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

무한경쟁에서 행복한 사회 상상하기

송재봉 2011. 7. 24. 15:08

 

청주시민 행복지수

충북참여연대 주최 청주시민 행복지수 조사 결과에 대한 토론회

복지국가 실현 연석회의

복지국사실현 연석회의 발족식 모습


 지난 50년간 우리사회는 경제만 성장하면 장밋빛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무한 경쟁 체제를 적극 수용하였으며, 성장을 위해 인권, 노동권, 주거권, 복지, 균형과 형평의 가치를 희생해 왔다. 심각해지는 사회 양극화를 바라보면서도 자본주의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것이고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해왔고, 이를 정당화하는 의식은 기업인은 물론이고, 정부 관료와 시민사회 깊숙이 침투해 있다. 특히 공공성과 공익의 가치를 우선하는 공직사회 관료들의 의식에 성장주의는 주술처럼 내면화 되어 있다. 혹자는 이를 성장망상, 성장숭배라고 칭하기도 한다. 성장망상에 기초한 경제모델은 신속한 무역자유화, 임금인하와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조세와 사회보장의 축소, 그리고 토건산업을 중심으로 한 개발정책으로 구체화 된다. 우리사회 고도성장의 비결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중요한 가치의 희생위에 진전되어 왔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 지도록 해주는 유일한 수단은 물질적 풍요와 더 많은 상품의 제공으로 규정되어 왔다. 따라서 더 행복해 진다는 것은 성장을 뜻하며, 성장이 목적이 된다. 성장을 통해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더 행복해 질 것이라는 단순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는 경제살리기이고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좋은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왜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고, OECD국가 중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나라인데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왜 청주시민들은 행복해하지 않는 것인지?, 왜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은지?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올바르고 유일한 길이라 생각해온 성장제일주의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의 행복은 소득수준에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평등한 사회일수록 행복한 사회라고 한다.  마이클 이가일은 국가적 행복을 가늠할 때 소득수준의 높낮이 보다 소득의 평등이 더 강력한 지표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첫째,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소득의 절대금액이 아니라 상대적 수준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이다.  둘째, 부유한 나라들에서 조차 불평등은 그 자체로 불건강한 사태를 더 많이 동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평등한 사회일수록 더 행복한 사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수준과 행복의 관계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로 미국의 한 조사에서는 연간 소득이 2만달러인 사람들과 8만달러인 사람들의 생활만족도에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스위스에서는 최고 소득층의 행복 수준이 그 바로 밑의 소득층 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중간소득층과 달리 빈곤층은 행복 수준이 고소득층에 비해 낮게 나타났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행복도 향상된다면 우리사회의 행복지수는 계속해서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인은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매우 행복하다고 자가 진단하는 비중이 1957년 35%에서 1988년 30%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행복감을 높여주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근거는 있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의 갑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행복의 원천을 물었더니 돈이 행복의 주된 원천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행복의 원천으로 자존감(자아 존중감)과 자기실현으로 응답하는 비중이 제일 높았다고 한다.

 이처럼 개인들이 행복을 느끼는 것 즉 행복한 사람들은 첫째, 자존감이 높고, 대개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윤리와 지식에서 높은 수준에 있으며, 편견도 적다고 생각한다. 둘째,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한편이다. 삶을 스스로 통제랄 여지가 거의 없는 사람들, 예컨대 빈곤에 빠져 있거나 권위주의적 체제하에서 사는 사람들은 보다 의기소침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자신의 의견이 국정에 적극 반영되고 자신이 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셋째, 보다 낙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넷째, 보다 외향적이다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행복감이 국가의 다양한 특징과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높은 행복감과 결부되는 요인으로는 지식이나 산업화, 시민권, 사회적 관용 등이 지목되고 있다. 반면 비위생적인 식수와 살인 범죄율, 부패, 사고 사망률, 남녀 불평등과 같은 요인이 낮은 행복감과 결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를 요약하면 국민소득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선 나라들의 경우 고소득층이 중간소득층 간 행복감에 차이가 거의 없으며, 사람들이 더 부유해 진다고 그만큼 더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는 경제력을 기준으로 할 때는 뉴욕, 런던, 도쿄가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로 평가되지만 삶의 질을 반영하면 모두 30위원 밖으로 밀려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제 정말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시장원이에 기초한 무한경쟁사회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기보다 함께 잘 사는 길을 찾는 현명함이 필요할 때이다.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경쟁과 양극화된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서민들은 행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