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봉 충북NGO센터 |
삭막한 아파트촌에 공동육아, 공유주차장, 경비노동자 권익보호, 에너지 절약, 마을축제 등 이웃 간 정이 흐르는 아파트 공동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일부의 모델 사례일 뿐 아파트는 이권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 경비원 해고 등 소외와 무관심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최근 청주시에서는 입주자 대표회의가 아파트 입주민 축제경비를 과다 집행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사례, 위탁 관리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입주자 대표회의 입찰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일부 주민의 문제제기로 갈등하고 있는 사례가 발생했다.
또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폭행사건이 일어나 경찰이 출동했는가 하면, 입주자대표회장과 주민 간에 회장의 자격문제, 아파트 관리방식을 위탁으로 할지 주민자치제로 할지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등 아파트 관리와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이 주민 자치역량을 통해 민주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되거나 소송으로 가면서 주민공동체가 깨지고 이웃 간 회복 불능의 상처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할 만큼 공동주택은 가장 일반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공동주택의 관리 운영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주민참여와 자치가 정착되지 못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불신이 깊고, 각종 이권을 둘러싼 쟁투가 반복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가 거액의 관리비를 운영하면서 하자보수 업자 선정, 각종 공사 발주, 관리업체 선정 등에서 이권개입, 회계조작, 뇌물 수수 등 비리가 발생하고 있으나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관리법상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외부감사를 받도록 했지만, 주민 3분의 2이상이 반대하면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청주시도 공동주택 감사TF를 구성, 아파트 관리 실태조사를 진행하여 각종 위반 사례를 적발 시정조치 하는 등 비리 근절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청주시의 대응은 공공의 적극적 개입과 주민참여 확대 등의 측면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관리비 거품은 빼고 갈등은 줄이는 ‘맑은 아파트 만들기’ 사업을 통해 공동주택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사업을 보면 온라인 투표 확대, 300세대 이상 아파트 실태조사와 소규모 단지 공동주택 관리 컨설팅, 아파트관리 품질 등급제 도입, 공동주택 한마당 개최, 공동주택 상담실 운영 등이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민간아파트 중 관리문제로 장기간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의 주민들이 요청할 경우 아파트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최대 2년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관리소장을 파견하여 직접 관리하는 ‘공공위탁관리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또한 공동주택 관리준칙 개정으로 3000만원 이상 공사 용역은 입찰공고 이전 전문가 자문을 의무화하는 등 공사 용역 분야의 투명성 제고, 입주자 대표회의의 의결사항에 이의가 있으면 주민들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 신설, 주민 참여 확대를 위한 아파트 관리 주민학교 개최도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동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무관심했던 아파트가 풀뿌리 민주주의 훈련장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 참여형 의사결정 방식으로 서울시 223개 아파트 단지에서 온라인투표로 아파트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의 경우도 아파트 비리의 사전 예방, 지속가능한 주민자치 역량강화, 주민참여형 주거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자치 역량이 부족한 주민에게만 내맡기지 말고 서울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해 나갔으면 한다.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