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봉의 청원 감성 동행

길위의 재봉이 39 -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전원장

송재봉 2023. 11. 4. 20:52

기업이나 공장 직원들이 여기에 남아서 소비도 하고,

자녀들이 머물 수 있는 R&D와 서비스 기능을 확대해야 해요

** 인터뷰 : 충북테크노파크 노근호 전 원장

▪송재봉 :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전 원장님을 사무실로 모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미래 산업을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지 걱정과 우려를 말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박사님이 쓰신 '지역살리기, 거침없이 피보팅하라'는 책을 보면서 우리지역에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들이 자리 잡고 정착하게 하는 과제 등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들이 매우 중요한 과제인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노근호 원장님을 모시고 지역경제 정책 및 산업의 성장과 미래전망 등에 대해 여쭤복 싶습니다. 우선 우리 지역의 주력 산업이 전략적 방향을 잘 잡고 있다고 보시나요?

노근호 원장 :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원종 지사님이 바이오토피아 충북을 만들고 끌고 오셨던 정책적 기조가 지금 충북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고 봐요. 거기서 파생된 게 반도체, 2차 전지, 바이오인데, 이게 전부 미래 산업이잖아요. 그러다보니까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반도체와 이차전지 회사가 (청주에) 들어오게 된 거죠. 이렇게 방향성이 잘 설정되었고, 인프라를 이시종 지사님이 12년 동안 잘 해오셨다고 봐요. 그런데 저는 늘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을 했어요. 결국은 사람이 이끌어가는 거잖아요. 지금 SK하이닉스나 대기업의 R&D기능은 마곡이나 판교, 분당으로 올라간 상황이잖아요. 그러면 졸업하는 학생들이 분당이나 판교, 마곡을 가지 않고 여기에 남아서 R&D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래 성장 동력은 결국 본사나 R&D 기능의 확충이 절대적이에요. 새로운 투자 유치를 하기보다는 본사가 머무를 수 있고, R&D 기능이 진작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해요. 인프라도 많이 형성이 되었고, 인구도 꾸준히 늘어나는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졌으니 이제는 국면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재봉 : 지금 청주시는 온통 산업단지개발이 집중되고 있잖아요. 산업단지 개발로 공장 부지 확보하고 적극적인 투자유치로 기업들이 지역에 내려오면 경제가 발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아요.

노근호 원장 : 공장을 늘리는 것에 대한 가시적 효과는 크죠. 공장 들어오고 종업원들이 들어오는데요. 그 사람들이 청주에 머물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거나 본사가 서울에 있으면 청주에 머물지 않고 본사의 지시대로 일을 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떠나요. 그래서 제가 볼 때는 기업이나 공장 직원들이 여기에 남아서 소비도 하고, 자녀들도 머무를 수 있도록 R&D기능이나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확대해야 해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후 소득 소비나 복지 같이 사람 문제가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임 지사님들이 해오셨던 정책적 기조로 많은 효과를 봤지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무리한 정책들을 바꿀 필요가 있는 시점인 거 같아요. 충북이 미래지향적인 산업 구조를 가지고 지역에 있는 기업들의 육성 전략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훨씬 기회가 늘어나는 거거든요. 청주에서 키운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가는 게 아니라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송재봉 : 저도 원장님 말씀에 100% 공감이 돼요. 양적 성장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우리 지역의 삶의 질 문제나 지역에서 공부를 하고 졸업한 학생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별로 없어요. 제조업 공장 중심의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는 넘치는데 여기서 공부한 학생들 중에는 서비스, 사무전문직 등 다른 영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는 지적도 상당히 있더라고요.

노근호 원장 : 얼마 전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나왔을 때 재밌는 보도를 하나 봤어요. 지역에 있는 의사들하고 수도권에 있는 의사들의 소득을 산출했을 때, 지역에 있는 의사들의 소득이 더 높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왜 지역에 있는 의사들이 서울로 갈까에 대한 지적이 포인트였어요. 그래서 보면 수도권으로 가는 이유는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교육적인 측면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우리 도나 시는 투자 유치나 양적 확대에 관심을 쏟는 것보다 문화, 교육, 의료 등에 관심을 가지고 포커싱을 하면 충북도 인력 수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송재봉 : 말씀대로 방향은 맞는데, 그러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그런 일자리들이 생겨날까요? 아니면 그런 산업을 유치하거나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이나 방향은 무엇이 있을까요?

