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봉의 청원 감성 동행

[길위의 재봉이 50] 율량동 보람플라워 최숙희 대표

송재봉 2024. 4. 7. 19:23

모든 자재값이 올랐는데, 꽃 가격은 20년전 그대로여요

내 인건비도 안 나오는 꽃집도 사실 되게 많아요.

*** 만난 사람 : 최숙희 대표(율량동 보람플라워)

▪ 송재봉 : 여기가 꽃집 이름이 보람플라워지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가 길위의 재봉이라고 우리 지역, 특히 청원에 살고 계신 분들을 찾아뵙고 그분들이 살아온 이야기도 듣고 또 그 사업과 본인이 하는 일과 관련돼서 우리 사회가 개선하거나 고쳐야 될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도 하고, 대안도 모색해 보는 자리를 쭉 마련해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율량동 신흥고 앞에서 보람플라워 꽃집을 운영하시는 최숙희 대표님을 찾아뵙고 꽃과 관련된 이야기도 여쭤보고 자영업과 관련된 현안이나, 어떤 것을 좀 개선해야 될지 여쭤보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최숙희 대표 :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직장에 들어가기 어려워지나 보니 꽃집이나 카페 창업이 많이 늘어나고, 이런 일을 쉽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저희 매장 근처만 해도 여기서 걸어서 1분도 안 되는데 꽃집이 또 있어요. 고객은 제한돼 있는데 나눠 먹어야 하니까 갈수록 영업이 잘 안 되고 있어요.

 

▪ 송재봉 : 꽃집을 하신 지는 얼마나 오래되셨나요? 그리고 우리 지역에서는 꽃집 말고 뭐라고 표현해요?

최숙희 대표 : 여기 율량동 한자리에서 30년 넘게 꽃집을 해 왔고요. 꽃집 말고 화원이라고도 부르기도해요.

 

▪ 송재봉 : 화원, 꽃집, 화원을 운영하신 업력으로 보면 이 근처에서 제일 오래 되셨겠네요.

최숙희 대표 : 율량동에서 아마 저희가 제일 오래된 가게 중에 하나일 거여요

 

▪ 송재봉 : 화원을 운영하면서 보면 흐름 같은 게 있잖아요. 요즘에 졸업식장을 가봐도 조화가 많던데 어때요?

최숙희 대표 : 재고가 없으니까 재고율이 덜하고, 겨울에는 졸업식장 가면 꽃이 시들어 조화를 좀 쓰는 데도 있고요. 꽃집을 계속 운영하다 오면 행사 시즌에만 꽃이 비싸요. 외국 같은 경우는 꽃이 생활화되어 평상시에도 그냥 갖다 꽂고 그러는데, 한국은 선물용으로 밖에는 꽃이 안 나가요. 외국에는 마트고 어디고 꽃이 다 있대요. 내가 집에 가서 꽃을 꽂을 수 있는 문화가 안 되어 있으니, 선물용으로만 무슨 행사 때만 사니까 그때 마다 꽃값이 오르는 문제가 있죠.

 

▪ 송재봉 : 꽃집을 운영해 오시며 어려웠던 때가 있었나요?

최숙희 대표 : 2015년 김영란법이 만들어질 때는 진짜 많이 힘들었었어요. 한 선생님이 저한테 말해 주었는데, 예전에는 학교에 선생님이 승진을 하면, 꽃다발을 보내고 축의금도 주며 축하해 주었는데, 3만원 이상(지금은 5만원)의 선물을 하지 말라는 김영란법이 생기며 자기가 승진을 할 때는 하나도 못받았다는 거에요.
김영란 법이 생길 때 진짜 피해가 컸어요. 지금까지 위기가 딱 세 번 있었는데 1997IMF 때 한 번 힘들었는데 어떻게 견뎌 냈고, 김영란법 때는 진짜 주변의 꽃집들이 문을 많이 닫았어요. 김영란법 만드신 분들이 어느 정도를 한계를 두었어야 했는데, 속된 말로 다들 조심하느라 아무것도 안하고 못하게 되니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었어요. 당시 화훼에 종사하며 난이나 화분하는 분들이 타격을 너무 많이 받으니까 문을 닫는 곳이 많았어요. 저희도 타격이 컸는데 직업이 이거밖에 없으니까 그냥 버텼어요.

