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과 자치

거꾸로 가는 충북의 지방자치

송재봉 2008. 9. 29. 00:51

      

청주시 음식쓰레기 수거관련 문제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는 충북도 주민감사청구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주민감사청구 인용결정이 내려졌고, 충북도는 이상의 결정에 따라 청주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였다. 감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중량 부풀리기 포착, 적재중량 초과 운행, 수거겳儲分湯?적재함 불법개조 및 강매, 신규 수거 위탁업체 선정 시 사전내정 의혹 확인 등 총 10가지의 위법 부당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이다. 충북도는 이상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음에도 국장 1명만 경징계처분을 내리고 청주시장과 나머지 실무책임자들에 대해서는 감사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문에 부친 반면, 감사출석을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이번 감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총무과장을 중징계하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을 내렸다.

이렇게 되자 청주시장은 보복감사라고 펄쩍뛰며 기자회견을 자처하여 충북도를 공격하기 시작하고 충북도지사도 직접 나서 청주시를 공격하는 2라운드 공방이 오갔다. 청주시의 위법 부당한 행정처분과 관련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주장은 외면당하고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의 화려한 싸움판으로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음식물쓰레기 관련 한 점 의혹이 없다며 문제가 있다면 자신의 직을 걸겠다’던 인사는 시장의 공격수가 되어 감사결과 뒤집기의 전면에 나섰다. 그래도 이러한 몰상식을 지적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또 한 주가 지났다. 이제는 화해 국면이란다. 충북도가 중징계를 요구한 인사는 서기관으로 승진되었고, 청주시가 표적감사의 책임자로 지목한 인사는 단양부군수로 영전되었다. 많은 문제와 관련한 책임을 져야 할 주민생활지원국장은 기획행정국장으로 영전되었다. 잘못을 많이 할수록 승진이 되고 요직으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문제는 충북도의 태도이다. 자신들이 중징계 결정을 요구하여 징계정차가 진행중인 인사를 승진시키고, 경징계 결정을 내린 국장에 대한 영전인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다. 한술 더 떠 충북도가 나서 이의신청을 하라고 훈수까지 두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재발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감사청구 주체인 시민단체의 감사결과 수용 요구를 거부하는 청주시장과 예산낭비와 위법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한 문책대신 징계 재량권을 남용하여 마치 선심 쓰듯 관용을 베풀려는 충북도지사의 태도에서 권위주의 시대의 잔영을 보게 되는 것은 필자의 기우일까?

최근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의 싸움에서 두 수장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공무원은 보았을지 몰라도 도민과 시민의 마음은 보지 못하였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성숙한 지방자치를 바라는 도민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지금과 같은 참으로 어이없는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결과 10건의 위법 부당한 행위가 확인되었는데 책임지는 인사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도지사와 시장이 화해한 것만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인사권과 재정권, 각종 인곀昇”퓽?독점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제왕적 권력은 있으나 견제장치는 작동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단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감사권을 남용할 수 있고, 인사권을 통해 자신을 위해 충성하는 공직자를 승진시킬 있으며, 위법부당한 행정행위로 인한 징계도 피해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져도 지방의회는 침묵뿐이다. 지방의회가 이를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이 부재한 측면도 있지만 민의를 대변하여 단체장에 맞설 용기도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오늘의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진정한 민의가 전달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는 약화되고 단체장과 관료중심의 관치행정은 강화되고 있다. 분권과 자율로 막강해진 단체장의 권한은 주민의 통제와 관심의 약화로 나타나고 있다.

각 자자체가 쏟아내는 2년의 성과는 눈부시다. 그러나 그 성과가 시민의 성과로 느껴지지 않는다. 주민과 함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민선4기 후반기를 시작하는 지금, 비판적인 의견까지 수렴하여 시민과 열린 자세로 상의하고 토론하는 민주적인 자치단체장의 모습이 그립다.

주민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계몽과 설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한 진정한 풀뿌리 자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민선4기 2년을 맞으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