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창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석을 좌우 이념대결로 몰아가선 안된다.

송재봉 2009. 7. 10. 14:36

상당공원 노무현 전 대통령 표지석 설치 관련 입장

 
우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상당공원에 모인 수많은 청주시민의 추모열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남녀노소, 연령, 계층, 이념을 초원한 전직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 분노의 마음들이 한자리에 모였었다.


그리고 이제 49일이 지났다. 이제 영원한 안식의 길로 떠나보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해결해야할 과제도 여전하다. 후퇴한 민주주의를 바로세우는 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의 지속,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 청주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표지석 설치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은 상식을 가진 시민의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렸다.

우리는 먼저 청주시의 편협하고 무사안일한 행정태도를 지적하고자 한다.

청주시는 표지석의 설치는 고사하고 표지석을 공원에 반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한다. 이는 행정권의 남용을 넘어 시민에 대한 폭력이다. 그렇다면 공원을 무엇하러 만든 것인가? 공원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따라서 청주시는 시민이 자유롭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제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청주 상당공원이 남상우 청주시장 개인의 것이 아니며 공원의 사용 여부를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해서도 안된다.
더 큰 문제는 청주시가 자신들이 했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방기하면서 시민추모위원회의 합리적인 행동을 불법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추모위원회가 상당공원에 표지석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5월 말이었다. 그러나 청주시는 한 달 반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민의 여론수렴이 중요했다면 왜 아직까지 하지 않은 것인가? 또 이 기간 동안 공원심의위원회가 개최되었음에도 당시에는 왜 안건상정조차 하지 않았는지 먼저 답해야 할 것이다. 또 긴급한 현안이 있다면 회의는 언제든지 개최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주민의 요구를 받아 당연히 진행했어야 할 행정절차는 이행하지 않고 수많은 시민의 추모열기를 감안하여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조성된 표지석 설치를 불법으로 몰아가며 공무원을 동원하여 원천 봉쇄하고 있는 행위는 그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청주시는 지금이라도 시민과 대결하는 관료 권위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이문제의 해결을 위한 해법을 즉시 제시해야 한다. 당장 표지석을 설치하는 것도 아니고 시민과 언론에 공개하는 것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무좆건 안된다는 것은 독재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표지석 설치를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인식하고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이번 일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의 뜻을 기리고자하는 순수한 시민들의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본질은 사라지고 분명한 근거도 이유도 없이 표지석 설치는 절대 안된다는 일부 보수단체의 주장을 기초로 이번 사안을 보수 진보의 충돌로 단순화하는 것은 지역사회 갈등만 유발할 뿐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도 아니다.

끝으로 우리는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49재를 맞이하는 오늘 왜 무엇 때문에 전직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는지, 검찰 수사는 정당했는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5만이 넘는 시민이 조문을 했던 역사의 현장 상당공원에서 표지석 설치를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이 발생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보장되는 사회이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민주적 시민사회의 출발이다. 따라서 일부 보훈단체들의 표지석 반대 집회와 표지석 반입저지 같은 극단적인 행동의 자제를 요청한다. 이는 지역사회가 다양한 사상과 가치가 존중되고 공존하는 열린 공동체사회로 가야한다는 시대정신과 미래지향적 가치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리고 함께 전직 대통령의 서거 49재를 추모하고 우리사회가 진보와 보수의 극단주의를 넘어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열린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2009년 7월 10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