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차를 마실 때 보통 색·향·미를 즐긴다 그러거든요
물 한 잔 마시는 것과 다른 우리의 차 정신이 들어있어요.
** 인터뷰 : 김용선 대표(내덕동 안덕벌 전통찻집 '설연재' )
▪ 송재봉 : 김용선 대표님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대표님 께서는 다례교육으로 우리차 문화를 확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고 동시에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계시잖아요.얼마전에 책도 출판하셨고요. 늘 바쁘실텐데도 '설연재'라는 이 터도 잘 가꾸어 놓으셔서 많은 분들이 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 놓으셨네요. 오늘은 작가님의 살아 오신 이야기와 우리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왔습니다.
▶ 김용선 대표 : 전통 찻집을 운영 하는 우리같은 사람은 느낌이 좋은 데 젊은 층에게 까지는 친숙한 느낌으로는 와 닿지 않고 그런가 봐요. 주변에서는 우리 공유의 전통차문화 확산을 꿈꾸며 운영하는 매장이 경제적으로 보면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장단에 꼭 맞춰야 될지는 모르지만 그냥 저는 제 색깔로 하면 또 그 색깔과 느낌이 같은 분들이 모이고 하니깐요. 전체적으로 만인이 좋아하는 뜻에 다 맞추기는 어려운 일 아니겠어요.
▪ 송재봉 : 그렇지요. 여기는 청주대 예술대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이라 젊은 층들도 많은 곳인데 청년들의 취향에 잘 맞지는 않을 수도 있겠네요.
▶ 김용선 대표 : 글쎄요 근데 여기가 대학교 주변이다 보니까 학생들도 찾아오고 일반인들도 오고 그렇거든요. 또 중국인들도 많이 오고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의 차 문화는 없어졌어요. 중국 보이차 아니면 홍차 또 커피 바리스타 이런 거로만 생각하고, 설탕하고 달달한 음료를 곁들인 종류 이런 것만이 차라는 인식으로 바뀌어 버렸어요.
▪ 송재봉 : 맞아요. 하긴 우리가 차 한 잔 하러 갑시다 하면 대부분 커피숍으로 가잖아요.
▶ 김용선 대표 : 일종의 기호 식품이기도 하고 또 원래는 약리 작용에 의해서 우리 몸에 좋은 효험이 있으니까 마셔왔던 건데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하고 생활에서 익숙해지긴 했어도 원래의 우리 차 문화는 없어졌기 때문에 공부 과정도 필요하고 차는 이렇게 우려야 된다. 방법론도 나오고. 차가 꼭 공부 하지 않고도 그냥 마실 수 있는 건데 말이죠. 차의 기본인 녹차 한번 해드려 볼게요. 한번 보세요. 요 잎을 우전이라고 해요.
▪ 송재봉 : 먹어도 되는 건가요? 엄청 부드럽네요.
▶ 김용선 대표 : 이건 조금 큰 잎을 따서 우렸을 때 이렇게 되는 거예요. 요 잎은 일창 일기(차 잎의 모양이 속 심의 모습은 창을 닮고 심 옆의 잎은 깃발 모양을 닮음)라고 하는데요. 새 봄이 되면 이 잎 하나가 촉이 트게 되는데 이 차는 그 싹으로 우린 거고요. 상품으로는 최상품이고 가장 비싸기도 하지요.
▪ 송재봉 : 제가 대표님 덕분에 녹차 중에 으뜸인 우전차를 마셔보는 거네요.
▶ 김용선 대표 : 우전이라는 뜻은 우가 비우(雨) 자 쓰고 전자는 앞 전(前)자인데요. 비 앞에서 따거나 비 오기 전에 딴다. 그러기도 하고요. 청명 절기에서 곡우 절 때 곡우 앞에 땄다 이런 의미죠. 그래서 이 입은 따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 송재봉 : 오늘은 좋은 차를 마시며 전통차와 작가님의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 운치와 품격이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 김용선 대표 : 제가 특별한 삶을 살아 온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아니라서요.
▪ 송재봉 : 아니예요. 저는 그냥 대표님의 평범한 일상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은 겁니다.
