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창

대한민국 헌법이 위태롭습니다. 61회 재헌절에

송재봉 2009. 7. 17. 18:14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차별받지 아니하며,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의 언론, 출판, 집회,시위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사생활과 통신비밀의 자유가 있으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하며,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해야 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일할 의무가 있다.’

  읽는 이들의 가슴을 벅차게 하는 이 내용은 바로 대한민국 헌법입니다.

  그러나 오늘 이 헌법을 읽는 우리들은, 아니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은 벅찬 감동이 아니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답답함에 시름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과연 대한민국 헌법은 살아있는 것인가 아니면 죽어버린 것인가 매일매일 질문해야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헌법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인 국민의 자유와 인권보장이라는 대원칙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또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 경제주체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의 가치는 사문화되어 버린지 오래입니다.

경찰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신고한 집회마저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가로막고 폭력적 진압과 불법적 연행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비판적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1년여만에 2천여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연행되고 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평화의 상징이라 할 만한 유모차 엄마들의 평화행진마저 단죄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막힌 광장, 도심 곳곳에 24시간 상주하는 경찰병력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으며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보복성 수사와 구속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수개월, 수년간의 이메일을 압수하여 사람들의 머릿속을 낱낱이 훑는 비인간적 수사를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검열과 삭제가 무시로 가해지고 있으며 미네르바의 예처럼 글을 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속되고 재판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온갖 박해와 탄압을 받는 PD수첩은 대한민국 언론 자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어떻습니까? 국내정치관여와 민간사찰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재판장을 기웃거리고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교수에게 직접 전화하여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민간단체의 후원자 정보를 캐내고 협박을 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정보기관의 5공식 민간사찰이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국가 권력기관이 총동원되어 국민의 자유와 기본적인 인권을 압살하는 이 정권의 모든 행태는 단연코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위헌이며 위법입니다.

오늘은 61주년 제헌절입니다.

  1948년에 제정하고 1987년에 개정한 대한민국의 헌법의 나이는 예순을 넘었습니다. 탄탄하게 대지에 뿌리박고 인권과 자유, 민주의 보루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헌법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역사의 고비 고비 마다,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해도 벌써 1년 넘게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인 인권, 자유, 민주, 국민주권을 지키기 위한 광범위한 시민의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은 이명박정권이 아무리 선거에 의해 뽑혔다 하더라도 헌법을 위배하고 위법을 저지른다면 더 이상 정당성이 없음을 분명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모든 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외치며 위헌 위법적 행태를 반복하는 이 정권의 정당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헌법의 가치를 살려내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인권’과 ‘자유’, 그리고 ‘민주’는 그 어떤 권력도 침해할 수 없는 근본적 가치이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 의해 진행되는 헌법정신 유린 사례인 표현의 자유 제한과 사생활 침해, 국민혈세낭비하는 4대강 죽이기 사업, 부자감세 서민죽이기, 균형발전 외면 지방죽이기, 언론탄압과 언론장악 시도를 중단시키기 위한 운동을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당연한 권리에 기초하여 보다 강력하게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