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지역주민들의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은 결국 지역사회 물적기반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 세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치지형을 고착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정치구도하에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기초의회에 까지 정당공천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 이전에 지방정치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승수 교수는 ‘지역정치에 전국규모의 정당 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세력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정당이 아니면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하고, 정당 소속이 아니면 당이란 명칭도 쓰지 못하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기존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남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즉 지역정치까지 중앙정당에 의해 독점되어야 한다는 것은 잘못이며 이것이 정치적 무관심을 더욱 강화시키는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당공천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를 보면 책임정치 구현,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절차 확대, 정당정치 발전 등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현실과 중앙집권적 정당제 아래에서 기초의원선거에도 정당공천을 도입한 것은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고 공동무책임 정치문화 양산, 시민의 지방정치 무관심 확산,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 상실,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인 주민자치와 생활자치 의제의 실종과 훼손이라는 예상치 못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이해와 요구보다 중앙당의 결정에 우선하는 반 자치적 행태 심화, 기초의원 선거구제가 2~4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채택하였으나, 각 정당이 공천한 후보의 당선확률이 높고 정당별 복수 공천 허용으로 1당 지배 현상 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정당의 정치독점구도를 강화시켜 시민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지방정치 참여기회를 박탈하는 부작용만 심화시키고 있다. 특정정당의 지역지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정당공천은 지역주민의 대표기구인 의회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시민참여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공천인 당선인 현재의 지역주의 정치구도하에서의 정당공천은 공천비리 등 선거사범 급증 및 지방의회 의원의 비리, 탈선 등은 증가하는 반면 정당공천이 지방의회 의원 자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보수적인 중앙정치권력에 대한 지역정치의 보수화를 심화시키고 여성, 청년, 노동자 등 다양한 시민정치 세력의 진입을 억제하는 효과만 낳고 있다.
따라서 기초의회 정당공천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현재의 최선의 대안이며, 차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승수 교수의 주장처럼 현재의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되 지방정당이나 유권자단체의 후보추천권을 인정하여 정당의 지방정치 독점구도의 변화를 도모하고, 극단적인 정당투표를 유도하는 후보자 기호부여제도를 개선(정당별 기호를 부여하지 않고 추첨제도 전환)과 비례대표제를 확대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제안을 현실 정치 여건상 수용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재의 폐해를 부분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정당공천 폐지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은 기존 정당에 의한 정치독점구조를 어떻게 완화하고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의지가 있는 시민들을 정치의 주체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제시되고 있는 제안들을 모변 정당의 설립요건 완화와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의 선거참여를 허용하는 등 지역정당이나 유권자단체의 후보추천권을 인정하는 등 정당의 정치독점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특정 정당에 소속되어 정당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길 거부하고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길 원하고 있다. 청소년 여성 등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거나 정치적 배제를 당해왔던 시민들이 관객이 아닌 정치의 주체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정치참여 욕구를 보장할 수 있는 방향에서 정당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지방정치라는 제도정치 영역에 진출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과 함께 선거구제를 기성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2인 선거구제로 축소한 것을 중선거구제인 4인선거구제를 기준으로 재조정하여 지방정치영역에 다양한 계층과 이념적 스펙트럼을 갖은 정치세력들이 진출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할 때만이 기존 정당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풀뿌리 자치의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는 다양한 시민들이 정치영역에 참여할 것이며, 지방정치인이 개발성장주의에 과도하게 경도된 인사로 채워지는 문제를 극복하고 시민의 정치참여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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