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창

세금 많이 걷는 가렴주구보다 무서운 감세정책

송재봉 2008. 11. 23. 23:10

왜, 팥쥐정부의 놀부 감세인가?

- 세금 많이 걷는 가렴주구보다 무서운 감세정책


(전병헌) “종부세, 상속세 등 부자용 감세는 5조 원 넘게 하면서 서민들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부가세의 한시적 인하의 필요성은 못느끼는가? 더욱이 강만수 장관의 잘못된 환율정책과 경제운용 실패로 물가폭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부가세 인하를 하면 물가안정 효과도 있지 않겠는가?”


(한승수) “서민관련 품목의 부가세는 이미 면세가 되고 있기 때문에 부가세를 건드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병헌) “총리의 말씀처럼 그렇게 서민들, 중산층,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명박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은 ‘팥쥐정부의 놀부감세’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국회예결특위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저와의 설전 내용이다. ‘팥쥐정부의 놀부감세’라는 규정에 한승수 총리도 쓴웃음을 지었다. 저의 지적을 부정하는 웃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국회예결위원으로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중이다. 들여다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다. 황당하다 못해 분노마저 느낀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시절 “지금은 부자들을 더욱 풍요롭게 할 때가 아니라 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에 더욱 노력할 때이다.”라고 말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혜로운 정책으로 경제 대공황을 훌륭하게 이겨냈다. 그런데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이명박 정부의 2009년 예산안은 정말 너무 심하다.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나라살림이 어찌되던, 서민들이 어찌되던, 지방이 어찌되던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부자들과 재벌들, 토목개발족과 부동산 투기족들을 위한 예산 편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라 빚으로 부자들 주머니 채워주고, 돈 벌 거리 만드는 교묘함은 이미 얄미운 수준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전체를 골병들게 하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뻔뻔함은 가히 역대정권 최고 수준이다.


경제불황에서의 정부의 재정지출로 이뤄지는 재정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유효하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정책의 균형있는 예산 편성과 원칙 있는 집행은 경제위기 극복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2009년 예산안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첫째, 부자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 추진해서 사상최대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예상된다. 재정적자는 무려 21조 8천억, 국가채무는 350조8천억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GDP 대비 34.3%로 역대 최고치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나라가 빚을 내서 부자들 주머니를 채워주고, 서민과 취약계층에게 지원되던 복지를 뺏는 도덕적으로도 정당성을 찾아 볼 수 없는 몰염치 예산이자, 국가재정을 골병들게 만드는 예산이다.


둘째,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가렴주구보다 무서운 예산이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내년도 지방재원 감소분은 무려 3조3천억 이상이 될 전망이다. 종부세 감세로 1조5천억, 소득세·법인세 인하에 따른 주민세 감소분이 1조8천억, 이밖에 취득세와 등록세, 교육세 등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방재정의 대부분이 사회복지 및 교육재정에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계층과 서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복지혜택 박탈이 우려된다. 이야말로 세금을 가혹하게 걷는 가렴주구보다 더 무서운 감세 후폭풍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대규모 SOC 위주의 전형적인 인위적 경기부양 예산이다. 내년도 SOC 예산은 올해 대비 약 26.7%가 증가했다. 전체 예산 증가율이 10.4%임을 볼 때 약2.5배 이상의 규모이며, 지난 5년간 SOC 예산 평균 증가율이 2.5%였음을 볼 때 무려 10배 이상의 규모이다. 가히 토목개발주의를 추종하는 정권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SOC 투자의 고용창출과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경제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이 그 불확실성을 예고한 바 있다. 일시적인 지역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속적인 경기회복과 우리 경제의 잠재적 성장동력 확충에는 ‘글쎄올시다’이다. 오히려 과도한 건설투자 예산 편중은 서민 복지예산의 축소를 가져왔다.


넷째, 당장 복지 예산 축소가 눈에 띈다.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3,265억원이 줄었고, 장애인 수당 역시 11.7%가 줄었다.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편성된 수정예산안 증액분 14조에 보건복지 관련 예산은 불과 2,808억에 불과하다. 기초생활보장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대상자가 2만3천명이 줄었고,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채워주던 공공보건 의료 지원 예산은 무려 34.7%(약1,266억)가 삭감되었다. 아울러 노인돌보미 서비스 대상과 독거노인 지원대상도 대폭 축소되었다. 정부의 공공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던 서민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예산 삭감이 아닐 수 없다.


2009년도 예산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 처음으로 편성하는 예산이다. 예산 편성은 그 정부가 추구하는 철학과 정책의 우선순위가 숫자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초기부터 제기되었던 사회적, 국민적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공공성의 해체, 개발족·투기족을 위한 정책, 부자들·대기업들을 위한 감세정책, 사회복지의 축소,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방균형발전의 포기 등등.. 어떻게 보면 이명박 정부의 내년도 예산은 강부자 정권의 철학을 너무도 솔직하게 드러낸 예산이다.


그런데 너무도 솔직한 나머지 대한민국은 골병들게 생겼다. 국가재정도 대규모 적자와 채무로 골병들고, 서민복지는 축소되고 삭감되어 그나마 덮고 있던 담요마저 빼앗고 방에 불까지 뺄 판이다. 지방재정은 부자들과 대기업 감세로 무려 3조3천억원을 빼앗겨 골병들게 생겼다.


2009년도는 우리 경제는 물론 우리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 붙어 어디서 어디까지 위기가 확산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기가 될 것이다. 경제 악화로 인해 정부는 또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여 추경예산을 편성하자고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대한민국호가 그 위기의 시기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을 아울러 통합과 비전을 보여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엮어 왔던 것이 전 세계 선진 국가들의 선례이다. 우리 역시 지난 10년의 민주정부 역사에서 사회안전망을 보다 세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야말로 어려운 경제 위기의 시기에 국민들을 너나 없이 통합하고 하나된 힘으로 뭉쳐나가는 지름길임을 이명박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은 호가호위하며 콩쥐(서민)를 부려 먹는 팥쥐의 심보와 두 손에 떡 들고 남의 떡 하나 더 탐내는 놀부의 심보를 빼닮은 이 정부의 감세정책은 세금을 가혹하게 걷는다던 ‘가렴주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아닐까 싶다.


국회의원 전병헌

2008.11.22 

- 2009 예산안 심사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