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창

규제완화가 만병통치약인가

송재봉 2008. 9. 29. 01:01
 
요즘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매일 실감하고 있다.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각종 규제완화 정책이 봇물을 이룬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변화가 과연 경제도 살리고, 국민도 행복하고, 국가도 안전한 방향으로 연착륙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이보다 빠르게 국민생활 각 영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규제완화, 시장자율화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공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든 관료주의의 병폐로 인한 것이든 모든 형태의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버리면 4만불 시대가 앞당겨지고 미국산 쇠고기 정도는 싸구려로 치부되어 우리 국민들이 질 좋은 쇠고기를 골라먹는 그런 사회가 될 것인가에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런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엔 왠지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

이명박정부의 국정기조는 탈규제, 감세, 친기업 정책을 통한 성장중심주의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규제완화이다. 잠깐 생각해보아도 대한민국은 온통 규제완화라는 잔치준비로 분주하기만 하다.

먼저 학교자율화란 이름으로 0교시 금지, 방과후 학교 영리단체 참여 금지, 불법 찬조금 안주고 안받기 등의 규제가 폐지 또는 완화된다.

또 수도권 과밀집중과 국가 균형발전 후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공장총량제등 수도권 규제의 과감한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제어하기 위한 출자총액 제한제의 폐지, 1%부자들과 가업승계 기업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상속세제 완화, 법인세율 인하 등 기업관련 규제도 거의 폐지된다.

물론 공공부분의 비효율과 낭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국민의 공분을 살만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정권차원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숙제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공공무문의 비효율과 관료주의가 심각하다고 해서 국가가 책임져야할 공익적인 역할까지 민간의 시장과 이윤추구 논리에 내맡기는 것을 과연 옳다고 박수만 칠 수 있는가이다. 국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교육, 의료, 전기, 상·하수도 관련 서비스 경쟁력 강화 해법이 민영화와 시장화뿐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지방 골프장 세금인하, 상속세 폐지, 양도세 인하 등의 감세정책은 일부 재벌과 대기업, 그리고 부유층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겠지만 이로 인한 세수감소와 정부재정적자 확대는 결국 복지와 교육관련 예산감소로 이어져 우리사회 소득과 자산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사회 양극화와 빈곤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 구조를 고착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무분별한 공기업 민영화의 결과는 수도권의 과밀집중을 가속화로 이어지고 지방민들이 희망속에 준비해오던 행정중심복합도시, 공기업 지방이전을 전제로 한 혁신도시 건설, 기업도시 등 수도권과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의 산업기반 강화 전략이 무산되거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게 될 지도 모른다.

모든 규제완화가 다 나쁜 것은 물론 아니다. 과감한 규제완화도 필요하다. 문제는 대학등록금 규제 철폐가 등록금 폭등으로 이어지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규제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기업프랜들리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규제완화이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버핏회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상속세 폐지로 혜택을 입는 집단은 소수 부자들뿐”이라며 “사회의 자원이 왕조가 세습되듯 대물림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세습된 부가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와 기회 균등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책임있는 부자’라는 단체를 결성해 상속세 폐지 반대와 공평과세, 최저임금 인상, 주식배당소득세 폐지 반대 등 기업관련 공적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의미를 대한민국 정부와 재벌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기업가만 사는 나라가 아닌 모두가 더불어 살아야하는 사회이며, 미래세대도 함께 살아야할 터전임을 오늘을 사는 우리가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