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해맑게 뛰놀고 보호해 주는 동네가
잘사는 마을입니다.
청주는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고, 많은 주민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살지만, 개인적으로 고립되는 아파트 에서도 함께 풀어가야할 문제가 상존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소통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해 지고 있다. 일찍부터 아파트 주민 대표가 되어, 아파트 문제를 주민들과 풀어나가는 활동을 하다, 통합 청주시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아, 청주시 주민자치 운동을 앞에서 끌어오신 인은기 지부장님을 길위의 재봉이가 만나, 아파트의 문제와 공동체만들기, 주민자치 활성화의 필요성을 듣는 귀중한 시간을 마런하였습니다.
인터뷰 : 인은기 충북 지부장(전국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연합회 충북도지부)
날짜: 5월 4일, 장소: 이즘 카페
▪ 송재봉: 안녕하세요. 오늘 회장님을 뵙고 인터뷰 해보고자 모셨는데요. 회장님께서는 워낙 활동 폭도 넓고 성과도 많으시잖아요. 제가 기억하기에는 율량·사천동 주민자치위원장 하실 때 제일 활동도 많으셨고, 성과도 많으셨을 거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 인은기 지부장: 그렇죠. 지역 사람들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아파트 입주민들의 삶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했어요. 여러 가지 많이 하다보니까 같은 공감대를 가졌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 송재봉: 입주자 대표 회장을 하시기 전에는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 인은기 지부장: 제가 청주에 온 지가 한 30년, 32년 정도 됐어요. 제가 해외 생활을 하다가 (청주 와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3개월 정도 일하면서 보니까 사장, 부사장, 전무, 공장장 전부 다 직계더라고요. 부당성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이의 제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이유도 없이 저를 해고했어요. 해고 당한 이후에 1-2개월 정도 회사하고 투쟁을 했어요. 중앙노동위원회 가고 법원까지 갔어요. 결국 법원에서 이기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복권하면서 다시 회사 생활하고 노조 생활을 11년 했죠. 그런데 회사가 부도 나더라고요. 제가 회사 이렇게 하다가는 유지 못한다고 얘기를 해도 안 믿었어요. 결과적으로 IMF 때 부도가 난 거죠. 그래서 부도난 회사를 우리 노조에서 한 번 운영을 해보려고 자문을 구하러 다녔어요. 결과적으로 법원에서 근로자들이 해 보라고 요건을 제시하는 게 있어서 시작했죠. 그런데 9개월 정도 하다 보니까 근로자끼리 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우리 회사를 자주회사로 만들어서 해보자 하고 동의하고 서명하고 다 했는데, 6개월 정도 지나니까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원하더라고요. 상여금 달라, 월급 올려달라 등 옛날 노조에서 하던 식으로 회사에 하더라고요. 힘들었어요. 결국은 다 정리하고 나왔죠.
그렇게 하다가 율량동에 효성2차 아파트에 입주를 했어요. 그런데 효성이 부도가 난 거에요. 대기업 말고 지역 건설 업체였던 효성이요. 그래서 그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어요. 처음 제가 들어갈 때는 내 집 한 칸만 찾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모여서 대화하고 만나다 보니까 그게 아닌 거예요. 그래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어요. 김종필 전 국무총리한테 찾아가서 여러번 저희 입장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저희 의견을 전달했어요.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돌려놓았죠. 그러다 아파트 대표회장을 맡게 되었죠.
▪ 송재봉: 그 문제는 어떻게 정리가 된 거예요?
▶ 인은기 지부장: 그때 임대로 했는데 분양으로 전환해서 싸게 했어요. 이게 2010년인가 2011년쯤이었어요. 이게 경험이 돼서 아파트 회장도 하고 주민자치위원회는 제가 찾아갔죠. 주민자치가 뭔지도 모르고 갔는데, 1년 반 만에 위원장이 된 거예요.
▪ 송재봉: 이미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도 하시고 노조 위원장도 하시면서 리더십도 있고 경험도 많으시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주민자치위원 중에 그런 분이 많지 않을 거 같아요.
