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후보 소통·혁신 한계
무상급식·로컬푸드 직매장…
잘 뽑은 단체장이 삶의질 개선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선거를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정당과 후보 간 차이가 보인다. 그러면 최악의 후보가 당선될 확률은 낮아지고, 풀뿌리 지방자치도 조금씩 진보하게 될 것이다.
투표는 참된 일꾼을 선택하는 것이다. ‘에라 잘 모르겠다’ ‘그냥 정당 보고’ ‘조금 더 아는 단체장 보고 그냥 콱…’ 이런 ‘줄투표’ 관행은 유권자의 제대로 된 권리 행사라 할 수 없다.
지금 지방자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거대 양당의 전유물이 돼 다양한 주민의 요구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단체장과 의회를 한 정당이 독점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도 수두룩하다. 생활정치의 중심이어야 할 지방의회는 단체장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면서 존재감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 공천된 후보를 보면 상당수가 전·현직 관료 출신이다. 지방자치에도 ‘관피아’가 적지 않다. 관료정치는 지방정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주민과의 소통, 수평적 협력, 혁신정책 도입, 생활정치 이념 실현 등에선 한계를 보인다.
생활정치는 시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치,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 제기되는 생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태껏 생활정치도, 이를 실천하는 참생활정치인도 별로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선거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의문만 늘어갔다.
하지만 민선 5기 곳곳에서 보여준 생활정치 영역의 다양한 혁신은 이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놨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학부모 부담은 줄이고 먹을거리의 안전도는 높였다. 전북 완주군에서는 날마다 1000여명이 찾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만들어 농민과 소비자가 고루 상생하는 모델도 만들어졌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실질적인 도입, 자살 예방 휴먼서비스 도입, 범죄 예방 디자인 기법(셉테드) 등으로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례 등을 통해 좋은 단체장을 뽑으면 지역이 변하고 주민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선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지방정치 구조를 바꾸고, 지역주민이 주인 되는 생활정치가 좀더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지방정치를 바꿔야 한다. 참여한 만큼 세상은 변한다.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의 요구에 반응하는 후보는 없다. 둘째, 시민의 일상적 삶을 살피는 생활정치 후보를 선별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는 것처럼 깨어 있는 시민의 눈으로 생활정치를 실천할 후보를 분별하는 유권자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셋째, 좋은 정책을 가진 후보가 의회에 입성하려면 후보와 공약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후보의 살아온 경력과 지역사회 봉사 정도,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의 타당성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만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투표 관행은 위험하다.
주인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대리인은 언제나 주인을 배반한다. 나를 대신할 사람이 어떤 성품인지, 능력은 있는지, 나를 속이지는 않을지 제대로 보지 않고 선임하면 십중팔구 자신에게 화가 미치게 된다. 주인이 깨어 있어야 유능한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고, 대리인이 주인을 위해 헌신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번엔 제대로 투표하자. 송재봉 충북엔지오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