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천덕꾸러기 카드사, 우량금융기관으로 변신
카드대란으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카드사들이 우량금융기관으로 대변신 했다. 대변신의 실상을 살펴보기 전에 천덕꾸러기가 된 과정을 돌아보자.
한국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경제를 살린다고 카드사용 활성화를 통한 내수진작책을 경기부양책이라고 내놓았다.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 50퍼센트 제한을 없애고 카드발급기준을 완화하면서 길거리에서 카드를 나눠주다시피 하였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때 이루어지던 이른바 닌자(Ninja)대출 - 소득도(no income), 직업도(no job), 자산(no asset)도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준 것 - 과 똑같다. 카드연체자들은 카드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7퍼센트에 해당하는 이자에 카드사들의 이익까지 합쳐진 20퍼센트 내외의 높은 이자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체이자를 상환할 방법이 없어 결국은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었다. 400만 명의 신용불량자, 1,000만 명에 이르는 가족들까지 합해 전국민의 1/5이 빚에 시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잘못된 규제완화가 국민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진정한 비밀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동안의 이익은 금융자본이 독식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불을 끄는 데 있다. 2003년의 카드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의 상당수가 아직도 그 빚을 갚기 위해 소득의 상당액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월급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의 주요 당사자인 카드사들은 그렇지 않다. 1999년 578억 원에 불과하던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카드남발을 통해 2001년 6,002억 원으로 10배나 증가했으며, 2003년 초까지 카드사들은 이익금의 30퍼센트대를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카드대란이 발생하자 정부는 엘지카드에 지원한 2조 원을 포함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카드업계에 7조 원을 수혈해주었다. 국민의 입장에선 카드로 쓴 돈은 물론이고, 이자와 연체이자 그리고 세금까지 내는 고통을 감수한 것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9년, 카드사들은 정부의 카드업계에 대한 건전성 감독의 강화와 신용결제 권장 정책으로 우량금융기관으로 변신하였다. 2008년 전업카드사(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들의 경영실적은 가히 눈부시다. 2007년보다 9,530억 원이 감소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1조 6,557억 원에 달한다. 모든 카드사가 흑자를 시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9,530억 원의 흑자 감소를 가지고 카드사의 흑자규모가 대폭 줄었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2007년에는 신한카드의 법인세 감소효과 5,616억 원, 삼성카드 상장관련 특별이익 1,770억 원이라는 비경상이익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한 추정수익감소분 4,140억 원 그리고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분 2,797억 원 등 확인된 것만 계산해도 총 1조 4,323억 원의 감소 요인이 있었다. 이 감소 요인과 실제 감소폭의 차이가 4,793억 원에 달한다. 즉, 순수한 경기침체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금조달 이자비용 증가를 카드사용 증가로 인한 수익이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전업카드사들의 흑자규모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 수익률에 있어서도 다른 금융기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전업카드사들은 총자산수익률(ROA)이 2007년도에 7.42퍼센트에 달했다. 이 정도의 수익률은 같은 여신전문금융업계의 리스업이나 할부금융업, 신기술금융업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며, 다른 업종인 은행이나 증권업, 생명보험업보다도 높다. 은행은 수익률보다는 여신규모를 키워 수익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수익률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자자의 자기책임성이 높은 증권업이나 같은 여신전문금융업종 내부와 비교해서도 높다는 것은 전업카드사가 폭리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중소가맹점들의 줄기찬 수수료 인하요구로 인한 최근의 인하조치가 없었다면 수익률이 4.56퍼센트(2008년 1월~9월)로 떨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2008년 생명보험업의 총자산수익률 5.13퍼센트보다 뒤처지지도 않고 최고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다.
전업카드사들이 이처럼 높은 수익률과 흑자를 내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다른 금융업계와는 차별화된 비법을 이제부터 알아보자.