▶ 인은기 지부장 : 저는 그런 생각은 안 했고, 1년 반 정도 활동을 하다 보니 그 당시에 위원장이었던 분이 임기가 끝나게 된 거예요. 박용갑 회장이 사무국장을 보고, 김성모 위원장이 그만두시면서 (공백이 생긴거죠). 그래서 제가 사무국장한테 후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후보가 없다는 거예요. 회의 끝나고 위원장을 뽑는다고 해서 제가 ‘그런 게 어디있냐, 위원장의 임기가 끝났으면 바로 위원장을 뽑아야지’라고 했지요. 그러더니 갑자기 위원장을 지목하고, 투표를 해서 된거죠. 제가 청주시 통합 전에 8기 위원장하고 통합하고 1기 위원장을 했어요.
아파트 대표회장을 하다가 주민자위원회를 찾아갔는데,
1년만에 위원장을 했고, 또 청주시 8기 위원장,
통합 청주시 1기 주민자자치 위원장을 맡게 되었어요.
▪ 송재봉: 한 번을 연임하신 거네요. 임기가 몇 년이죠?
▶ 인은기 지부장: 위원들은 계속해도 되는데, 위원장은 임기는 2년이고 2번까지 가능해요.
▪ 송재봉 : 그때 했던 일 중에 어떤 일이 제일 기억에 남으시나요?
▶ 인은기 지부장 :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주민과 함께 일하면서 화합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 중 하나가 1주민 1계좌 갖기 운동이에요. 그게 지금도 운영하고 있고, 전국적으로도 홍보가 돼서 많이 하고 있을 거예요.
▪ 송재봉 : 그 사업을 전국에서 제일 처음에 시작한 건가요?
▶ 인은기 지부장 : 제가 위원장 되기 전에 시작한 거예요. 위원 할 때. 그때는 반장들이 발족만 해놓고, 제가 위원장이 되면서 일을 열심히 했죠. 첫해에는 설립만 해놓고 행사도 없었어요. 그러다 제가 (위원장을 맡고 나서) 매년 행사도 하면서 많은 일을 했죠.
▪ 송재봉 : 계좌를 모금해서 사회복지 쪽에 쓴 거잖아요. 규모가 꽤 됐나요?
▶ 인은기 지부장 : 그렇죠. 돈 관리는 북부 복지관에서 했어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개인적으로 돈을 관리할 수가 없어서, 북부 복지관에서 하고 홍보도 많이 해주었죠. 자발적으로 하는 거고, 최소 2천 원에서 시작해요. 첫해에 한 2억 정도 들어왔던 거 같아요. 저희가 홍보를 엄청 열심히 했거든요. 율량·사천동 지역의 기업이나 장사하는 곳 찾아다니면서 홍보했어요. 이런 게 있으니까 협조해달라고 하면, 굉장히 긍정적으로 해줬던 기억이 나요. 지금도 CMS로 해서 들어오는 돈이 많아요. 행사할 때 협조 받아서 몇 백씩 많이 내시는 분들도 있는데 CMS를 이용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죠. 참여를 끌어내는 게 목적이니까요. 이렇게 돈을 모으면 율량·사천동에 있는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줘요. 그리고 거기서 또 돈을 받아와요. 저금통을 나눠주고 1년에 한 번 정도 해서 회수해요. 학생 대표, 교장 선생님 등 다 모인 데서 받고 우리가 다시 나눠주는 시스템인 거죠. 학생들이 남한테 주는 것도 배워야 된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호응도 좋았어요.
▪ 송재봉 : 그때 전국적으로 여기가 모델 지역이라고 하면서 유명했었잖아요. 복지 사업 때문에 알려졌던 건가요? 다른 사업도 있지 않았나요?
▶ 인은기 지부장: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이 문제를 공약으로 내놨어요. 정부에서 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거를 하자는 식의 캐치프레이즈를 걸었어요. 근데 우리는 이미 하고 있었던 거죠. 율량동에서 전국 주민자치박람회가 열렸는데, 그때 제가 상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울산, 광주, 서울 등 행사에 참여하고 각 지역을 다녔어요. 우리 동네에서 하는 '1주민 1계좌 갖기 운동' 등 주민 간의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거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그런 내용을 설명해줬어요. 제가 위원장 할 때 절반은 돌아다녔던 거 같아요. 그래도 주민자치위원들이랑 직능단체 다 잘 협조해줬어요. 행사하려면 돈을 걷어야 하는데, 그럴 때 같이 다니니까 호응도 좋고 오히려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 송재봉: 돈을 모금하고, 배분하는 일이 상당히 의미가 있었을 거 같아요. 그 당시에는 주민자치위원회에 재원도, 권한도 없어서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위원장님이 하시면서 재원도 스스로 마련하고, 그걸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 점이 다른 지역이랑 비교해 봤을 때 새롭게 보였을 것 같아요. 그런데 위원장을 세 번까지 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왜 두 번만 하고 그만 두셨나요?