노근호 원장 : 요즘 로케이션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잖아요. 젊은 친구들 사고방식이 일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닌 휴양이나 휴식도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경우가 많죠. 제가 원장으로 있을 때, 시군을 다니면서 몇몇 친구들을 만났어요. IT기업이 있는 판교에 있는 친구들이었어요. (그 친구들이 말하길) IT, 디지털 사회에서는 꼭 서울에 있어야지만 비즈니스가 되는 건 아니니까 공간에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IT기업은 공간에서 자유롭다는 거죠. (이런 걸 보면서) 트랜드를 빠르게 캐치해서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주고 도나 시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제가 정책기획단장, 기업지원단장을 할 때 오창에 가면 게임 업체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제가 지식산업진흥원에 가보니까, 거기 입주한 기업들은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아까 서비스 산업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제조업 서비스를 포함해서 전문 연구직, 전문 교육 서비스업 관련 분야에 질출하거나 도전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요. 여기 있는 중소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역량도 안 되고요. 그러면 이 친구들은 서울에 가서 취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오히려 여기에 있는 본사들이 그런 서비스 산업 연구 기반을 육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준다면 그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수가 있죠.

이제 도나 시는 투자 유치나 양적 확대에 관심을 쏟는 것보다

문화, 교육, 의료 등에 관심을 가지고 포커싱을 하면

충북도 인력 수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송재봉 : 그러네요. 오히려 대기업이 들어온다고 해도 생산직 일자리만 늘어나지 전문 서비스업 같은 분야의 자리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설령 있다고 해도 본사에서 파견 온 사람들이 그 역할을 하니까 지역 내 고용 창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말씀이시네요.

노근호 원장 : 저는 투자 유치에 쏟을 예산을 지역에서 창업하고 사업하는 기업들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바운드가 아니라 아웃바운드로 지역을 넘어 진출할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이요.

 

▪송재봉 : 지역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로에 맞는 지원 정책이 중요하겠네요.

▶ 노근호 원장 : 현재 도나 시의 가용 예산이 크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예산을 수도권에 본사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여 공장을 끌어오려고 하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면 예산이 소진돼서 여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견기업들에 투자를 못 하게 돼요. 예를 들어 에코프로 같은 경우에 R&D 기능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해결이 안 돼서 포항으로 가거나 지역을 떠날 수 있는 위기에 처해있어요. 유진 테크놀로지도 폴란드 등 해외 공장이 있는데 쉽지 않다고 해요. 거기는 전문직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데려갈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자동화할 수 있는 지역 네트워크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지역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정도의 기업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기업들한테 지원해주겠다고 크라고 하는 거는 아닌 거 같아요. 지역 내 성장하는 중견 기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 줘야죠. 만약 지역 내 중견기업들이 성장해서 본사를 잘 키운다면 오히려 수도권에 있는 기업들이 지역으로 내려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송재봉 : 나름의 성공 모델이 있을까요?

노근호 원장 : 아까 말한 기업들이 성공 모델이죠. 여기에서 IPO로 가면서 계속 성장하는 반도체 기업이나 에코프로 같은 기업들이 좋은 예시죠. 삼성, LG, SK, 한화 등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역에서는 나름의 보석 같은 기업들을 발굴해서 지원을 한다면 서울에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거죠. 결국 지자체와 청년들의 미스매치로 인해서 학생들이 자꾸 (지역을) 떠나니까 지역의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거죠.

 

▪송재봉 : 오창에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온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많고, 그게 가동이 되면 지역에 과학기술이나 연구 인프라가 좋아져서 기업의 경쟁력, 새로운 신제품 개발 등이 획기적으로 변할 거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잖아요. 그런데 또 다른 의견으로는 먼저 들어선 포항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어라구요. 방사광가속기가 우리가 갖고 있는 기대에 맞게 운영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지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노근호 원장 : 포항에 있는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했던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에요. 포스코와 조선소 인근 기업들이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요. 서울에 본사를 두고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이용을 했죠. 우선 보통 40개 정도 회로를 예정하고 있는데, 그 중 10개는 지역 기업들로 한정해요.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전문직이다 보니까 지역의 관점이 없어요. 그래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다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 40개까지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해요. 두 번째는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대기업뿐이에요. 중소기업들이 많다고 해서 그걸 이용할까요? 안 돼요. 그래서 기업을 키워야 해요. 기술력을 확충하고 확보해서 그걸 통해서 제품을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유니콘 기업을 넘어 더 큰 기업으로,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하는 역할을 해줘야 해요.