2. 카드사 흑자의 비밀은 가맹점 수수료
독자들은 카드사의 경이적인 경영성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지만 비법은 단순하다. 이런 수익률의 증가가 다른 금융업보다 유달리 경영을 잘 한 결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업과 비교하여 종사자 1인당 수익액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전업카드사들은 종사자 1인당 순이익액이 2007년도 1억 5,700만 원으로 금융업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으며,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후에도 변함없이 1억 원을 상회하고 있다. 전업카드사의 종사자들이 다른 금융업계 종사자들보다 특별히 우수한 집단만 가려뽑아 놓은 것도 아니고 다른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놀기만 한 것도 아닐 텐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카드사들의 높은 수익률과 생산성(?)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수익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드사의 수익구조는 여신전문금융업계가 영위하고 있는 리스나 할부금융, 신기술금융 등과 카드 사업이 있다. 카드사는 당연히 주력 부문인 카드사업 영역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카드사의 카드부문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의 60퍼센트대에서 2007년 80퍼센트대에 육박하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어 상대적, 절대적 영향이 모두 커졌다.
카드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절대화되는 경향과 더불어 카드수익 내에서 가맹점수수료의 비중과 규모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의 비중확대는 카드대란과 같은 신용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고 규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에만 의존하여 운영되는 구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카드사업부문 수익의 60퍼센트 수준으로 비중이 증가하고, 규모도 카드남발로 고점을 찍었던 2002년의 2조 4,000억여 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4조 6,000억여 원에 달하고 있다.
2007년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보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할부판매나 현금서비스는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이 시작된 1999년에 비해 각각 4.6배와 2배 늘어난 데 반해 일시불 거래는 8.4배나 늘어났다.
그렇다면 카드대란 이후 카드사의 건전성 회복과 막대한 흑자의 원인은 정부의 카드 활성화 정책에 따른 일시불 거래의 급증과 높은 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유지되는 고수익률 구조에 있는 것이다.
상법에는 기자본의 4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여신전문금융업은 예외를 인정받아 10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이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예금자나 투자자 보호 문제가 없고, 기술혁신을 통해 자금중계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드사가 정부의 카드 사용 활성화 정책에 따른 신용결제의 확대에 안주하여 가맹점 수수료 수입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은 카드사의 여신전문금융업체의 정체성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세원 확보 차원에서 일정 매출액 규모 이상의 업체들에게 카드사용을 의무화하고 자발적 가입을 하지 않을 때는 세무조사를 한다는 강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또한 카드사용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맹점 의무사항을 두고 있다. 결제를 거부할 경우 신고하면 포상금도 지급한다.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인센티브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결국 카드사는 정부가 세금 걷자고 만들어놓은 제도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업무의 위탁기관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3. 흑자의 혜택은 대형가맹점과 대주주에게 집중
카드사들은 흑자구조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자기자본 비율도 20퍼센트 중반대로 올라서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1개월 이상 연체채권 비율도 3퍼센트대 초반으로 안정화되었다. 물론 최근의 금융위기와 연체율의 소폭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상향 조정하여 2008년 현재, 1조 1,166억 원의 충당금이 적립되어 있고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카드사들은 막대한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수준을 넘어 우량한 수준에 도달했는데, 그 열매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 카드사들은 우선적으로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인하하였고 카드대란 이후 중단되었던 배당을 시작했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는 중소가맹점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1.5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신한카드가 2006년에 주당 9,521원씩, 2007년에는 당기순이익금 1조 6,524억 원의 47.1퍼센트를 배당하였고, 그 금액은 주식액면가의 111.8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삼성카드도 2006년에 주당 2,752원씩, 2007년에는 당기순이익금의 5,718억 원의 20.5퍼센트를 배당하였다. 전업카드사의 주주는 개미투자자는 거의 없다. 은행과 재벌이 거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롯데, 삼성, 현대와 같은 재벌기업들, 초국적 기업인 GE, 그리고 2008년 8월 31일 현재기준 외국인 지분율이 54.1퍼센트인 신한금융지주, 71.2퍼센트인 하나금융지주, 100퍼센트인 SC제일은행과 같은 금융자본들이다.