▶ 김용선 대표 : 우리 차에 관해서라면 때로는 왜 돈 안 되는 일을 하느냐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고 실제로 또 잘 안 되는 게 맞고요. 그런데 이 일을 누군가는 또 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의 차 문화 역사가 있는데 지금은 없어져 버려서 지금 이렇게 우리 차를 가지고 잘하든 못하든, 어떻게 마시고 왜 좋은지를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지 않나 싶고요, 제 성향과도 잘 맞아요. 그래서 이 일을 계속 하면서 차를 마셔왔고 남편과 아들이 도자기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까 만든 그릇에다가 차를 우리니 더 자연스럽게 지금이 일이 됐어요. 요즘 테라피, 쉬기 위해 병원에 가서 누워서 치료를 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가서 치료하는 시간과 마찬가지로 이 차를 우리는 과정이 일종의 어떤 수행이 될 수가 있기도 하죠. 이 과정 속에서 우리의 마음이 쉴 수도 있고 심신을 단련할 수도 있어요.
우리 차에 관해서라면 때로는
왜 돈 안 되는 일을 하느냐 그래요
그런데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송재봉 : 지금껏 걸어오신 전통차를 알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상업적으로 그렇고요. 놓지 않고 하시는 나름의 어떤 소신과 철학이 있을 것 같아요. 차와 관련돼서 그게 어떤 건지가 궁금합니다.
▶ 김용선 대표 : 네 있습니다. 나름의 소신이 있지요. 차가 우리 몸에 주는 유리한 점도 많이 있지만 차 한 잔을 마시는 이 과정 속에는 그냥 어떤 물 한 잔 마시는 거 하고 다른 우리나라의 차 정신이 있어요.
우리가 차를 마실 때 보통 색·향·미를 즐긴다 그러거든요. 차를 한잔 즐기실 때 찻잔에 놓여 있는 차에 우러난 색을 감상해 보시면 굉장히 청아하고 맑은 기운이 느껴지십니다. 다른 탁한 차는 또 그 나름대로의 다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색이 있지만 지금 이 찻잔을 보시면 굉장히 맑은데 연둣빛이 나면서 맛은 맹물처럼 깔끔한 그런 맛은 아니죠.
▪ 송재봉 : 그러네요. 정말 맑아 보이네요.
▶ 김용선 대표 : 이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이 색을 감상하시고, 이 찻잔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면서 가까이 대보시면 향을 느낄 수가 있어요. 처음에 급하게 마시기보다는 한 모금을 머금어서 와인처럼 입안에서 굴려서 씻어내신다. 이런 마음을 가지시고 그다음 잔을 마시면 차 맛이 훨씬 더 잘 느껴지세요.
▪ 송재봉 : 그러네요. 첫잔을 마실 때 보다,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듯 해요.
▶ 김용선 대표 : 지금 느끼시는 맛이 녹차의 정수라고 표현되는 맛이에요. 두 번째는 깊숙이 맛을 입에 머금었다가 한번 잘 느껴보세요.
▪ 송재봉 : 음~ 입안에 가득담긴 차향이 참 좋네요
▶ 김용선 대표 : 이 향을 우리 손님들은 말할 수 없이 귀한 향으로 표현했어요. 어떻게 표현을 할 수가 없어 어린아이의 살결 냄새라든지 그런 표현을 쓸 만큼 순순하고 신선한 향이 느껴진다고 하시는데, 우리가 평소 너무 과하게 달고 쓰고 이런 것만 먹다 보니깐 일반인들은 ‘이게 무슨 그렇게 맛있고 향이 있어’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한번 입 안에 그윽하게 품어보시면 여러 가지 향이 느껴지실 겁니다. 한자로 차(茶)자를 살펴 보면 초두두변에 사람인자가 들어가 있고 그 밑에 나무 목자가 들어 있어요. 그래서 차라는 것은 풀이면서 나무이기도 한데 우리 인간에게 신이 주신 선물 가운데 최고의 물이랍니다.
▪ 송재봉 : 음, 그렇군요.
▶ 김용선 대표 : 그만큼 이 차를 어쩌다 한 번 먹는 게 아니라 늘 우리가 상음하면은 우리 몸을 살리는 데 그만큼 좋은 역할을 한다는 거죠. 똑같은 차도 똑같은 물에 누가 우리냐에 따라서 차 맛이 다름을 우리가 느끼고요, 차를 담는 도자기도 만드는 사람의 기가 들어있고 기운이 있다고 합니다. 똑같은 씨를 가지고도 중국에 가서 심은 거랑 우리 땅에 심은 거랑 맛과 질과 향이 다 달라지잖아요.
▪ 송재봉 : 땅의 기운, 우리는 사람의 정성, 다기의 질 등이 차맛을 내는데 있어서는 다 같이 중요한 거네요.
