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이야기

시민단체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송재봉 2014. 3. 25. 08:33

시민단체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곳,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송재봉(충북시민재단 상임이사, 충북NGO센터장)

 

시민단체는 왜 생겨났을까? 우리사회에서 시민단체는 꼭 필요 한 걸까? 시민단체의 존재가치는 무엇일까? 이런 저런 질문에 우리는 뭐라 답할 수 있을까? 보통 시민단체의 가치는 자유, 평등, 인권, 정의, 생태, 성 평등, 평화, 박애 등으로 표현 한다. 다 좋은 말만 나열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이야기이지만 감동이 없다. 박제화 된 개념으로만 남아 있다. 또 시민단체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으로도 부족하다. 이러한 말은 권위주의적인 권력자들도 똑 같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단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실패와 시장실패의 대안으로 생겨났다고 이야기 한다. 국가 물리력(군대 경찰, 법, 행정 등)과 재원(세금과 재정)을 독점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관료제적 획일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국민이 만족할 할 수 있는 서비스 공급에 실패하고, 정책 실패로 인한 예산 낭비와 국민위에 군림하는 행태를 보이자 이를 교정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유 시장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율 조절되지 못하고, 독과점 형성되면서 불균등한 소득분배로 인한 빈부격차, 무한이윤 추구과정에서 환경오염과 노동자에 대한 착취, 기업이 상품 생산과 유통 정보를 독점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격 부풀리기, 불량식품 유통 등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키자 경제정의와 소비자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모두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설명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반론도 나올 수 있다. ‘시장실패를 꼭 NGO가 교정해야 하나, 정부가 하면 되지, 또 정부 실패가 있으면 정부의 실패한 기능을 시장에 넘기면 된다.’는 단편적인 주장에 대한 반론을 장황하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NGO의 필요성을 이론과 논리로만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구체적인 일을 가지고 설명해야하는데, 그중 가장 좋은 사례가 이주민노동인권센터가 아닐까 한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상대적인 저임금과 인권침해를 감수하며 자신과 가족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산업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해 정부와 시장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도록 만들기도 어렵고, 시장은 정부의 무관심에 감사할지 몰라도 정부를 상대로 이들의 노동권을 강화하자는 주장을 할 리가 없다. 이주노동자는 우리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존재하면서 정부와 시장의 실패로 인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권리구제를 받기 어렵다.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인권단체가 없다면 정부의 반노동정책과 기업주의 인권침해, 임금체불 등 부당노동 행위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청주에는 이주민노동인권센터가 있어 이주노동자들의 든든히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다. 수많은 상담과 피해사례 해결을 위해 자신의 일보다 더 열성적으로 기업주와 법원, 검찰, 경찰서를 찾아다니며 우리사회의 야만성과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이나마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이 개선되고, 국제 인권기준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

 

 말로만 하는 다문화 사회가 아닌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가 함께 깨달아 가도록 만들고 있다. 이 정도면 NGO가 우리사회에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