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과 자치/주민참여

지역 영세상인의 애환 누가 보듬어 줄 것인가?

송재봉 2008. 10. 10. 18:44

경기침체와 대형마트로 생존위협에 처한 지역중소 자영업자
"대형마트 지역상권잠식 심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해야 

    지역 중소 재래시장과 골목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대형마트는 1996년 유통시장 개방과 등록제 전환 이후 급증하여 전국적으로 385개에 이루고 있다. 매출규모는 2007년말 기준 47조 6천억원이며 청주지역만 해도 5천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청주지역에는 8번째 대형마트 입점이 추진되면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집단 철시로 저항하는 등 대형마트 입점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거대 유통업체의 싹쓸이식 영업으로 지역경제와 중소상인의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통해 재래시장과 동네시장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지 대형마트 규제 관련 법률 제정에 소극적인 입장이며, 국감에서 조차 쟁점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는 국회의 포괄적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먼저 대형마트 진출은 지역사회에 심각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첫째, 대형마트는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파괴하고 중소 유통점의 생존을 위협하는 등 지역경제와 유통산업발전에 역행하고 있다.

 2006년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가 대형마트 입점에 따른 재래시장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중소 유통업은 거의 모든 업종에서 매출액이 35%~40% 감소하였으며 특히 식품업종은 67.1%로 가장 높고, 비식품 업종은 3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든 업종에서 최근 1년간 영업환경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80%이상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대형마트는 재래시장과 동네상권의 붕괴, 지역매출의 일괄 본사송금으로 인한 지역자본의 역외유출, 중앙단위 일괄구매 방식으로 인한 지역 농`축산물의 판로 제약,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납품업체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 이벤트비용 전가 등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 등 유통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대형마트는 지역사회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축소하고 근로자의 고용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마트 측에서는 대형마트 1개당 400~50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지역경제에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진출은 재래시장의 폐업과 도산으로 이어져 대형마트 신규고용의 두 배에 달하는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등 지역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의 고용형태도 문제이다. 청주시의 한 대형마트의 경우 정규직은 20.1%에 불과하고 나머지 79.15%가 비정규직과 용역 파견근로자로 구성되는 등 복잡한 고용구조 속에 저임금과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셋째, 막대한 매출과 영업이익에 비해 대형마트의 지역사회 기여도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지방에 진출한 대형마트의 경우 높은 매출에 비해 실질적인 지역기여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매출에 비해 미미한 지방세 납부, 비정규직 위주의 고용 구조도 문제이지만 이에 더해 지역사회와 함께 하려는 노력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즉 매출증가에 따른 수익의 지역 환원 사업은 거의 없다. 대형마트들은 지역농산물을 포함 지역생산품 구매비중을 스스로 공개조차 하지 못한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며, 주변상권의 피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고, 지역사회 각종 기부활동에도 인색한 상황이다.

  넷째,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 등록제는 지방자치의 원리를 부정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일정한 구역에 대한 자치권에 기초하여 지역주민의 생활상의 문제를 지역주민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등록제로 되어 있는 대형점포 입점관련 법률은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의 진출로 지역상권이 붕괴되고 지역주민 간 갈등이 발생해도 이를 통제할 아무런 규제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반자치적인 법률이다. 이는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인 지방의 자기결정권과 주민자치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당하는 문제이다. 
 또한 대형마트와 지역상권의 상생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휴무일, 품목 등에 대한 합리적 조정을 시도하려 해도 입법의 미비로 본사가 서울에 있는 대형마트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대형마트의 영업활동 일부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제정은 대형마트와 지역상권이 공존 공생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계기를 모색한다는 측면에서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몰락하는 지역 중소 자영업자의 고통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더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대형마트의 자유로운 진입을 허용하는 현행 법률이 유지되는 한 지역 상권의 생존을 기약할 수 없다. 따라서 대형마트 출점을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을 예방하고 지역사회의 상생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대형마트 출점과 관련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정부와 국회가 만드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진입과 지역유통산업의 독과점 심화는 지역의 소상공인 및 재래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나아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지역중소제조업과 농·수산품의 판로 제약 등 지역경제의 선순환구조를 파괴하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해야 지역사회는 다양한 유통업태가 공존하는 유통산업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골목상권이 생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이에 세부적인 규제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고 같다.

 
첫째, 신규 대형마트 출점시 대규모 점포 등록기준을 기존 3000㎡이상을 1000㎡이상으로 확대 적용하고, 대형점포 출점시 반경 5km 이내 주변지역 유통영향 평가 의무화, 이해관계인의 의견수렴 절차(설명회, 공청회, 사전동의 등)마련 등을 통해 대형마트와 대형 슈퍼마켓(SSM)의 신설을 제한해야 한다.

  둘째, 기존 대형마트와 지역상권의 공존을 위해서는 무제한 허용되고 있는 대형마트의 영업활동을 지역유통상업균형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대형마트와의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 관련 ‘의무 휴무일수 지정, 폐점시간 제한’, ‘일정기간 한시적인 품목제한’ 등의 권한을 행사 할 수 있는 규정을 지자체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해야 한다.

  셋째, 지역 농·축산물, 식품 가공업, 중소 제조업 등 지역상품 구매율을 높이고, 기업이익의 지역사회 환원을 실현하기 위한 상생 협력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에 정부와 관련업계, 시민사회가 참여하여 지역 유통업태간의 균형발전과 상생협력을 위한 표준모델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상 제시된 법률 개정안은 중소유통업의 생존과 유통산업의 균형발전, 그리고 대형마트 종사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이란 정책목표를 위해 국내외 서비스 공급자 및 서비스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대형마트에 적용한다면 WTO/GATS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며, 지역 중소상인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측면에서 시급한 입법이 요구된다.

  국회는 정부와 대형마트의 입김에 눌려 영세상인들의 고통을 외면해온 무기력한 국회가 아닌, 지역경제 회생, 유통산업의 균형발전, 대형마트 입점업체와 노동자들의 기본 생활권 보장을 위해, 대형마트의 과당경쟁과 무차별적인 동네상권 잠식을 방지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에 정부와 여`야 모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