▶ 인은기 지부장 : 지금은 두 번이에요. 그때 왜 세 번이었냐면, 청주 청원 통합 때문이에요. 통합되면서 그전에 해왔던 방식이 아닌, 두 번 더 해도 된다고 의회에서 통과됐어요. 그런데 이게 좀 잘 안 맞아서 그 당시에 많이 시끄러웠어요. 그래서 자발적으로 두 번하고서 그만두는 분들이 많았죠. 어떤 분은 욕심내서 더 하기도 했고요. 사실 이게 봉사직이잖아요. 여전히 변화가 필요한 곳도 많지요.
▪ 송재봉: 주민자치위원장을 그만두고 나서 다른 일들을 더 하시지 않았나요? 지금도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회장도 하고 계신 거잖아요.
▶ 인은기 지부장 : 충청북도 지부장도 하고 있고, 율량·사천동에 봉사대가 두 군데 있어요. 거기에서 봉사도 하죠.
▪ 송재봉 : 사실 시민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아파트가 고립된 섬 같아요. 그래서 주민 간에 교류도 하고, 아파트 내에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문화나 분위기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씀들이 많아요. 결국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기도 할 거 같은데, 이게 아파트별로 다른 거 같더라고요. 지금 위원장님이 계신 곳은 어떠신가요? 잘 구성이 돼 있나요?
▶ 인은기 지부장 : 사실 입주자 대표 회의가 아파트를 관리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런 얘기를 많이해요. 아파트 규약이 국토부에서 정해진 대로 지자체도 똑같아요. 그런데 저는 각 지자체별로 큰틀은 국토부 안을 갖추되, 지자체별로 관리 규약을 만들어서 현실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이나 수도권은 아파트 대표회의 회장을 하려고 거의 국회의원 선거하듯이 해요. 그만큼 치열한데, 지역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입주자대표 구성이 안 되면, 돈 집행을 못해요. 직원들 월급도 못 주거든요. 대표회장 회의에서 의결해서 돈을 내주는 건데, 구성이 안 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지자체별) 현실에 맞게끔 관리규약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언론에서 아파트 회장 관련한 비리 얘기가 나오잖아요. 사실은 극소수에요. 그런데 뉴스에 나오니까 사람들이 굉장히 크게 봐요. 그래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요. 대표회장이랑 관리소장이 같이 아파트만 걸어도 ‘저 두 사람이 왜 함께 있는거지?’ 말해요. 그런 거 주민 분들이 그렇게 봐주지 않았으면 해요. 이제는 그럴 수가 없거든요. 요즘 가장 중요한 거는 층간소음이에요. 아까 말씀하신 거처럼 아파트가 굉장히 고립된 느낌이에요. 집 문만 닫으면 앞집에 누가 사는지, 밑에 누가 사는지 아무도 몰라요. 지금은 반상회나 이런 것도 없어졌잖아요. 제가 1년에 1-2번씩 아파트에서 주민 행사를 했어요. 사실 그런 행사를 하면 주민 간에 소통이 되니까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요. 서로 소통을 하면 누군지 알고 하니까 층간소음이 좀 완화될 수 있거든요.
1년에 1-2번씩 아파트에서 주민 행사를 했어요.
주민 간에 소통이 되니까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요.
서로 소통을 하면 누군지 알고 하니까
층간소음이 좀 완화될 수 있거든요.
▪ 송재봉: 가끔 언론을 보면, 고용 문제 때문에 갈등이 있는 경우들이 꽤 있잖아요. 경비원 급여 문제로 경비원 수를 줄이는 경우도 있고요. 또 주민 입장에서는 관리비 부담을 덜고자 하다 보니까 관련된 갈등들이 보도가 되더라고요.
▶ 인은기 지부장 : 당연히 아파트에서는 비용을 줄이는 게 목적이죠. 아파트도 경영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아파트도 흑자를 내려고 하다보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거기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인건비예요. 초록마을 아시죠. 거기 하면 탄소 배출 줄이기, 전기 아끼기 등 이런 거 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까 인건비 줄이자는 얘기가 많이 나와요. 요새 아파트에서는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반대 입장이에요.