 

▪송재봉 : 그러면 지금 당장 우리 지역에 있는 기업들 중에 방사광가속기를 절실하게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있을까요?

노근호 원장 : 아마 오송에 있는 바이오 기업들 중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을 거예요. 지난 번에 대덕에서 회의를 했어요. 그 때 충북이 제2의 판교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오송에 있는 기업 사장님이 우리는 제2의 실리콘밸리, 2의 판교가 아닌 오송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오송에 있어요. 기업이 크지는 않지만, 그런 기업들은 DNAMRNA 등 새로운 유전자 병에 대한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충분히 시제품을 만들고 임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송재봉 : 바이오나 제약, 신약 개발 등 이런 기업들에서는 (방사광가속기가) 가까이 있음으로써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겠네요.

노근호 원장 : 그렇죠. 반도체 하면 주로 SK하이닉스만 떠오르긴 하는데, 여기 주변에 약 1조 가까이 되는 반도체 기업들도 꽤 많아요. 그런 기업들은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겠죠. 그렇기에 저는 2027년까지 잠재 수율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발굴해서 로드맵을 잘 짜내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해요. 방사광가속기가 본격 가동될 때에 맞춰서 자기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로드맵이 이제 4년 남았거든요. 그 안에 잘 해결해야죠. 충분히 성장을 해서 (회로를) 40개 중에 10개 아니라, 20개를 우리가 써야 되겠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메가시티에 대한 논의가 민선7기에 한참 논의되다가 민선8기 들어와서는 결국 부울경의 유산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부울경 경제 동맹을 만들면서 메가시티의 기본 관점을 벗어나 다시 조합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메가시티적인 관점의 초광역적 연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충북, 청주에 한정짓는 게 아니라 물리적 공간을 좀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지역에 상관없이 창업을 한 기업들이 방사광가속기를 24시간 밤새도록 가동할 수 있게 하고, 실험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숙박을 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같이 만들어준다면 인근 도시에 있는 기업들이 충북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송재봉 : 방사광 가속기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과학기술 기반의 지식산업 분야 기업의 본사를 오창이나 청주로 이전해 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봐야 되겠네요.

노근호 원장 : 그 생태계를 저희가 열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공장 짓는 것에만 토지를 활용할 것이 아니라 그런 기업들이 들어왔을 때를 염두해두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방사광가속기는 최첨단이기에 장비가 중요해요. 최첨단 장비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지역에 없을 수도 있고, 수입을 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자생적으로 장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들도 많이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에 있는 부품 장비 업체들 중에서 방사광가속기하고 연결될 수 있는 업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방사광가속기를 가동할 수 있는 인력이죠.

 

▪송재봉 : 방사광 가속기 가동 가능 인력을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까요? 관련학과를 만들어야 하나요?

노근호 원장 : 지금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학과를 만들었어요. 청주대도 포항 가속기에서 근무했던 교수를 채용했어요. 워낙 큰 조직이니까 (인력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아요. 그런 인력들이 제대로 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 또는 재교육 등이 많이 필요하죠. 이제는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바꾸는 게 중요해졌어요. 이시종 지사님 때까지만 해도 외연 확장이 중요하긴 했어요. 지역 불균형이나 여러 기반이 안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공공 정책보다는 민간 우선 정책이 지지될 거라고 생각해요. 정부는 지원을 하고 민간이 먼저 시작하는 정책으로 해야죠. 이렇게 전환이 된다면 기업이나 시민에게 호응 받을 수 있는 정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송재봉 : 오창은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까 직업 안정성과 급여가 높고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역으로 내수, 북이면을 가보면 아쉬움이 있어요. 지역 간의 균형도 한편으로는 중요한 문제잖아요. 이렇게 지속되면 오창, 옥산, 오송을 축으로 발전축이 계속 성장할 테고 나머지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 불균형 성장이라는 문제가 대두될 거 같아요.

