 있고, 공간을 디자인 하는 것도 사실 노가다와 비슷하게 좀 험한 일이기도 하잖아요.

어느 정도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감성이 있어요.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니까

좋은 관계 유지가 되고 하는 거지요. 

■ 송재봉 : 임대표님은 커피 덕분에 좋은 분들 참 많이 만났던 것 같네요. 임임

임수완 대표 : 맞아. 처음 가베시광을 시작한 곳인 개신동에서는 갤러리 운영 하면서 연주회도 하고 전시회도 했었거든요. 문화를 매개로 많은 좋은 분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관계형성도 되었어요. 그리고 수름재로 이전한 이후에는 김만수 작가님이 계셨지만 이전의 관계가 이어지면서 김만수 작가님이 아시는 분이 제가 아는 분이니까 더 편하고 좋았지요.

 

■ 송재봉 : 수름재로 이전하면서 분위기도 좋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서 경제적으로도 이전에 비해 많이 안정이 되셨을 것 같더라고요?

임수완 대표 : 이전 상가에 투자한 돈을 제대로 회수하지도 못하고 해도 별로 큰 수익이 나지는 않았어요. 잘 모르는 분들은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여기에 왔다고 생각을 하는데 여기는 제가 이미 10년 전부터 사놨던 데예요.

 

■ 송재봉 : 지금 이 땅을요?

임수완 대표 : 원래 율량2지구랑 여기랑 같이 하려고 했는데 여기가 건축을 하는데 제약이 있어서 법적으로 안 풀리는 바람에 계속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그러면서 율량2지구에서 먼저 시작을 했고 여기는 수름재를 한번 더 거치고 온 거지요

 

■ 송재봉 : 그근 사연이 있었군요. 저는 대표님께서 처음에 이쪽으로 와서 카페을 차린다고 할 때 너무 외진 곳이라 장사가 될까 걱정도 좀 했어요.

임수완 대표 : 저희가 지금 여기 오픈한 지 거의 2년 다 돼 가잖아요. 지인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여기 위치는 좋은데 주변에 대형 카페가 너무 많이 생긴다고요. 거기다가 이미 운영중인 카페의 장점만 쏙쏙 뽑아서 생기기 때문에 저희같은 경우는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어요. 그래도 버텨야 되니까요.  커피숍을 하면서 느낀 게 저는 강의나 행사 등 다른 고정 수입이 있으니까 조금 장사가 안 되도 덮어지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커피 하나로 올인하시는 분들은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얼마 전 충청일보기사를 보니까 우리나라에 커피숍이 9만 개 있는데, 그 중 9천 개가 청주래요. 또 큰 규모의 커피숍이 많이 생기는 곳도 청주래요. 제가 아까도 말했지만, 10년 전에 커피숍 차린다고 했을 때, 남편이 ‘니 다방해서 뭐 할래?’하는데 놀랐어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 아니에요. 커피숍을 차리는 게 로망이지만, 자기들이 차렸을 때 누군가에게 이렇게 비쳐질까봐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약없이 막 하거든요.

 

■ 송재봉 : 이렇게 대형 커피숍이 곳곳에 막 생겨나는 게 어떻게 보면 일시적인 유행일 수도 있잖아요.

임수완 대표 : 10군데 생기면 실제 영업이 유지되는 데는 5군데가 잘 안 돼요. 그런데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접지를 못해요. 커피숍 장비도 비싸고, 인테리어도 했으니까 비싸서 못 접는 거예요. (새로) 생기는 비율보다 없어지는 비율도 많아져야 하는데, 못 접는 거예요. 포화상태가 되는 거지요. 그래서 저는 생존하기 위해서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전국구 확장해 보려고 해요. 네이버스토어나 쿠팡 이런 곳을 뚫어보고 있어요.

 

■ 송재봉 : 일부에서 주장하기로는 청주가 디저트 카페 성지라고도 하더라고요.

임수완 대표 : 원래 청주가 커피 성지예요. 서울에서 로스팅대회를 할 때, 1등이 저희고 3등도 청주에서 나왔어요. 청주 사람들만 잘 모르고 있어요. 요즘에도 종종 서울이나 경기도, 부산 이런 곳에서 일부러 커피 마시러 왔어요라고 하 분들도 계세요. 커피 마니아들이 있잖아요. 누가,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니까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는 최고의 원두에 제일 맛 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어요.

 

■ 송재봉 : 여기는 오시는 분들은 맛있는 커피를 드시는 것에 더해서 건물과 공간 자체가 갖는 유닉한 분위기도 느낄수 있어 좋을 것 같아요.