의외로 코로나 때는 사람들이 어디를 못 가고 하니까, 집을 조금 꾸미기도 하고 학교나 관공서 같은 데서 화단가꾸기도 하니까 장사가 조금 됐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딱 끝나니, 또 딱 끊기고 지난해 매출이 확 줄었어요. 학교 그냥 오다가다 하면서, 또 봄이 오면 오가가다 그냥 뭐 3천 원짜리 5천 원짜리 꽃을 사가기도 했는데, 코로나 끝나며 이런 게 없어져 작년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김영란 법이 생길 때 진짜 피해가 컸어요.

아무것도 못하게 되니

주변의 꽃집들이 문을 많이 닫았어요.

▪ 송재봉 : 꽃집을 하려면 화훼와 관련된 분야의 전공을 해야 하나요?

최숙희 대표 : 저는 그쪽을 전공하지는 않았는데, 같이 사는 남편이 꽃을 재배하고 가꾸는 일을 정말 좋아해요. 저희가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꽃을 재배하는 1차 산업, 가공하는 2차 산업, 판매하는 3차산업 까지 다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저희 남편이 농사지으며 꽃도 나무도 직접 재배하고, 도매를 안 거치고 매장 두 곳에서 직접 판매 하니, 버틸 수 있었던 거여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계속 노예처럼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았어요. 제가 봐도 남편은 정말 일만 하는 일벌레 같아요. 그런 남편을 보며 주위 사람들이 꽃집이 다 망해도 아마 보람플라워는 망하지 않을 거라 말도 해요. 저희는 이렇게 어떻게든 버티고 돌아가기는 하는데, 꽃집만 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우에는 너무 힘들어요.

 

송재봉 : 꽃집을 운영하시며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운가요?

최숙희 대표 : 20년 전에도 5만 원짜리 꽃다발을 팔았어요. 손님들에게 20년 전에도 3만원, 5만원을 짜리 꽃다발을 팔았는데, 그때에 비해 물가가 엄청 많이 올랐는데 꽃은 지금도 여전히 3만원, 5만원이에요. 그러면서 비싸다고 그래요.
모든 자재값이 올랐는데 꽃가격은 20년 전 가격으로 그대로 판매하니, 꽃집을 운영하면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예전에는 5만 원짜리 화분을 사면, 매출이 크다고 생각해 저희가 서비스로 배달을 했어요. 지금은 기사님께 배달을 주문하는데, 배달비가 너무 비싸요. 우리가 소비자한테 배달비를 청구를 하면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말씀하셔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 송재봉 : 꽃배달 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르네요

최숙희 대표 : 지금은 커피 한 잔이나 통닭을 시켜 먹어도 배달비가 3천 원이 따라요. 그걸 당연하다 여기고 있는데 꽃집만 많이 그렇게 못하고 있어요.

 

▪ 송재봉 : 그러네요 전체적으로 물가와 고정 비용이 다 늘어나고 올랐는데, 오히려 꽃값은 그대로이니 어려움이 많겠어요?

최숙희 대표 : 꽃바구니 하나를 만들라치면 지금은 물가가 올라 바구니 재료비만 1만원이 넘어요. 그 꽃바구니에 5만원을 꽃을 꽂으려면 이윤이 거의 나오지 않아요. 그런데도 손님들은 비싸다고 여기고 3만원, 2만원 짜리를 찾아요,

 

▪ 송재봉 : 맞아요, 일반 사람들이 볼 때는 5만 원짜리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잘 안 사게 되고, 3만 원, 2만 원 짜리를 사게 되더라고요.

최숙희 대표 : 그런데 안 그렇거든요. 그렇게 팔아서는 우리가 꽃을 갖고 오는 금액이 비싸서 거기에 들어가는 노동비도 잘 안 나와요. 요즘 꽃집하는 젊은 친구들은 대학 나와서 꽃집을 운영을 하고 그러잖아요. 내 인건비도 안 나오는 꽃집도 사실 되게 많아요.