물론 2007년과 2008년을 거치면서 유흥사치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대해 영세가맹점은 최대 2.3퍼센트, 일반가맹점은 최대 3.5퍼센트 수준으로 수수료가 인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가맹점의 1.5퍼센트의 2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수료 인하는 영세가맹점에 대해 주로 이루어졌고 그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의 이익 감소폭은 연간 4,140억 원 수준이었다. 카드사들은 2007년보다 9,530억 원이나 줄었음에도 2008년에 1조 6,557억 원의 흑자를 보았음을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충분히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
4. 원가공개로 투명성을 높여야
아마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라면 카드사들은 엄살을 필 수도 있다. 카드사가 현행 수수료가 적정하다는 주장을 하려면 투명하게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카드사의 비용공개는 아래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타 비용으로 뭉뚱그려진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가맹점 수수료와 상관없는 비용까지 포함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카드수익이 카드업체 전체 수익에서 80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을 보면 카드부문 뿐 아니라 다른 부문에도 투입되는 일반관리비 등이 세밀하게 구분하여 분류되어 있지 않다. 카드비용과 일반관리비, 기타영업비용까지 합산해야 79.95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카드부문에서도 현금서비스나 리볼빙과 같은 대출기능을 가진 상품들이 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가맹점 수수료에 포함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이쯤되면 카드사도 반론으로 제기하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카드사 스스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휘황찬란한 논리가 아니라 실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카드사로서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확대되는 신용결제, 그와 동시에 확보되는 가맹점 수수료는 신용거래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노다지 광맥이다. 카드사들이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국가가 세금 확보를 위해 맡겨놓은 대금결제 기능의 공공성을 중요시하여 자율적으로 적정한 수수료를 책정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 그들은 공무원이 아니다. 7.42퍼센트에 달하는 총자산수익률을 기록할 때에도 소상공인들의 줄기찬 요구와 정부의 간섭이 있기 전에 먼저 나서서 수수료 인하를 얘기한 적은 없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못 내리는 건지 안 내리는 건지를 스스로 증명하여야 하며, 정부도 본분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일영 kiyhh@saesayon.org
[출처] 신용카드 수수료, 못 내리는 걸까 안 내리는 걸까 |작성자 이원영
천덕꾸러기 카드사, 우량금융기관으로 변신
카드대란으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카드사들이 우량금융기관으로 대변신 했다. 대변신의 실상을 살펴보기 전에 천덕꾸러기가 된 과정을 돌아보자.
한국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경제를 살린다고 카드사용 활성화를 통한 내수진작책을 경기부양책이라고 내놓았다.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 50퍼센트 제한을 없애고 카드발급기준을 완화하면서 길거리에서 카드를 나눠주다시피 하였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때 이루어지던 이른바 닌자(Ninja)대출 - 소득도(no income), 직업도(no job), 자산(no asset)도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준 것 - 과 똑같다. 카드연체자들은 카드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7퍼센트에 해당하는 이자에 카드사들의 이익까지 합쳐진 20퍼센트 내외의 높은 이자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체이자를 상환할 방법이 없어 결국은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었다. 400만 명의 신용불량자, 1,000만 명에 이르는 가족들까지 합해 전국민의 1/5이 빚에 시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잘못된 규제완화가 국민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진정한 비밀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동안의 이익은 금융자본이 독식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불을 끄는 데 있다. 2003년의 카드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의 상당수가 아직도 그 빚을 갚기 위해 소득의 상당액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월급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의 주요 당사자인 카드사들은 그렇지 않다. 1999년 578억 원에 불과하던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카드남발을 통해 2001년 6,002억 원으로 10배나 증가했으며, 2003년 초까지 카드사들은 이익금의 30퍼센트대를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카드대란이 발생하자 정부는 엘지카드에 지원한 2조 원을 포함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카드업계에 7조 원을 수혈해주었다. 