임수완현숙 대표 : 저희 커피숍 1층은 테이블이 다 따로 놀잖아요. 그런데 손님들이 와서 따로 놀면서도 다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개신동 단골이 사준 것도 있고, 수름재 주방에 있던 것도 있어요. 제가 원래 잘 안 버리거든요. 또, 당근에서 조명도 사고 이것저것 사면서 10년의 세월을 담았죠. 그리고 저 그림들은 알바생들이 그린 거예요. 컵들은 손님이 와서 끄적끄적 낙서한 거고요. 어느날 알바생이 컵에 고양이를 그렸는데, 제가 예뻐서 (거기에) 놔뒀어요. 그랬더니 이동원 선생님이 보시고 글자를 쓰셨어요.

서울이나 경기도부산에서

'일부러 커피 마시러 왔어요'라고 하는 분들도 계세요.

 커피 마니아들은 누가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니까

이왕이면 좋은 커피를 찾고 싶은 거죠.

 

■ 송재봉 : 이곳에 있는 가구 하나하나에 히스토리가 다 있는 거네요. 10년의 역사가 구석구석 살아 있는 거고요.

임수완대표 : 단골손님 중에 치과의사가 있어요. 의사들 모임에서 뒤풀이를 왔어요. 그 다음에는 사모님이 오셨고, 그 다음에는 아이들이 왔어요. 아이들이 쓰던 물건들도 주셔서 (그거로) 꾸미기도 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2층을 새로 꾸며놓으니까, 더 좋고 편하게 느끼기도 하지만 저는 1층을 보면서 고향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수름재 단골들은 1층을 좋아하고, 새로운 단골들은 2층을 좋아해요. 1층에는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들어있거든요.

 

■ 송재봉 : 공간이 주는 매력도 있고, 다른 커피숍하고는 달리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하잖아요. 그런 기획력도 가베시광의 유명세에 도움이 많이 됐을 거 같아요.

임수완 대표 : 개신동에 있을 때는 연주회나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예술의 전당에 가서 직접 작가도 섭외하고 했는데 지금은 안 하는 편이긴 해요. 왜냐하면 3층 전시 공간이 아직은 조금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기획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손님들이 어떤 볼거리나 들을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 송재봉 : 창의적인 분들은 기획을 별도로 하기 보다는 그냥 생각이 나는 거죠. 물론 성격에 따라 다른 거 같기도 해요. 문재인 정부시절 청와대의 탁현민 비서관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획자잖아요. 미리 계획하되, 툭툭 던지면서 하는 데 작품이 되는 거죠. 상황 변화에 따라서 대응을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최상의 작품이 나오는 거죠. 저는 대표님도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임수완 대표 : 저는 새발의 피죠.

 

■ 송재봉 : 저는 여기 올 때마다 크고 작은 변화가 느껴지는 게 좋아요. 항상 머물러 있거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 계속 바뀌는 느낌이 들어요. 늘 똑같으면 지루해지잖아요.

▶ 임수완 대표 : 안 그래도 손님들도 올 때마다 똑같은 적이 없고 바뀌어 있다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테이블 하나가 들어옴으로써 다 바뀌잖아요. 비슷비슷하지만, 뭔가 새로운 게 들어오면 다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사람도 그런 거 같아요. 누구 하나 들어오면 다 바뀌잖아요.

 

■ 송재봉 : 맞아요. 일 하는 사람 한 명이 바뀌어도 직장과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잖아요.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공간을 누가 지키고 정을 쏟느냐지요.

임수완 대표 : 예를 들어 무심결에 어떤 매장을 갔는데, 주인이나 종업원이랑 눈 한 번 마주치고 한 번만 찡긋해도 주파수가 통하는 게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또 가게 되고, 가다 보면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 대형매장들은 직원은 많고, 그곳을 지키는 주인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 송재봉 : 그러면 주인과 고객간의 관계 형성은 잘 안 되죠. 단순히 소비만 하고 가게 되니까요. 단골이 갖는 매력을 느끼기도 어렵고요. 제 생각에 청주가 커피 마니아들에게 성지로도 통한다고 하셨잖아요. 이를 활용해서 다양한 컨셉이 있는 커피숍을 청주의 브랜드 가치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바리스타로서 최고의 경지에 있는 분들이 청주에 많기도 하니까요.