 

▪ 송재봉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윤이 크게 떨어지는데, 시장이 커지지 않았는데, 꽃집은 많이 생기고, 어려움이 점점 더해지겠네요?

최숙희 대표 : 요즘 젊은 친구들이 직장을 잡기를 싫어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꽃집 창업하는 걸 쉽게 생각하더라고요. 우선 꽃꽂이 배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돈이 많이 들어요. 꽃 가게를 하는 사람들이 직원 두고 하는 집이 별로 없어요. 1인샵이에요. 매출이 안 나오니까 1인샵을 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청주 시내 꽃집 중에 20% 정도만 직원을 두고 영업을 한다고 보면 돼요.

직원 두고 꽃가게 하는 집이 별로 없어요.

거의 다 1인샵이에요. 매출이 안 나오니까

1인샵을 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 송재봉 : 꽃집도 가족끼리 운영하는 경우가 많겠네요?

최숙희 대표 : 그렇죠. 저 같은 경우도 가족들이 매달려 하고 있어요. 보통 부부가 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명의 인건비가 안 나오니까 한쪽은 딴 일을 하거나 퀵배달을 겸해서는 집도 많아요. 잘 되는 집이나 그나마 두 부부가 하는 거여요. 저희 딸같은 경우는 지금 제가 하던 데를 물려받아서 하고 있는데, 얘도 여기를 혼자 1인샵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 송재봉 : 크게 수익도 안 나고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30년을 꽃집을 지켜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요?

최숙희 대표 : 저는 남편이 꽃을 좋아하고 또 제가 뭐 배운 게 이거 밖에 내가 없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요. 딸도 그래요.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거할 생각 않고 그냥 한 길을 가고 있어요.

딸도 꽃집 일을 시키게 된 이유는 전에는 매장에 직원을 하나를 썼어요. 코로나 때 직원이 그만 두었는데 딸이 자기가 그냥 해보겠다고 해서 여기 매장을 맡겼어요. 저희가 여기를 처음에 분양을 받은 곳이라, 집세가 안 나가 인건비는 건질 수 있잖아요. 어디 가서 직장 생활하며 월급받으나 여기서 일하면 마음도 편하고 그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켰어요.

 

▪ 송재봉 : 딸도 꽃집 일을 좋아하니까 이렇게 맡겨 놓아도 열심히 하는 거겠지요

최숙희 대표 : 저희 딸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손끝으로 하는 걸 잘했어요. 진짜 잘했어요. 그래서 원래 제가 농대를 가라고 했는데 싫다고 안 가더니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직장생활을 조금 하더니 월급도 적고 적성이 안 맞는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더라구요.

 

▪ 송재봉 : 청주가 제조업 중심도시라서 제조업 일자리는 많은 편인데, 경리직이나 행정직 일자리가 거의 없는 형편이지요?

최숙희 대표 : 경리들이 한 번 들어가면 안 나오는지 경리 자리가 난 데가 거의 없어요. 딸이 세무사 사무실에 취업을 해서 일을 해었는 데 월급이 참 박했어요. 더구나 딸이 일찍 시집을 가서 아이 낳고 직장을 다니지 못했는데, 5년 아이 키우다가 이제 꽃가게를 받아서 하고 있어요. 자영업은 생각보다 잘 안 되지만 가게 옆에 집이 있어 쉽게 오고 가면서 아이 케어도 할 수 있어 꽃집 일 하기로 택한 거죠.

 

▪ 송재봉 : 그러면 여기 말고도 별도로 그런 매장이 또 있는 거예요?
최숙희 대표 : 경찰청 옆에 농장과 매장이 또 있어요. 여기는 딸 매장이고 오늘은 딸이 잠깐 점심 먹으러 간 사이에 제가 잠깐 봐주고 있어요. 경찰엎 앞 매장은 한 150평 되어요.

 

▪ 송재봉 : 아 그렇구나. 딸이 가게를 운영하니까 이렇게 젊은 감각으로 꽃집을 카페처럼 꾸몄군요?