국민의 입장에선 카드로 쓴 돈은 물론이고, 이자와 연체이자 그리고 세금까지 내는 고통을 감수한 것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9년, 카드사들은 정부의 카드업계에 대한 건전성 감독의 강화와 신용결제 권장 정책으로 우량금융기관으로 변신하였다. 2008년 전업카드사(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들의 경영실적은 가히 눈부시다. 2007년보다 9,530억 원이 감소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1조 6,557억 원에 달한다. 모든 카드사가 흑자를 시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9,530억 원의 흑자 감소를 가지고 카드사의 흑자규모가 대폭 줄었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2007년에는 신한카드의 법인세 감소효과 5,616억 원, 삼성카드 상장관련 특별이익 1,770억 원이라는 비경상이익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한 추정수익감소분 4,140억 원 그리고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분 2,797억 원 등 확인된 것만 계산해도 총 1조 4,323억 원의 감소 요인이 있었다. 이 감소 요인과 실제 감소폭의 차이가 4,793억 원에 달한다. 즉, 순수한 경기침체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금조달 이자비용 증가를 카드사용 증가로 인한 수익이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전업카드사들의 흑자규모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 수익률에 있어서도 다른 금융기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전업카드사들은 총자산수익률(ROA)이 2007년도에 7.42퍼센트에 달했다. 이 정도의 수익률은 같은 여신전문금융업계의 리스업이나 할부금융업, 신기술금융업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며, 다른 업종인 은행이나 증권업, 생명보험업보다도 높다. 은행은 수익률보다는 여신규모를 키워 수익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수익률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자자의 자기책임성이 높은 증권업이나 같은 여신전문금융업종 내부와 비교해서도 높다는 것은 전업카드사가 폭리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중소가맹점들의 줄기찬 수수료 인하요구로 인한 최근의 인하조치가 없었다면 수익률이 4.56퍼센트(2008년 1월~9월)로 떨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2008년 생명보험업의 총자산수익률 5.13퍼센트보다 뒤처지지도 않고 최고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다.
전업카드사들이 이처럼 높은 수익률과 흑자를 내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다른 금융업계와는 차별화된 비법을 이제부터 알아보자.
2. 카드사 흑자의 비밀은 가맹점 수수료
독자들은 카드사의 경이적인 경영성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지만 비법은 단순하다. 이런 수익률의 증가가 다른 금융업보다 유달리 경영을 잘 한 결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업과 비교하여 종사자 1인당 수익액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전업카드사들은 종사자 1인당 순이익액이 2007년도 1억 5,700만 원으로 금융업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으며,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후에도 변함없이 1억 원을 상회하고 있다. 전업카드사의 종사자들이 다른 금융업계 종사자들보다 특별히 우수한 집단만 가려뽑아 놓은 것도 아니고 다른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놀기만 한 것도 아닐 텐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카드사들의 높은 수익률과 생산성(?)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수익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드사의 수익구조는 여신전문금융업계가 영위하고 있는 리스나 할부금융, 신기술금융 등과 카드 사업이 있다. 카드사는 당연히 주력 부문인 카드사업 영역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카드사의 카드부문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의 60퍼센트대에서 2007년 80퍼센트대에 육박하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어 상대적, 절대적 영향이 모두 커졌다.
카드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절대화되는 경향과 더불어 카드수익 내에서 가맹점수수료의 비중과 규모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의 비중확대는 카드대란과 같은 신용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고 규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에만 의존하여 운영되는 구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카드사업부문 수익의 60퍼센트 수준으로 비중이 증가하고, 규모도 카드남발로 고점을 찍었던 2002년의 2조 4,000억여 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4조 6,000억여 원에 달하고 있다.
2007년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보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할부판매나 현금서비스는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이 시작된 1999년에 비해 각각 4.6배와 2배 늘어난 데 반해 일시불 거래는 8.4배나 늘어났다.
그렇다면 카드대란 이후 카드사의 건전성 회복과 막대한 흑자의 원인은 정부의 카드 활성화 정책에 따른 일시불 거래의 급증과 높은 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유지되는 고수익률 구조에 있는 것이다.
