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고

통합청주시 상생과 도약의 방향으로 가고 있나?

송재봉 2015. 11. 26. 12:59

통합청주시 상생과 도약의 방향으로 가고 있나?

 

송재봉(충북시민재단 상임이사) 

 

 

1. 통합 청주시 1년, 새로운 방향모색

 

 

 

 

 

 

기대와 환호속에 통합 1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모습과 실망스런 모습이 동시에 확인되고 있다. 우선 청주 청원의 정서적, 의식적 구분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요인이 사라지고 통합적 관점에서 사고하는 힘이 생겼다는 점이다. 청주시 균형발전 기본계획 수립 등 상생발전 협약의 충실한 이행노력 그리고 기존 유명무실하던 구청이 4개로 분구되면서 구청간 선의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통합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기존 청원군민의 입장에서 보면 구청의 존재가 행정계층만 하나 더 생겨나면서 각종 민원업무 처리의 혼란과 불편을 주고 있다. 통합이 행정서비스 질을 개선할 것이란 주장을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직사회 내부의 파벌과 행정문화의 차이로 인한 갈등, 주민참여 행정의 위축과 청렴성, 오락가락 CI, 청사신축 약속 불이행, 청주노인전문병원, 도수관로 파열로 인한 상수도 공급 중단 등 위기관리와 갈등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현안문제에도 선도적인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통합시에 걸맞은 행정 혁신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 3전 4기 통합운동의 의미와 성공요인

 

(1) 통합의 성공요인

청주청원 통합이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청주시민과 청원군민의 통합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점. 둘째,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청원군수는 단체장 임기 시작일인 7월 1일부터 청주․청원통합 도․시․군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기 시작하는 등 통합 공약 실천의지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 셋째, 시민사회 단체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 청원․청주 통합시․군민협의회 등 민간차원의 통합운동 조직에 대한 적극적인 권한과 역할 부여로 민민 갈등 예방 넷째, 지역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를 통한 여론형성. 다섯째, 청주시의회와 청원군의회의 유기적인 협력. 여섯째,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통합여건 조성 등이 함께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청원 청주 통합이 청원군민의 주민투표라는 방식을 통해 결정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1) 주민주도의 상향식 통합추진

시민단체들은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지사, 시장 군수, 군의원 후보들에게 통합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임기 내 통합을 실현한다는 서약을 받아내었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도 선거과정에서 2012년까지 통합을 추진한다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였다. 민간이 주도하는 통합분위기가 성숙하면서 청원군은 청원군내 직능단체와 민간단체가 주축이 된 ‘청원청주통합군민협의회’를 발족하였다. 청주시도 시민단체와 직능단체가 중심이 된 ‘청원청주통합시민협의회’를 발족하였다. 청원군민협의회는 군민의 의견을 수렴한 상생발전 방안을 정리하여 청주시에 먼저 제안하였고, 청주시민협의회는 군민협의회 제안사항을 검토하여 양시군민협의회가 수차에 걸친 협의과정을 통해 합의한 상생발전 협약 사항을 청주시장과 청원군수가 합의하여 서약하도록 하였다. 협의과정에서 청주시민협의회는 청원군민의 입장을 존중하며 ‘상호 대등한 통합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청원군민협의회는 읍면순회설명회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협의사항과 통합의 장단점을 알리고 주민들과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다.

시민협의회와 군민협의회는 상생발전방안을 합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합 주민투표 과정에는 투표참여 운동, 통합 찬․반단체 간 갈등유발 억제와 조정역할을 하는 등 주민주도 통합의 모범사례를 창출하였다.