최숙희 대표 : 젊은 친구들은 다르더라구요. 제가 여기서 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제 강산이 변했는지 이제 꽃집이 완전히 카페식으로 바뀌더라고요.

 

▪ 송재봉 : 그러니까 느낌이 훨씬 뭔가 세련돼 보이기도 하고 제가 보기에 더 좋아 보이네요. 어쨌든 오랫동안 자영업 분야에 종사를 해오신 거잖아요. 자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지금 경기가 어떤지, 요즘에 금리도 높아지고 해서 대출이 있는 분들은 굉장히 어렵다는 얘기도 들려요. 어떠세요? 임대료도 그러고 여러 가지 그런 걱정들이 있더라고요.

최숙희 대표 : 임대료가 많이 비싸니까 힘들고, 또 자재 가격이 막 오르니 정말 힘들어졌어요. 인건비가 오르고 직장에서는 시간외 근무를 하면 시간외 수당을 주는데 자영업은 이 때문에 더 어려워요. 저희 딸 같은 경우도 9시 출근해서 8시까지 근무를 해요. 자영업자들이 6시에 퇴근하는 데가 많이 없어요. 또 토요일도 쉴 수 없어요. 그러니 직원을 쓰기는 더 어려운 거죠.

 

▪ 송재봉 : 우리가 그 꽃을 아까 처음 시작할 때 우리는 왜 꽃을 평상시에 일상적으로 구매해서 선물을 하든, 아니면 집에 가서 재배를 하든 이게 일상의 문화는 아니고 그렇죠 특별한 행사 선물용으로만 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 화훼 농가도 같이 제대로 성장하거나 안정적인 수요 공급이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화훼 산업이 경쟁력 더 커져야 하고, 꽃을 향유하는 일상의 문화도 변화해야 될텐데, 화훼산업을 활성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최숙희 대표 : 꽃집이 잘 되려면 화훼농가, 중간 유통업자, 꽃집이 잘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화훼농가도 어렵고, 꽂집도 어려워요, 중간에 유통구조가 단순화되면 농민이나 매장이나 조금 더 이익이 더 높을 텐데 현재 상태는 참 힘들어요. 난 같은 경우는 없으면 경매를 붙여서 하고, 생화도 경매를 붙여서 하는데 생화 쪽이 시장에 더 민감해요. 졸업시즌에는 쭉 올라갔다고, 졸업 끝나면 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져요. 장미 열송이에 3만 원까지 올랐다가 시즌 끝나면 15천원 이하로 떨어져요.

화훼농가, 중간 유통업자, 꽃집이 다같이 잘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화훼농가도 어렵고, 꽂집도 어려워요,

중간에 유통구조를 단순화되면 다 좋아질 것 같아요

▪ 송재봉 : 지금 화훼 매장들이 실질적인 어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 이상 돈을 번다거나, 성장해서 규모를 키워가는 건 쉽지가 않겠네요?

최숙희 대표 : 네 힘들어요. 그냥 내 인건비나 제대로 건져가면 다행이다 생각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 송재봉 : 보통의 사람들은 꽃집에 대한 로망 같은 것도 있잖아요. 느낌도 굉장히 좋고, 멋있어 보이고 인생이 뭔가 풍요로울 것 같은 기대들을 하고 있잖아요. 꽃집 누나 하면 어떤 환상을 갖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보네요?.

최숙희 대표 : 중산층인 사람이 꽃을 배우러 왔다가 꽃집 와서 일을 해보고 이거 완전 노가다라고 생각이 깨져요. 배우러 왔다가 겉으로 보는 모습과 실제가 너무 달러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배우는 것도 힘든데 장미 가시 같은 것에 계속 찔리고 손이 상하고 그러면, 이거 내가 꼭 해야 돼 하며 회의하며 그만 두는 분들도 많아요. 잘 배우다가도 일 시키면 못하겠다며 도망가는 경우가 많아요.

▪ 송재봉 : 그렇구나! 오늘 긴 시간 이것저것 준비 없이 질문을 드렸는데 솔찍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