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사람을 만드는 예를 가르치는 체육관입니다
사람이 안 되면 자꾸 싸워요.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해요.
** 인터뷰 : 이승봉 관장( 오창 동양복싱아카데미)
▪ 송재봉 : 관장님 반갑습니다. 관장님께서 제 아이도 지도 해준 인연이 있는데 정말 오랫 만에 빕게 되었네요. 얼마전 오창으로 이사를 하셔서 자리를 잡고 계시구요. 그동안 복싱계에서 활동을 해오셨는데, 언제부터 복싱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셨는지 짧게 말씀해주세요.
▶ 이승봉 관장 : 저는 77년도부터 복싱을 접했어요. 복싱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와서 20대 중반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허리를 부상 당하면서 선수 생활을 접고 20대 후반부터는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되었지요. 1998년부터 전문적으로 관장 역할을 하면서 체육관을 운영하게 되었고요. 사범, 코치 생활을 쭉 해왔죠.
▪ 송재봉 : 77(1977)년도요? 그러시면 선수 생활이 길지는 않으셨네요?
▶ 이승봉 관장 : 짧다면 짧을 수 있지요. 부상만 없었어도 선수 생활을 오래했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지요.
▪ 송재봉 : 그 후부터는 주로 코치 생활을 하신건가요?
▶ 이승봉 관장 : 코치 생활을 하다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1998년부터 체육관 운영을 하게 되었지요. 저의 스승님이신 정재룡 선생님이 운영하시던 체육관을 제가 물려받았어요. 내덕동에 있는 체육관인데, 저 또한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전통을 이으려고 내덕동에 있는 동양복싱을 신임하는 제자한테 물려주고 2020년에 오창 과학단지로 와서 새로 복싱장을 열게 된 거예요.
▪ 송재봉 : 쉽지 않은 일이셨을 텐데, 스승께서 그런 전통을 만들어주셨고 관장님도 그 전통을 이어서 제자에게 좀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을 물려주고 새로 개척해서 오창으로 오신 거네요.
▶ 이승봉 관장 : 물려주는 것도 아무한테나 물려줄 수는 없고 인성이나 운동 능력, 지도 능력을 봐서 그럴 만한 제자한테 물려주는 거죠.
▪ 송재봉 : 코치 생활부터 관장으로 쭉 활동을 해오신 거잖아요. 그러면 관장님 지도 아래 다양한 인재들도 많이 배출이 됐을 거 같아요. 어떠신가요?
▶ 이승봉 관장 : 그렇죠. 나이가 있다 보니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들을 하고 있지요. 체육교사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고 청와대 경호원이나 국가대표 지도자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 송재봉 : 지금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 중에서는 우리 관장님이 고참급에 들어가는 건가요?
▶ 이승봉 관장 : 그렇습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저보다 위는 없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현역 중에서 최고참인데 저도 한 2-3년 내에는 또 뒤로 물러나야지 싶습니다.
▪ 송재봉 : 그렇군요. 복싱 협회 같은 게 따로 있죠? 생활체육 쪽으로 들어가 있나요?
▶ 이승봉 관장 :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한 지 몇 년 됐어요. 충청북도에는 충청북도복싱협회가 있고 청주시에는 청주시복싱협회가 있어요. 진천과 충주에도 지역협회가 있지만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건 충청북도랑 청주시뿐이에요.
▪ 송재봉 : 그러면 정기적으로 대회도 열고 있나요?
▶ 이승봉 관장 : 네, 요즘은 생활체육이 상당히 발전을 하고 엘리트 체육이 조금 후퇴한 면이 있긴 한데, 청주시복싱협회에서는 청주시장배 대회를 해마다 4월경에 개최하고 충청북도복싱협회는 9월에 생활체육대회를 해요. 엘리트복싱은 각 체육회에서도 도움을 주면서 각 학교에서 선수 육성을 합니다.
▪ 송재봉 : 그럼 엘리트복싱을 하는 학교가 있나요?