상법에는 기자본의 4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여신전문금융업은 예외를 인정받아 10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이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예금자나 투자자 보호 문제가 없고, 기술혁신을 통해 자금중계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드사가 정부의 카드 사용 활성화 정책에 따른 신용결제의 확대에 안주하여 가맹점 수수료 수입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은 카드사의 여신전문금융업체의 정체성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세원 확보 차원에서 일정 매출액 규모 이상의 업체들에게 카드사용을 의무화하고 자발적 가입을 하지 않을 때는 세무조사를 한다는 강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또한 카드사용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맹점 의무사항을 두고 있다. 결제를 거부할 경우 신고하면 포상금도 지급한다.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인센티브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결국 카드사는 정부가 세금 걷자고 만들어놓은 제도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업무의 위탁기관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3. 흑자의 혜택은 대형가맹점과 대주주에게 집중
카드사들은 흑자구조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자기자본 비율도 20퍼센트 중반대로 올라서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1개월 이상 연체채권 비율도 3퍼센트대 초반으로 안정화되었다. 물론 최근의 금융위기와 연체율의 소폭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상향 조정하여 2008년 현재, 1조 1,166억 원의 충당금이 적립되어 있고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카드사들은 막대한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수준을 넘어 우량한 수준에 도달했는데, 그 열매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 카드사들은 우선적으로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인하하였고 카드대란 이후 중단되었던 배당을 시작했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는 중소가맹점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1.5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신한카드가 2006년에 주당 9,521원씩, 2007년에는 당기순이익금 1조 6,524억 원의 47.1퍼센트를 배당하였고, 그 금액은 주식액면가의 111.8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삼성카드도 2006년에 주당 2,752원씩, 2007년에는 당기순이익금의 5,718억 원의 20.5퍼센트를 배당하였다. 전업카드사의 주주는 개미투자자는 거의 없다. 은행과 재벌이 거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롯데, 삼성, 현대와 같은 재벌기업들, 초국적 기업인 GE, 그리고 2008년 8월 31일 현재기준 외국인 지분율이 54.1퍼센트인 신한금융지주, 71.2퍼센트인 하나금융지주, 100퍼센트인 SC제일은행과 같은 금융자본들이다.
물론 2007년과 2008년을 거치면서 유흥사치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대해 영세가맹점은 최대 2.3퍼센트, 일반가맹점은 최대 3.5퍼센트 수준으로 수수료가 인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가맹점의 1.5퍼센트의 2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수료 인하는 영세가맹점에 대해 주로 이루어졌고 그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의 이익 감소폭은 연간 4,140억 원 수준이었다. 카드사들은 2007년보다 9,530억 원이나 줄었음에도 2008년에 1조 6,557억 원의 흑자를 보았음을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충분히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
4. 원가공개로 투명성을 높여야
아마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라면 카드사들은 엄살을 필 수도 있다. 카드사가 현행 수수료가 적정하다는 주장을 하려면 투명하게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카드사의 비용공개는 아래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타 비용으로 뭉뚱그려진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가맹점 수수료와 상관없는 비용까지 포함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카드수익이 카드업체 전체 수익에서 80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을 보면 카드부문 뿐 아니라 다른 부문에도 투입되는 일반관리비 등이 세밀하게 구분하여 분류되어 있지 않다. 카드비용과 일반관리비, 기타영업비용까지 합산해야 79.95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카드부문에서도 현금서비스나 리볼빙과 같은 대출기능을 가진 상품들이 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가맹점 수수료에 포함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이쯤되면 카드사도 반론으로 제기하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카드사 스스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휘황찬란한 논리가 아니라 실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카드사로서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확대되는 신용결제, 그와 동시에 확보되는 가맹점 수수료는 신용거래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노다지 광맥이다. 카드사들이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국가가 세금 확보를 위해 맡겨놓은 대금결제 기능의 공공성을 중요시하여 자율적으로 적정한 수수료를 책정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 그들은 공무원이 아니다. 7.42퍼센트에 달하는 총자산수익률을 기록할 때에도 소상공인들의 줄기찬 요구와 정부의 간섭이 있기 전에 먼저 나서서 수수료 인하를 얘기한 적은 없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못 내리는 건지 안 내리는 건지를 스스로 증명하여야 하며, 정부도 본분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일영 kiyhh@saesayon.org
[출처] 신용카드 수수료, 못 내리는 걸까 안 내리는 걸까 |작성자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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