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천동 토담순대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과의 맛집토크는 ‘점심이나 한 끼 같이 하자’며 만나는 순간까지도 비밀리에 추진됐다. 명사와의 맛집토크라는 타이틀에 부담감을 느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22일 점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만나 대뜸 ‘자주 가는 식당으로 가자’고 청했다.
이날 찾은 곳은 사무실 인근에 있는 토담토종순대(271-9635)였다. 상근 직원들과 구내식당처럼 찾는 곳이라는데 “국물이 담백하고 양도 푸짐하다”는 것이 송 처장의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비곗살까지 숭숭 썰어 넣은 5일장 스타일의 순댓국 치고는 국물이 맑고 담백했다.
초벌로 삶아서 기름을 걷어낸 뒤 푹 우려낸 듯한 맛이었다. 소주 한 잔이 생각났지만 이명박 정부 취임 2주년으로 화제를 옮겼다. 송 처장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되는 일도 없다”며 자조 섞인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정책의 기본방향이 수도권의 규제를 풀고 집중화하는 것이고, 그것이 국가경쟁력이라고 믿고 있으니 지방정책은 진행되던 것조차 중단됐다”는 것이다. 송 처장은 “정부가 말하는 국가경쟁력은 거꾸로 보면 과밀집중이고, 오히려 혼잡비용과 높은 부동산 가격 등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경쟁력을 동시에 떨어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특히 지역의 시민운동은 할 일이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일이 많을수록 의욕에 넘치는 것이 활동가들의 본성일텐데 송 처장은 뜻밖에도 혼란스러워했다.
송 처장은 이에 대해 “MB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정책을 반대하는데 머물러있다. 인권, 복지, 환경, 민주적 절차 등 모든 분야에서 후퇴하다보니까 저항과 반대담론 중심으로 흐르게 되고 다양한 내용과 방식을 추구하기 어렵게 됐다. 쉽게 말해 시민운동은 따라다니면서 반대만하는 그룹으로 회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이 같은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로 시민운동은 공정선거운동, 낙천낙선운동을 디딤돌 삼아 정치·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 그러고 보니 이번 선거는 1991년 지방의회 부활을 기점으로 지방자치 20년을 돌아보는 중요한 결절점이다.
송 처장은 먼저 “지난 20년을 평가해보면 자치로 인한 제도는 발전했으나 자치단체 운영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거나 참여민주주의의 모범적 전례를 꽃피우지는 못한 것 같다”며 “오히려 보수적인 토호정치나 퇴임관료가 득세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따라서 지난 지방선거부터 후보들에게 정책제안운동을 펼쳐왔으나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시민운동 진영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송 처장은 이와 관련해 단체장 선거와 기초의회 선거를 분리해 대처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요약하면 단체장은 정책연대, 기초의회는 후보추천이다. 송 처장은 “단체장의 경우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강화할 10대 정책을 제안한 뒤 이를 받아들이는 후보를 선택해 구체적인 플랜까지 정책연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송 처장은 또 “기초의회는 생활정치를 구현해야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며 “당을 떠나 좋은 후보 추천운동을 벌여 정당공천의 의미를 최소화시키겠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