▶ 이승봉 관장 : 네, 동중과 남중 복싱부가 있고, 고등부로는 충북체육고와 충주공고가 있어요. 대학부는 서원대학교가 있고 직장부는 충주 시청팀이 있지요. 충청북도 내에는 복싱 클럽이 한 50개 정도 됩니다. 선수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50개 클럽 중에 30개 클럽이 참석하는 정도가 됩니다.
▪ 송재봉 : 저희 어릴 때 생각하면 복싱이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걸로 기억이 돼요.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조금 떨어지기도 하고, 엘리트체육에서도 성적이 잘 안 나오기도 하는 느낌이 들던데 이렇게 약간 침체된 이유가 있을까요?
▶ 이승봉 관장 : 복싱이 다른 운동에 비해서 상당히 힘든 운동이에요. 사회가 많이 발전되고 먹고 살기 좋아진 세상은 예전에 헝그리 정신을 갖고 있던 때에 비해 복싱이 퇴화가 된 건 확실합니다. 그런데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와 같은 시기를 지나 지금은 상당히 강국이거든요. 일본의 이노우에 선수 같은 경우는 그저께도 세계 타이틀전 4체급을 석권하는 정도로 상당히 프로복싱이 강화돼 있어요. 반면 한국은 침체기이죠.
거기다 여자 복싱 세계 챔피언은 남자 세계 타이틀전보다는 상당히 약화된 면이 있어서 한국에서는 그렇게 인기가 없어요. 그리고 미국의 메이웨더 선수 같은 경우는 한 게임 당 3천억 원(유료시청료와 입장수익 배분 포함)이라는 파이트 머니도 받고 그러는데 한국에는 그런 스타가 없다는 게 좀 아쉽죠. 스타가 있으면 한국도 복싱이 다시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그렇지만 엘리트복싱에 비해 생활체육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발전돼 있어요. 생활체육으로는 많이 발전돼 있는데 엘리트복싱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의 성적은 상당히 안 좋죠.
▪ 송재봉 : 금메달을 따거나 이런 것을 본 적이 정말 옛날인 거 같아요.
▶ 이승봉 관장 : 맞아요. 86아시안게임에서는 전 체급에서 우승을 했었고, 88올림픽 때도 금메달 2개를 딴 쾌거를 이루었지요. 그 후로는 상당히 낙후돼 있습니다. 복싱이 여러 가지로 많이 힘을 써 봐도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그런지, 그런 정신력을 가진 선수를 찾기가 힘듭니다.
▪ 송재봉 : 말씀하신 것처럼 생활체육 복싱은 꾸준히 저변이 확대되거나 유지되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가요? 일반 시민이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요.
▶ 이승봉 관장 : 최근에 복싱을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많이 하고 있죠. 예전에는 복싱을 통해서 성공하고 잘 살겠다라는 마음으로 운동을 했었던 것과는 다르지요. 생활체육이 잘 발전된 스위스나 스웨덴, 이탈리아 등에서는 생활체육을 통해 의사, 경찰, 교수 등 이런 사람들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선수로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경향을 한국에서도 봤으면 좋겠어요. 공부도 하면서 운동을 겸비한 운동인이 나와야지, 너무 운동만 강조하면서 선수로 생활하면 인성을 가진 선수로 성장하기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게 좀 안타까워요. 사실상 교양을 갖춘 스포츠인들이 참 그리운데, 그걸 제가 서구쪽에서 보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참 부럽더라고요.
충청북도 내에는 복싱 클럽이 한 50개 정도 됩니다.
엘리트복싱에 비해 생활체육은 어느 때보다 많이 발전돼 있어요.