2) 청원군의 주도적 역할

통합추진기구 명칭에서부터 ‘청주’보다는 ‘청원’의 주도성이 보장되는 청원․청주통합시민협의회로 하는 등 청원군의 입장이 반영되였다. 청원․청주 통합시 모델제시를 위한 연구용역도 청원군 주도로 진행, 상행발전방안 합의 과정에서도 청원군민협의회가 먼저 협의안을 만들어 제안하고, 청주시민협의회는 청원군민협의회의 제안 내용을 적극 수용하는 방향에서 논의를 진행하였다. 통합방식에 대해서도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보다 청주시민과 청원군민의 의견을 존중하여 청주시는 의회의결, 청원군은 주민투표로 방향을 정하였으며, 통합사전 조건으로 제시한 버스요금 단일화도 청원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청주시민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투표참여운동도 청주시민의 개입을 자제하고 청원군민의 자유로운 뜻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으며 노농교류와 농촌 일손 돕기 등 통합의 분위기와 여건조성에 주력하였다. 이처럼 4차 통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청원군민들이 스스로의 논의와 판단에 따라 통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청원군의 주도권이 철저히 보장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 충북도 청주시 청원군의 유기적 협력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이종윤 청원군수, 한범덕 청주시장은 취임 한 달 후인 2010년 8월에 주민참여형 통합, 통합시 비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상생발전 방안 협의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하였다. 그리고 이를 몇 차례에 거쳐 재확인함으로서 통합으로 인한 지역민간의 갈등과 불만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지역사회 전반의 합의 분위기 형성에 성공하였다. 또한 통합 추진관련 로드맵을 조기에 확정하고 단계별 추진 전략을 수립하였던 것도 주효했다.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청원군수는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간 이견이 있거나, 주민 간 갈등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공동의 합의도출을 위한 적극적인 조정과 중재역할을 하였으며, 재정분담에 대해서도 통 크게 협력했다. 이처럼 통합대상 단체장인 청주시장과 청원군수 그리고 통합과정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한 충북도지사 등이 통합에 대한 일관된 의지를 가지고 청주시민협과 청원군민협 등 민간 통합추진 기구들과 유기적인 협력과 지원활동을 하였던 것도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4) 합리적인 갈등해결 메커니즘의 구축과 운영

청주․청원통합 과정에서 갈등과 위기라 증폭되지 않고 원만히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자체적인 갈등해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 지역 청원군민협의회 구성과정에서부터 통합 찬성 단체만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통합반대 주장을 가지고 있는 인사까지 포괄한 인적 구성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청원군민협과 청주시민협간의 상생발전 방안에 대한 단계적인 협의 조정 시스템이 가동되었다는 점이다. 청원군민협의회의 자체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협의안 마련, 청주시민협 자체적인 제안 사항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과정을 통해 1단계로 청원 청주 시․군민 협의회 간에 논의를 통한 1차 합의 도출, 이견이 있어 최종 합의되지 못한 사항은 2단계로 청주 청원 단체장들간의 협의를 통해 합의를 하도록 하였으며, 최종적으로는 민관정관계자로 구성된 청원․청주통합공동추진협의회에서 최종합의안을 도출하였다. 이는 통합에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여 단계적으로 합의 조정함으로써 통합 당사자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완화하는데 기여하였다.

5) 통합 당사자들 간의 신뢰 형성 노력

청주 청원은 민관이 신뢰구축을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였다는 점이다. 먼저 자치단체장은 통합 공약 실천을 위한 합의서 발표, 청주 청원 공무원들의 실무협의회 구성과 민간단체와의 정보공유, 민간 차원의 통합활동 지원, 청주청원 광역행정협의회 재가동으로 상호간의 협의를 통한 공동사업 발굴과 실천을 하였다. 특히 공무원간 인사교류, 합동 워크숍 개최, 문화 체육행사 교류와 참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자체간, 지자체와 민간단체 간 신뢰형성을 노력을 지속하였다.

 

(2) 청원․청주 통합의 의미와 전망

 

청주․청원 통합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중심 자율통합을 큰 갈등 없이 매우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 이뤄냈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청주청원통합은 불합리한 행정구역 통합의 모델사례로서의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 박명은 과장이 월간 지방자치(2013.1.28)에 기고한 ‘청주․청원 자율통합 성공 요인’이란 제목의 발표문에서 청주 청원 통합사례가 주는 시사점으로 첫째, 통합주체로서 주민들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여 통합 전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점이다. 둘째로 통합촉진자로서 단체장이 시민단체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하는 한편, 상생발전 사업을 추진하여 통합 기반을 마련하였다. 셋째로 주민에게 통합효과를 사전에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양 지역 공무원간 인사교류를 실시하는 등 상호 신뢰구축을 위하여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통합은 지역사회내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업인 만큼 이러한 갈등요인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주도 통합을 이뤄낸 청주시의 사례는 통합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평가하였다.