노근호 원장 : 오송이나 오창은 계획 입지로 좋은 기업들을 유치하다 보니까 태생부터 그렇게 했죠. 그리고 북이면은 시작부터 기업들이 있었던 상태였고요. 그런데 오창에 있는 기업들의 불만은 인근에 땅이 없어서 공장을 늘릴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차라리 오창에서 일하느니 본사를 옮길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런 기업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환영 받고 지원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기업들을 주변 공단과 연계를 하거나, 노후화된 농공단지 등을 확보해서 재구조화한다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지역들을 섹터로 묶어서 중공업 지역으로 탈바꿈시켜서 제대로 된 산업단지로써의 역할을 만들어주는 거죠. 이런 전략을 통해 오송을 중심으로 파생되는 기업들의 공장들을 입지시킨다면 오창에 있는 기업들도 좋아할 거 같아요. 생산 라인의 일체성으로 보면 사실 바로 옆에 있어야 하거든요.

 

▪송재봉 : 내수 공항복합도시도 연구 용역이 진행되다가 좌초된 이유가 내수, 북이면이 절대 농지가 대부분인 데다가 대규모 축사들이 중간중간에 있다 보니까 개발 비용이 도저히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개발 가능 면적도 작고, 비용은 높기에 현실적으로 산업단지가 입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거죠. 이렇게 보면 대규모 산단 방식의 개발시도를 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는데, 박사님께서도 기존 입지 공장을 일정 정도 규모로 묶어서 용도를 상향한다거나 중공업 지역으로 전환하는 등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라고 보시는 거네요.

노근호 원장 : 젊은 친구들이나 여성들이 지역을 이탈하는 이유를 조사한 분석 결과를 보니, 지역이 남성 중심 혹은 제조업 중심이라는 지적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문화시설이나 공공 정책적인 후생복지 시설 등 인프라를 같이 깔아주는 거예요. 청년이나 여성들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자는 거죠.

 과학기술 인력은 미래 산업을 지향하기에 젊은 인력이 많을 수밖에 없고,

MZ세대나 알파세대 등 세대별로 취향이 무엇인지, 

정주인구가 아닌 관계인구를 지역이 어떻게 흡수하는지에 달라져요. 

 

▪ 송재봉 :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 보니까, 국책연구기관들도 지방으로 옮기면 약 3분의 1은 퇴직한다고 하더라고요.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던 전문 인력들이 그곳을 벗어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꽤 있을 거고, 그게 지방에 있는 기존 연구 인력에게는 기회이기도 한 거 같기는 했어요. 그러나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 연구 인력들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오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잖아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한데, 섞여야 융합의 효과도 나고 새로운 경쟁도 생기고 그럴 거 같은데, 그런 면에서 가능성은 있을까요?

노근호 원장 : 제가 매년 사서 보는 책이 하나 있어요. ‘코리아트랜드 2024’라는 책인데, 여기에 리퀴드 폴리탄이라는 키워드가 나왔어요. 지금은 공간이라는 개념이 정주의 개념이 아니라 액체처럼 흘러 다니는 개념이라는 거예요. 100개의 도시가 있다면, 도시마다 특성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거죠. 저는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과학기술 인력은 미래 산업을 지향하기에 젊은 인력이 많을 수밖에 없고, MZ세대나 알파세대 등 세대별로 취향이 무엇인지, 정주 인구가 아닌 관계 인구의 성격을 지역이 어떻게 흡수하는지를 보여줘요. 러니까 고여 있는 물처럼 여기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만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흘러 다니는 물처럼 수도권에 있는 젊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돼도 1년에 약 1-20%씩 그만두는 건 취향이 달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들의 취향에 맞추고 그런 마인드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해요.

 

▪송재봉 : 합계 출산율은 서울이 제일 낮잖아요. 그만큼 생활비가 많이 들고 경쟁을 치열해서 아이 낳고 키우기가 어려운 곳이 서울과 수도권인데, 지방은 출산정책을 열심히 하고 아이를 기껏 키워서 서울로 뺏기는 구조인 거죠. 그걸 역으로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안해지는 거죠.

노근호 원장 : 지금 오창, 오송에는 젊은 친구들이 많잖아요. 오창에 LG화학, 에코프로, LG엔솔 등 젊은 친구들이 눈여겨 볼 수 있는 기업들이 있는 거죠. 친구들도 가까이 있고 고향이기에 판교나 분당을 갈 이유가 없는 거죠. 저는 이런 걸 보면서 두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지역 기업가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크리에이터에요. 즉, 도시를 재해석하는 지역 기업가, 그리고 고객을 경험하고 경험 여정을 만드는 도시 기획자인 로컬 크리에이터가 있고요.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스스로 지역 기업을 알리고, 기업의 잠재력을 보여줘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계약직이라도 지역에 자기가 관심 있는 일자리만 있으면 지역에 남겠다는 응답 비중이 엄청 높았어요. 그러니까 기존에 리더라고 하는 분들이 청년들의 마음을 아직 모르고 있는 거죠.

