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우리가 바라는 것..
정치혁신과 경제민주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시대를 여는 것
- 정치인!! 정말, 그놈이 그놈일까?
송재봉(충북시민재단 상임이사, 충북NGO센터장)
일반적으로 총선은 회귀투표, 대선은 비전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은 과거에 대한 평가와 심판의 의미보다 미래 비전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선에서 당선되고자 하는 후보들은 그 시대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시대정신을 읽어야 하고, 너 나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유권자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비전이 없는 후보의 집권을 유권자들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정치개혁으로 모아지고 있다. 2012년 초반의 흐름은 경제민주화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구도였다. 이는 재벌 대기업의 탐욕, 반칙과 특권, 빈부격차의 확대, 골목상권 잠식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반영한 결과였다. 중반 이후는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과 함께 정치개혁이 핵심이슈로 부각되었다. 기존 정치권에 실망하고 있던 2~30대 유권자를 중심으로 정치변화에 대한 기대가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정권교체에 대한 야권지지자들의 요구가 분출하면서 야권후보 단일화 국면으로 이행하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은 이유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는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가 11월 11·12일 벌인 여론조사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게 낫다’는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59.2%였다.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는 게 낫다’는 응답은 35.5%에 그쳤다. 또한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찬성 64.2%, 반대 28.9%로 역시 ‘6 대 3’ 구도를 보였다. 이상의 결과는 오는 12월 대선이 낡은 정치대 새 정치, 시장 맹신의 신자유주의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보편적 복지, 토건중심의 퇴행적 국가운영 패러다임과 지속가능한 탈핵탈토건국가로의 전환 이라는 측면에서 유권자 다수는 정권교체를 통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일반 시민 아니 일부 오피니언 리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대선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놈이 그놈이다. 여도 야도 싫다. 공약은 믿을 수 없다. 투표해도 변할 것은 없다.”는 정치냉소와 허무주의적인 발언을 너무도 쉽게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차이가 없는가, 남북관계가 이전과 똑 같은가, 분권 균형정책은 어떠한가, 부자감세와 종부세는, 4대강 사업이 어느 정권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등등 질문에 질문을 던지다 보면 너무도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까지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정치토론 문화의 부재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그래 그런 측면도 있는지 몰라,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는 똑같아’라는 한마디에 할 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이 말이 민주정부 10년의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는 오히려 후퇴하고, 빈부격차는 확대된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가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정권교체 요구가 높아진 이유도 점점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에 MB정부와 새누리당이 무능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절박한 서민의 삶의 고통을 그럼 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정치에 기대를 걸지 않으면 시장이 해결해줄 수 있을까? 2010년 기준 삼성,현대 등 5대 재벌의 매출은 650조 원으로 GDP 대비 56%를 차지한다. 자산은 620조 원, 순이익은 51조 원, 계열사 수는 364개에 달한다. 지난 10년 동안 5대 재벌의 매출 규모는 2배, 자산 규모는 3배, 순이익은 4배 증가했으며, 계열사 수는 150여 개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이들은 스스로의 탐욕을 절제하지 못하고 서민경제의 최후 보루인 동네 골목상권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재벌 대기업들이 고용안정과 일자리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서민이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를 통해서이다. 정치를 권력획득을 위한 권모술수, 비효율과 낭비로 보게 된 것은, 정치 혐오감 조장으로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보수언론의 역할이 크다. 정치가 현상적 측면에서 이러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한 사회가 공동의 노력으로 생산한 물질적 부와 가치와 명예 등 희소성 있는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물질적 부의 재분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의 과정이 정치의 핵심적 기능으로 봐야 한다. 즉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재정을 복지를 위해 쓸지 토건사업을 위해 쓸 것인지,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것인지, 기업에게 세금을 얼마나 부과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 정치이며, 그러하기에 정치는 늘 이해관계 집단의 로비와 쟁투로 시끄럽고,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일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대통령 선거야말로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참여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공간이다.
이제 대선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생각보다 정책과 공약과 후보의 자질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지 않는다. 지역 공약을 살펴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간에 차별성도 없다. 또 모두 개발공약으로 채워져있다. 지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의료, 일자리, 교육 격차 해소에 대한 대책을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이다.
그리고 더 가슴아픈 것은 지역민을 권력의 주체가 아닌 표로만 보는 낡은 관행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변방, 특히 규모도 작은 충북도민의 시각에서 대선 여전한 소외감으로 다가온다. 유권자 숫자가 많은 쪽에 후보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타 지역보다 두 배쯤 큰 목소리로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또한 규모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이 많아질수록 작고 힘없는 집단이 유리하다.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증세와 지방교부세․소비세․종부세 확대, 균형발전 정책 등에 어느 후보와 정당이 관심을 가지는지를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유권자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책임정치란 잘한 정권은 연장하고 잘못한 정권은 교체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면 권력과 정치권은 유권자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가면의 이면에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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