 

이상의 관점에서 청주 청원 통합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립적 지역발전 기반 조성

한국은행 충북본부가 2011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할 경우 전국 8개도 13개 도시를 대상으로 경제력 종합지수를 측정한 결과 통합 청주시는 경제력(10위→4위), 경제 성장 기반(7위→1위), 실물경제(10위→3위), 재정(10위→6위) 등 모든 부문에서 순위가 급상승하는 것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것처럼 도시의 성장 잠재력이 강화되었다.

2014년 7월 1일 분리 68년만에 재통합 되는 청주시는 50만 이상 대도시 중 면적기준 2위, 재정 4위, 인구 6위 규모의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이는 단순 규모의 문제를 뛰어넘어 청주시와 청원군의 인적 물적 자원의 화학적 결합으로 산업, 농업, 서비스업 등 전반적인 대내외적 자립역량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통합으로 인한 시민의 자긍심 고취로 새로운 도전과 실험적 사업추진 용이해진 측면에서의 의미도 있다.

또한 행정중심 복합도시 세종시, 오송 바이오, 오창IT, 청주공항을 종합적으로 연계한 중부권 핵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물적 인적 기반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 생활권과 행정권의 일치로 행정서비스 개선

청주 청원은 단일 생활권임에도 인위적인 행정권 불리로 인해 청주 시민과 청원 군민 모두에게 문화, 복지, 보건 환경 등 행정 서비스가 균질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행정구역의 통합은 불필요한 중복 시설투자 개선으로 행정의 비효율과 낭비적 요서를 개선하여 예산을 시민 생활의 질 개선에 더 많이 투자 할 수 있는 여력이 발생하였다고 평가된다.

 

3) 시민의 자치역량 강화

청주 청원 통합 과정에서 양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통합논의가 진행되고, 이를 행정과 정치권이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통합과정에서 거버넌스가 실현되었다. 통합 이전까지 청주시의 역동적인 시민사회 활동에 비해 청원군의 경우 농민운동을 제외하고는 지역 여건상 자율적 시민사회가 성장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으나, 통합을 계기로 시민사회 역량의 통합으로 행정참여, 지역정책 개발, 권력 감시 등 전반적인 주민자치역량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되었다.

녹색청주협의회, 사회복지협의체 등 거버넌스 기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NGO, 농민회, 자원봉사 등 다양한 민간 기구들의 통합으로 조직역량의 확대 강화 가능성이 생겼다.

 

4) 도시 브랜드 가치와 자부심 상승

통합 청주시에 대한 시민의 자부심 상승으로 지역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지역적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으며, 대내외적인 도시의 이미지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3. 통합정신의 계승과 청주의 미래

 

통합의 가장 중요한 가치와 정신은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이며 이를 위해 행정혁신, 주민참여형 거버넌스, 도시 농촌의 균형발전, 청주를 뛰어넘은 주변지역과의 상생과 협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 1년이 지나면서 통합청주시가 이러한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주민참여 행정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시정의 중요한 정책결정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발표되어 혼선을 주거나,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형식적인 주민의견 수렵을 한다는 비판여론이 생기고 있다.

따라서 청주시는 통합의 정신과 가치 구현 차원에서 주민참여에 기초한 거버넌스 행정을 위한 청주시 시민참여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단계적인 주민참여 확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도시와 농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균형발전 특별회계의 설치와 성과 측정으로 농촌지역과 낙후지역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로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종시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 분담을 위한 전략적 협력체계 구축, 오송역의 대내외적인 위상강화를 위한 상징화 작업, 구도심과 농촌지역의 자립성과 자생력 강화를 위한 마을공동체 복원,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의 확대 등 지역순환경제 시스템 구축 등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역발전 전략에 보다 큰 관심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