그런데 법이 바뀌어서 아파트 경비원들이 미화, 청소 이런 거는 못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이 한단 말이에요. 암묵적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파트 회장 회의 할 때 이렇게 얘기를 하는 편이에요. 그 분들도 집에 가면 가장이고, 기본적인 생활을 하게끔 보장해주는 것도 우리 의무이다. 인건비만 줄일 생각을 하지 말고, 그 분들이 아파트에서 효율적이게끔 해야 한다고 해요. 사실 법으로 얘기하면 못해요. 경비원들이 청소하시는 거 불법이잖아요. 그러면 맨날 거기 앉아만 있는데, 제가 대표여도 그러면 사람을 쓰겠어요?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아파트 경비원 쓰라고 하는데, 이렇게 제도를 만들면 누가 쓰겠어요.
▪ 송재봉: 법을 그렇게 만들어놨기에 그런 거잖아요. 국민신문고에 그 민원이 많이 올라왔었어요. 경비업법에 그렇게 규정을 해놓았는데, 대형 대규모 아파트에서는 그렇게 할 필요도 있으면서도 소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그렇게 규정을 해놓으면 아예 채용조차 못 하게 되는 문제가 있죠. 사실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맞는 거 같아요.
▶ 인은기 지부장 : 그렇죠. 그것만 해놔도 충분히 가능한데, 법으로 만들어 놓으니까 안 움직이려고 하죠. 그런데 또 사실 경비원들이 아파트 궂은 일은 다 했어요. 최저임금 적용 때문에 보장받는 거지, 예전에는 아파트별로 차이가 많이 났어요. 그나마 다행이긴 하죠.
▪ 송재봉 : 아까 말씀 중에 층간소음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예요. 새로 만드는 아파트 단지는 그래도 내부 커뮤니티 공간도 있고 하는데, 옛날 아파트들은 그런 공간 자체가 없잖아요. 일부에서는 공모를 통해서 공간 만드는 사업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것들은 어떤가요?
▶ 인은기 지부장 : 맞아요. 아파트 내 공간도 중요한데, 지상 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해요. 계속 해달라는 게 아니라, 행사나 필요성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거예요. 아파트에서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주민 동의 받아서 진행을 했는데 또 주변에서 신고를 하면 할 수가 없거든요. 사실 주민 100%가 다 허락해주지는 않잖아요. 결과적으로 안 좋은 일들이 더 많아요. 그래도 다행히 잘 될 때는 이걸로 인해서 주민 간에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져요. 놀이터에다가 텐트도 치고 맥주 타임도 해요. 어린이날 행사로 숨은그림찾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주민끼리 모이더라고요. 서로 따로 모임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이런 게 활성화되면 층간소음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 공간 활용 범위를 확대해주면서 활용할 수 있게끔 그런 제도만 해줘도 좋을 거 같아요.
▪ 송재봉 : 법을 바꾸기도 어려워서 한 번 잘못 만들어 놓으면 영향을 다 미치는 거 같아요. 그동안 사업은 또 사업대로 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어떤 분야에 사업을 하고 계신가요?
▶ 인은기 지부장 : 저는 많이 했어요. 농촌의 시설하우스 하고 축사, 농업용 창고 등 건축하고 개보수하는 거를 했죠. 근데 엄청 어려워요. 새로 건축을 하려고 해도 인건비도 상승하고, 사업하는 사람이 힘들다고 그만둘 수도 없잖아요. 적자가 나도 해야 하고... 잠깐 내려갔다가 올라갈 기미가 보이면 희망을 거는데, 또 노력해도 기미가 안 보이면 생각을 바꾸게 되니까요.
▪ 송재봉 : 그쵸. 경기도 안 좋고 원자재 가격이 워낙 올라가기도 하고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사람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니까요.
▶ 인은기 지부장 : 사실 농어촌 보조 사업이 김영삼 정권, 김대중 정권 때 다 나온 거 아니에요. 농어촌 살리기라고 해서 빚진 사람도 많아요. 근데 이제 농민도 보조 아니면 일을 안 해요. 새로 하려고 안 해요. 실질적으로 100만원 공사의 50%가 아니에요. 평당 계산해요. 실제 20평에 천만 원이 들어가면 한 500만 원 보증 받으면 될 텐데, 그게 아니라 2천만 원 들어가면 1,500만 원을 내야 돼요. 그렇게 지정이 되어 있어서 50% 개념이 아니게 돼요. 예전에는 50% 받으면 50% 하면 됐어요. 지금은 100% 내야 해요. 그러니까 안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 같은 업자들도 힘들고, 농민들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에요.