 

▪송재봉 : 출퇴근 이동 시간과 거리가 길어서 힘들어 하면서도 서울, 수도권을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죠. 말씀을 듣다 보니까 우리가 추진한 산업 정책이 우리 지역 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는 접근 보다는 지역으로 오겠다는 기업들을 받아들이는데만 집중했던 것은 아닐까 싶네요. 또, 청년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원하는 일자리가 무엇이고 가고 싶은 기업이 무엇인지를 역으로 파악해서 적합한 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역방향으로 진행했어야 만족도도 높아지고 정주 청년들도 늘어났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시도가 앞으로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

노근호 원장 : 젊은 친구들이 단군 이래 최고 교육을 받은 애들이고 눈높이도 높죠. 청년들에 대한 수요 조사는 많이 해요. 그런데 무엇이 불만인지 물어봐도 후속 대안이 없어요. 청년 정책은 청년 정책대로, 기업 지원 정책은 기업 지원 정책대로 던져놓고 나니까 서로 매치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희박했죠. 참 어려운 거 같아요.

 

▪송재봉 :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걸 풀어내야 하는 게 숙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20대 청년들에게 원하는 일자리가 무엇인지 물으면 잘 모를 것 같아요. 내가 뭘 원하고 뭘 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아는 청년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걸 발굴하고 알아가는 과정부터 설계돼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일반적인 설문 방식으로 물어본다면 원하는 걸 이야기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출발해야 제대로 된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노근호 원장 : 청년들이 졸업 후에 갈 수 있는 게 기업에 취업하거나 공공기관 혹은 공무원이 되는 것, 그리고 창업하는 방법이 있어요. 아시는 것처럼 창업보다는 취업을 원하죠. 그 중에서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취업을 많이 하려해요. 아니면 S그룹, L그룹 정도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어요.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가치를 모르는 거예요. 이걸 보면서 청년들의 사고방식이 아직도 도식화되어 있다고 느껴요. 근본적으로 지역에서 좋은 기업 문화를 육성하고 있고, 지역의 기업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로 유의미한 일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걸 지속적으로 학생들한테도 알려줘야 해요.

 

▪송재봉 : 앞으로 지역내에서 교육과 정보의 소통, 공론의 자리를 확실히 늘려야 할 것 같아요. 알아야 문제가 보이고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거니까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번에 은퇴한 전문 연구자들 중에는 더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분들이 꽤 많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런 분들이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이 생각나요.

노근호 원장 : 이시종 지사님이 고경력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단지를 구상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때 회의에 갔는데, 공무원들은 주로 아파트 짓고 실버타운을 만들어서 휴양 개념의 단지를 구상해왔어요. 그런데 지사님 생각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결국 무산되기는 했지만, 저는 그게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65세 이상 되는 고경력자들이 많이 은퇴하고 있어요. 그 분들의 정주 여건을 만들어서 지식이 필요하다고 하면 지역 기업이나 대형 기업들과 연계하는 거죠. 그래서 (그 단지가)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아이템 등이 역동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교육이나 컨설팅, 사이언스 리터리시 등 교과서에서 배우는 성문화된 지식이 아닌 체화된 지식을 배우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송재봉 : 연구자들이 단순히 정주하는 공간이 아닌 좀 더 확장된 사이언스 빌리지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하겠네요.

노근호 원장 : 오창에 근무하는 창업자들은 거의 삼성, LG에서 은퇴하고 내려와서 창업하고 기업들과 연계하면서 벤더 역할을 하다 보니까 더 안정적인 경영이 돼요. 그분들이 여기에 남아 있도록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는 거죠. 여기서 자기 2세를 경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분들을 위한 의료시설이나 복지시설 등 또 다른 시설이 들어올 수도 있고요. 세대가 변화함에 따라 맞춰줄 수 있는 여건들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요.

 

▪송재봉 : 지역의 미래를 위해 꼭 한 번 만들 수 있도록 노력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제가 두서 없이 많이 여쭤봤는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하나는 지역 기업가, 다른 하나는 지역 크리에이터를 키워야 해요.

즉, 도시를 재해석하는 지역 기업가, 그리고 고객을 경험하고

경험 여정을 만드는 도시 기획자인 로컬 크리에이터가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