▪ 송재봉 : 복싱하면 왠지 격한 운동이다라는 느낌이 있어요. 생활체육이나 건강을 위해서 접근한다고 하면 그렇지 않은 면도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여성들도 많이 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 이승봉 관장 : 네 그렇습니다. 복싱이라는 운동이 얼굴쪽을 때려서 과격하게 보이는데, 복싱은 룰이 존중되는 스포츠 정신으로 겨루기 때문에 더 안전하지 않은가 싶기도 해요. 반면에 프로 복싱 경기는 조금 더 과격할 수는 있지요. 생활체육에서 안전은 전혀 걱정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지금 오창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학부형들한테도 상당히 개방돼 있어요. 부모들이 보기에도 아이들 운동하는 게 안전하기도 하고, 운동량도 좋아서 키즈 복서들이 한 수십 명 가량 돼요. 오창 과학단지가 그래도 젊은층 부모들이 많아서 복싱에 대한 이해도도 있어서 저희한테 많이 데리고 와요.
▪ 송재봉 : 관장님께서 내덕동에서 이 곳 오창으로 옮겨 오신 것이 결과적으로 더 잘 되신 거네요.
▶ 이승봉 관장 : 선견지명이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오창에 와서 오히려 많은 아이들을 접하다 보니까 더 보람도 있고 그래요.
▪ 송재봉 : 오창에 복싱 체육관은 여기 하나인가요?
▶ 이승봉 관장 : 여기 과학단지만 해도 두 군데 더 있어요. 다른 곳은 거의 성인들 위주더라고요. 저희는 키즈 프로 복싱, 엘리트 복싱을 복합적으로 섞어서 하고요.
▪ 송재봉 : 복싱이 조금 더 저변이 확대되고 더 많은 국민이 스포츠로서 (복싱을) 즐길 수 있게 나아가기 위한 어떤 과제가 있을까요?
▶ 이승봉 관장 : 예전에는 저희가 스승으로서 운동하는 아이들이나 부모들한테 존경의 대상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부모들도 아이들 위주로 생활하고, 모든 것을 그쪽으로 맞추다보니까 최근 매스컴에 나오듯이 부모와 아이들이 갑이고, 저희가 을이 되었죠. 결국 아이들한테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게 돼요. 저는 아이들이 몸도 건강하고 인성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복싱은 건강과 인성을 둘 다 잡아야 하거든요. 복싱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인성 건강도 좋아진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발전해서 더 인기가 많아졌으면 해요.
아이들이 몸도 건강하고 인성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복싱이 신체 건강과 인성 건강이 다 좋아진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발전해서 더 인기가 많아졌으면 해요.
▪ 송재봉 : 보통은 복싱을 스포츠로만 접근하거나 건강 아니면 호신술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씀을 계속 듣다보니 인성에 대한 말씀을 강조하시더라구요. 이렇게 복싱을 잘 배운다면 복싱을 통해서 인간관계 예절 또는 자기절제 면에서도 일정하게 의미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복싱을 통해서 그런 면의 변화가 발생하기도 하나요?
▶ 이승봉 관장 :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여기서 첫째는 예를 갖춘 인간이 돼야 하고, 그 다음에는 체력이 문제다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학교 교사들이 온 적도 있어요. 교사 중에서 예를 갖추지 못해서 한 번 혼내서 보낸 적도 있어요. 복싱장에서는 저희가 지도자인데, 선생님들마저도 지도자한테 예를 갖추지 못하면 아닌 거예요. 그래서 여기 오면 첫째는 인사를 잘 하는 것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이 마음이 차분해져요. 예를 가르치는 겁니다. 여기는 사람을 만드는 체육관인거예요. 사람이 되고 건강해져야지, 건강만하고 사람이 안 되면 나가서 잘못하면 싸워요.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해요. 여기 오는 부모들도 사실상 말씀은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가끔 여기서 아이들을 훈계하면 집에 가서는 또 다르게 얘기를 해요. 그러면 부모들이 서운하다고 전화가 오기도 해요. 저는 그런 것도 감수하고 보내준다면 여기 오는 아이들을 예를 갖추게 키우고 싶다고 해요.