▪ 송재봉 : 자부담이 훨씬 늘어나는 거네요.
▶ 인은기 지부장 : 그렇죠. 그래서 제가 청주시에다가 데이터를 줬어요. 예전에 들어가는 비용하고 지금 비용하고 차이점을 해서 목록을 줬는데, 반영이 안 됐어요. 반영이 되면 조금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보조금 자체도 줄었어요. 예전에는 제가 알기로는 청주시에서 1억 2천 정도였는데 지금은 6-7천 정도밖에 안돼요.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 송재봉: 주민자치위원회도 그렇고, 아파트도 그렇고 넓은 측면에서 보면 동네 정치하고도 무관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지역의 정치인들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생각하신 게 있나요?
▶ 인은기 지부장 : 가장 중요하죠. 회사 다니고 노조 할 때는 정치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먹고 살아야 하는 게 더 중요했죠. 그런데 아파트에서 활동을 하다보니까 정치인들을 많이 만나더라고요. 그렇게 자주 보다 보니까 이분들이 해야 될 것을 우리가 제시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도의원님들하고 시장님과 대화할 때 ‘우리 동네는 이랬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에 이런 부분이 낙후됐는데, 이런 것 좀 해줘요’라는 얘기를 많이 한 거 같아요. 그러다가 이제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만 하지 말고 약속 좀 지켜줘요’라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정치인이 하고자 하는 거에는 틀림없이 지역 주민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도움 받을 때만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약속한 건 지키는 정치인이었으면 해요.
정치 하고자 하면 지역주민의 도움이 있어야 해요
지금도 앞으로도 말로만 하지말고
약속 지키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송재봉: 어쩌다 보니 정치인의 말은 그냥 말일 뿐이다 라면서 별로 믿지도 않아요. 이래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신뢰가 생길 수 없잖아요. 말씀대로 굉장히 중요해요. 못 지키더라도 일단 지르고 나중에 수습하면 된다는 식인 거예요. 말씀대로 그렇게 가면 안 되죠.
▶ 인은기 지부장: 어떻게 보면 무섭죠. 나중에 부메랑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정치가 그렇게 퇴색돼 버렸다는 거예요. 그게 안타까워요. 그래도 또 믿어요. 참 안타깝죠.
▪ 송재봉: 율량·사천동이나 내덕동, 우암동 이쪽 부분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인은기 지부장 : 예전하고 지금도 똑같은 생각인데요. 우리 인구가 줄잖아요. 늘지는 않아요. 우리 기성세대들이 어렵게 살았든, 잘 살았든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래서 저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마음껏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으면 해요. 물론 시에서도 있겠지만, 떠든다고 뭐라 하지 말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뭐하는 짓거리냐고 하지 말고, 무엇이든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공원에 광장 야외 무대가 있는데, 거기서 청소년들이 공연 등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몇 번 했어요. 그런데 시끄럽다는 주민 반대로 결국 못 하게 됐어요. 꿈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좀 해줬으면 해요.
▪ 송재봉 : 굉장히 중요한 문제에요. 청소년 광장도 주변 민원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못 하잖아요. 제일 중요한 일인데, 소홀하게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청소년들의 활동 공간 프로그램 이런 거 같아요.
▶ 인은기 지부장 : 제가 이런 얘기를 항상 했어요. 아파트든 마을이든 부자들이 사는 곳이 잘 사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뛰놀 때 가장 해맑게 뛰놀고, 어른이 불편해하지 않는 곳이 잘 사는 곳이다. 우리 어른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애들은 스스로 해결 못 하거든요. 우리가 보호해야 해요.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동네가 잘 사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 송재봉 : 말씀을 들으면서 아파트 공동체를 포함한 관리 문제도 새롭게 고민하게 됐고요.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청주시만 속도가 느려서 답답했는데, 그래도 스스로 재원을 확보해서 주민자치위원회를 운영한 앞선 모델 사례들에 대한 기억도 되짚을 수 있었어요. 그 외에도 지역 주민과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도 우리 지역의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파트든 마을이든 부자들이 사는 곳이 잘사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해맑게 뛰놀고 어른들이 불편하지 않은 곳이 잘사는 곳이다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동네가 잘사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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