임수완 대표 : 좋은 생각인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커피하는 사람들 간에 단합은 잘 안 되더라고요. 커피 장비를 뜯어서 내부를 보고 청소하는 오보홀이라고 있어요. 바리스타를 제외하고 기계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다 초빙을 해 와야 해요. 그래서 저는 커피 관련해서 더 깊이 있게 가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서 공연을 하는 거는 커피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제가 로스팅을 하면 그게 잘 되었는지, 잘 안 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하잖아요. 또 현재는 해외로 많이 나가지는 않고 있는데, 나중에는 커피 루트라고 해서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체험이나 투어를 하는 게 제 목표에요. 비닐하우스에서 커피나무를 심고 체험도 할 수 있는 관광사업도 하고, 로스팅도 해보고 가스카라라는 껍데기가 있는데 그거를 차로 (만들어) 먹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로망이에요.

 

■ 송재봉 : 앞으로 커피투어가 가능한 인프라를 여기에 구현하려고 생각하고 계신 거죠. 그러면 여기가 커피의 모든 것을 체험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명소가 되겠네요.

임수완 대표 : 제 꿈이에요. 좀 더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 같고요.

 

■ 송재봉 : 저는 대표님이 비전도 명확하고 본질에 충실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청주시나 충북도의 지원과 협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강릉은 커피 거리 이런 곳이 유명하잖아요.

임수완 대표 : 강릉은 커피숍이 옛날부터 많았으니까요. 테러로사, 보헤미안 등은 관광객들이 한 번씩 다 거쳐가는 곳이에요. 청주의 경우는 우선 그냥 다양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운도 따라야 한다고 봐요. 명소가 되는 것은 건물 크기와는 상관없는 거 같아요. 주인과 고객의 합이 맞아야 해요.

 

■ 송재봉 : 그렇죠.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유명해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또 스토리도 있어야 하고, 커피는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다양성이나 마케팅, 언론 등의 협조도 다 필요한 거 같아요. 아니면 청주에 커피가 유명하다면, 커피를 주제로 한 축제 같은 걸 만들어서 전국 규모로 커져 나가면 좋을 거 같아요. 대형커피숍도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임수완 대표 : 만아요. 그런데 요즘 새로 들어서는 대형커피숍은 빵집인지 커피숍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요즘은 빵 때문에 커피를 더 많이 찾으시는 경우도 있는 거 같아요. 저희는 빵은 많이 내려놨어요. 제가 내년에 무화과를 많이 심어서, 로컬 푸드로 다양한 음료를 만들려는 계획도 있어요.

 

■ 송재봉 : 대표님은 원래 내수에서 오래 사신 거죠?

임수완 대표 : 신혼 때부터 살았어요. 96년부터 거의 27년 산 거 같아요. 내수가 약간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중간치잖아요. 그래서 차도 안 밀리고 주차 공간도 많고, 공기도 좋고 아이들 놀기도 좋아서 저는 내수가 좋더라고요. 저희는 내수랜드라고 표현해요. 마치 섬 같아서요.

 

■ 송재봉 : 그런 면도 있네요. 내수는 5일장도 서고 하니까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마음에 들고 계속 정주하고 싶을 정도로 좋다는 것도 인생의 큰 행복 중 하나잖아요.

임수완현숙 대표 : 그렇죠. 저는 이곳이 좋아요. 그런데 여기가 비행기, 제트기가 왔다 갔다 하니까 소음이 있기는 해요. 투자하시는 분들은 왜 여기 사냐고 하기도 해요. 저는 투자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은 없어요.

 

■ 송재봉 : 그렇군요. 그러면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어떤 때에 제일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임수완 대표 : 커피를 딱 내렸는데, 향이 너무 좋은 거에요. 그걸 마시는 손님들이 ‘진짜 너무 맛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인정받는 느낌이 들고, 행복감을 느끼지요.

 

■ 송재봉 : 맞아요. 자기의 일을 인정해주고 가치를 공감하고 동의해주는 분들이 계실 때 고맙더라고요. 저도 열심히 맛있다고 할게요. 좋은 커피를 통해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니까 좋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어울리고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것 자체로도 참 의미 있는 일인 거 같아요. 사람이 사는 곳에서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무엇이 있을까 싶습니다.

임수완 대표 : 서로 도움이 돼서 윈윈하자는 거죠.

 

■ 송재봉 : 커피의 메카라고 하는 건 결국 혼자서만은 안 되잖아요. 이 안에 다양성이라는 생태계가 있어야 하는 거고, 그거는 네트워크의 힘인 거 같아요. 네트워크를 통한 브랜드화를 만들어 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말씀하셨던 것들을 차곡차곡 만들어가다보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커피 향이 향긋한 이곳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커피를 딱 내렸는데, 향이 너무 좋은 거에요.

그걸 마시는 손님들이 ‘진짜 너무 맛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인정받는 느낌이 들고, 행복감을 느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