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

공공영역의 민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송재봉 2010. 4. 23. 19:24
 공공성(公共性) 실현은 행정이 추구하는 기본 목적이다. 이는 행정이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행정의 비효율과 비능률이 이야기되고 행정에 기업가적인 경영원리가 접목되는
상황에서도 행정의 공익적 기능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행정이 추구하는 공공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보고 이러한 원칙적인 개념에 기초하여 민영화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행정의 궁극적인 목표인 사회 공공성의 가치를 지키면서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공공성의 특징

 공공성의 논의는 행정의 접근성, 이익, 주체의 측면에서 그 특성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먼저 행정의 접근성의 측면에서 공공성의 핵심은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행정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개성이다. 공공행정은 누구도 배제함이 없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으나 수수료가 부담이 되어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개성은 또한 행정의 투명성을 포함된다. 또한 공공성은 누구도 행정서비스 공급에 차별과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익 측면에서 보면 행정은 몇 사람과 관계된 사익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관계된 이익 즉 공익성을 담고 있다. 공익은 행정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공익이란 개념은 모호하고 고정된 것도 아니어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또 공익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이 공익적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개념의 범주를 벗어남으로서 진정한 공익이 현실 행정에서는 공익이 아닌 것으로 역 규정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유민봉(2010)은 공익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데, 공익이란 ‘특정 사회구성원이 아닌 일반 사회 내지 공동체의 여러 구성원에게 차별 없이 두루 관계되는 이익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실체설적 공익의 개념에 따라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를 조화롭게 조정하여야 한다는 과정론에 의해 공익의 실현가능성이 뒷받침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공익의 개념을 결정론적인 관점이 아닌 과정론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개념 규정이 아니라 공무원의 행동을 어떻게 공익의 가치를 추구하도록 이끌 것인가에 맞추어야 할 것이다.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은 어떤 결정이나 행동에 앞서 그것이 사회 내지 공동체의 여러 구성원에게 차별 없이 두루 관계되고 또 이들에게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고 조정하려는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 항상 자문하는 태도와 공익에 대한 감을 익혀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행위나 소유의 주체 측면을 보면 공적인 것은 정부와 관련이 깊다. 사적인 것과 달리 정부가 관여하기 때문에 법의 권위성을 가진다.

행정의 효율성과 민영화 흐름과 문제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행정의 경영화, 효율화의 강조에 비해 행정의 공공성은 점점 약화되어 가고 있다. 사용자 부담원칙이나 이윤추구행위 등 그동안 사적 영역에 적용되어 오던 시장원리가 행정에 확산되고 있다. 행정이 독점해오던 공공영역을 시민단체와 공유하거나 아예 민영화하여 시장영역으로 넘기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상수도 사업을 민영화하기도 하고 이름은 공기업이지만 실제로는 100% 수익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보편적 서비스의 공급이라는 전통적인 행정에 비하면 행정의 시장화가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행정의 비효율 관료주의 폐쇄성 등에 대한 비판적 지적과 함께 행정 혁신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장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행정의 비효율은 개선되어야 하고, 관료제적인 불필요한 규제완화와 민간의 경영기법의 도입을 통한 성과관리를 통해 행정의 효율화를 실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행정의 영영화와 효율화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행정의 효율화 자체에 매몰되면 더 큰 공익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의 목표는 공공성과 공익성 실현에 있으며 이러한 기본 가치를 훼손하면서 진행되는 행정의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늘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신공공관리 이론에 따라 진행되는 민영화와 민간위탁은 효율성의 가치에 비해 공공성과 책임성의 가치가 부차화 되면서 민영화 이후 책임이 방기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신공공관리의 가장 큰 한계는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책임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형 정부, 민영화, 민간위탁, 자율경영, 고객 등 신공공관리방식에는 국민주권에 대한 가치가 배제되어 있다. 민영화와 같이 정부의 영역을 벗어나 시장 기능에 맡겼을 때 사기업이 공공재를 관리 운영하는데 있어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기가 곤란하다.

신공공관리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계약의 방식에서는 주인-대리인 모형이 암시하듯이 정부의 불리한 계약(역 선택)과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책임을 확보하더라도 계약자는 1차적 주인인 정부를 의식할지 몰라도 2차 주인인 국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적 책임성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는 국민을 권리의 주체인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소비의 주체인 경제인으로 보는데 있다. 시민을 서비스 공급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한 공공성이 개입할 여지는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공공성과 효율성의 조화

 현대 공공성의 범위는 그 행위나 소유의 주체를 기준으로 하는 전통적 공·사구분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있으며, 그 대신 어느 행위가 미치는 영향범위 내지 그것과 관계되는 사람의 규모로 판단할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공개성과 공익성도 그 영향 범위에 비례하여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제 공공성은 정부 , 시민사회, 시장이 개별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라 이슈에 따라 이들 3주체가 협력하여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공공성의 측면에서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참여와 국민의 신뢰가 담긴 공공영역을 키우고, 신뢰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 정부의 영역은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예방하는 정부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공공성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경우 공공성의 권위 때문에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 또한 개발중심의 시장 세력과 정부가 동조하는 경우 공공성의 이름으로 공공성을 지닌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반면 행정의 사영화가 진전되면 시민의 행정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 수단이 약화되고, 모든 구성원에게 보편적인 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할 공공재적인 성격의 사업, 즉 철도, 전기, 상`하수도, 도로, 공항 등의 사업이 사기업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서비스 이용 요금의 급등,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재투자 부족, 비용 대비 서비스의 질 하락 등 또 다른 문제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음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물결속에 행정의 시장화가 촉진되고, 민영화가 곧 선이라는 직선적 단선적인 사고는 행정의 효율화와 공공성을 동시에 훼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간의 계약에 있어 역선택의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성의 실현과 민영화의 문재는 긍정적인 것만이 아닌 다른 가치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음을 고려하는 중용의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