▪ 송재봉 : 우리 아이도 여기를 꽤 다녔었잖아요. 그때도 보니까 관장님을 좋아하고 복싱장 가는 것도 즐거워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관장님께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철학이나 원칙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예를 갖추고 인성을 갖춘 사람을 키우고 성장시키는데 기여하는 복싱체육관을 만들고 싶다라는 말씀이 맞는 거 같네요. 오창에 와서 보니까 좀 어떠신가요? 오창이라는 지역이 아이들도 많고 그래서 장점도 있을 거 같고, 또 더 개선할 게 있을 거 같기도 한 대요. 살아보시기에 어떠신가요?
▶ 이승봉 관장 : 제가 청주에 있을 때는 과학단지가 오창읍의 한 부분으로만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살아보니까 청주에 있던 복잡한 것들을 떠나서 오히려 사람 냄새 나는 곳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삶의 질은 여기가 더 나은 거 같아요. 제가 내덕동에 살았는데, 거기는 사실 조금 낙후된 곳이잖아요. 옛날에 어른들이 살고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서요. 그러다보니까 여기가 오히려 사람 냄새도 나고 젊은 사람들도 많아서 활기가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반면에 여기는 저희가 대회를 호수공원 같은 데서 열어보려고 했는데 직원인지 용역업체 사람인지 그런 분들이 행사를 하려고 그러면 못하게 막아버리더라고요. 노래 공연이나 이런 거는 해주는 거 같은데, 스포츠를 해보겠다고 하면 막아버리더라고요. 주민이 반대를 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는 거 같아요. 저희가 어지럽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시는 거 같기도 한데, 저희는 스포츠맨 정신으로 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주변 정리도 다 하는데, 그런게 좀 개선돼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문화 행사나 스포츠 행사를 좀 더 개방해야 할 거 같아요.
▪ 송재봉 : 그렇군요. 98년부터 수많은 제자들을 키우고 배출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보람 있다고 느끼셨던 적이 있나요?
▶ 이승봉 관장 : 제가 코치 생활을 하던 8-90년대 초반에는 주로 선수 위주로 키웠어요. 운동하는 애들을 스파르타식으로 혼내면서 가르치고 했는데, 그런 제자나 후배들이 지금은 나이가 50대 초반이죠. 사회 지도층이 될 나이가 되었죠. 대학교 교수도 있고 회사의 이사, 부장 이런 사람들이 저를 만나면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반듯하게 커서 사회에 잘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애기를 들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죠.
▪ 송재봉 : 그러시겠네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가르침을 잃지 않고 살아오고 그걸 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가치 있게 살았다는 느낌이 들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관장님에게 복싱은 어떤 의미일까요?
▶ 이승봉 관장 : 저는 복싱을 떠난 삶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오직 복싱만을 바라보고 살아왔잖아요. 학생일 때에도, 사회 초년생일 때도, 지금 말년도 복싱이에요. 제 삶의 모든 것이 복싱이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정신이 있는 한은 계속 복싱을 하면서 지낼 거 같아요.
▪ 송재봉 : 한 길 인생을 복싱으로 살아오셨네요.
▶ 이승봉 관장 : 제가 복싱을 하면서 너무 어렵게 살아가니까 사람들이 다른 길로 많이 유혹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복싱을 지도하는 일이 제 마음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욕구도 뿌리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제가 이룩한 게 있으니까요.
▪ 송재봉 : 관장님이 체육관도 운영하시지만 복싱협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제자들도 양성하고 엘리트선수도 발굴하면서 지도자의 삶을 살아가는 게 의미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 바쁜 시간을 내주셔서 저도 복싱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고 우리가 복싱을 통해서 사회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데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이승봉 관장 : 네, 복싱이라는 스포츠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희가 대회를 호수공원에서 열려고 하면 못하게 막아버려요.
노래 공연은 되는데 스포츠 행사는 안된다고 합니다
문화 행사나 스포츠 행사에 좀 더 개방해야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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