▶ 김용선 대표 : 왜 우리는 커피를 비싸게 사먹고 중국의 보이차를 비싸게 사고 마실까요? 차나무 가지에서 몇 개 딸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그렇게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 만큼 생산이 될까요?
▪ 송재봉 : 그런데도 비싼값에 수입차를 마시고 있잖아요.
▶ 김용선 대표 : 수백만 원 수천만 원 차가 정말 좋은 보이차인지 한번은 고민해 볼 일 인거죠. 아쉽고 슬프기도 한것이 우리 땅에서도 좋은 우리차가 많이 생산되거든요. 우리 차 문화에 대한 소외감이 마음에 많이 차올라서 힘들지만 이 일을 계속 하게 되고요. 차 공부를 해보니까 우리 차의 정신이라는 게 중용(中庸 :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이 떳떳하며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상태나 정도)이더라고요.
▪ 송재봉 : 중용이요?
▶ 김용선 대표 : 우리 차의 정신은 뭐든지 딱 중간이에요. 차는 너무 펄펄 끓이지도 않고, 알맞게 식히죠. 이것도 중화죠. 이 찻잔을 따를 때도 철철 넘치거나 뜨거워서 못 잡을 정도가 아니라 잡기에 딱 알맞게 하지요.
▪ 송재봉 :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러네요.
▶ 김용선 대표 : 그게 중요해요. 그리고 이 차를 마신다는 거는 휘몰아치거나 급진하거나 이렇게 가지 않고 늘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을 수 있는 우리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그런 중용의 정신이기도 하거든요. 차를 평소 우리가 꼭 어떤 특별한 자리에 가서 귀중하게 대접받는 게 아니라 집에서 그냥 일상에서 먹을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안 하고 있거든요. 이제는 점진적으로 이런 좋은 우리 차 문화를 발전시키고 이걸 먹음으로 해서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을 알리고 생활화 해야지요.
우리 차 문화에 대한 소외감이 마음에 많이 차올라
힘들지만 이 일을 계속 하게 되고요.
차 공부를 해보니까 우리 차의 정신이라는 게 중용이더라고요.
▪ 송재봉 :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차의 좋은 점 보다 커피를 마시면 암 예방도 된다, 혈액순환에도 좋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커피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거 같아요. 우리 차를 마시면 몸에 어떤 좋은 기운이 있는지 이런 건 잘 모르기도 하고 여유 있게 차를 마실 수 있는 문화도 아니고 패스트푸드가 일상이 되는 사회에 살다 보니까 삶의 속도와 이런 게 잘 안 맞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 김용선 대표 : 네 그런 문제점을 지금 안고 있어요. 너무 격식을 차리거나 시간을 오래 갖지 않고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이런 걸 자꾸 모색 하고 있 어요. 또 우리 사회에서는 간편한 용기를 지향하고 차는 도자기나 이런 걸 써야 된다는 것 때문에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컵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거 이것도 쉽게 접목 되진 않다 보니깐 앉은 자리에서 조금 마음을 편안히 하고 쉬는 시간을 가지는 생활, 그 일상이 돼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그거죠. 사실은 얼마든지 차가 좋다는 인식만 하게 된다면 가능하거든요.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 놓고 계속 1시간 앉아 있는거나 차 우리면서 이렇게 따뜻하게 여러 번 먹는 거나 시간은 같거든요. 충분하다는 말이죠. 우리가 습관만 안 들인 것 뿐이에요. 그래서 그런 걸 좀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요. 제가 해보니까 집에서도 간편하게 물만 부으면 얼마든지 마실 수 있어요.
▪ 송재봉 : 그런데 제가 지금 땀이 나네요. 좋은차는 몸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땀이 난다고 하던데 제가 지금 딱 그런 느낌이 듭니다.
▶ 김용선 대표 : 네 그게 제일 첫 번째 차 먹었을 때 효험이거든요. 몸의 순환을 도와 기를 원활하게 해줘요. 그만큼 다양한 성분들이 차 몇 잔 마시는 속에 다 들어 있어요. 거의 만병통치약이네.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만큼요. 종합비타민제 안 먹어도 돼요.
▪ 송재봉 : 그래서 대표님 피부가 이렇게 좋으신 거죠!
▶ 김용선 대표 : 그렇진 않고요, 어쨌든 좋은 점이 많은데 우리 차를 멀리하고 있고요. 가격 면에서도 다른 차 마시는 거에 비하면 얼마든지 차로 마실 수 있어요.
▪ 송재봉 : 커피하고 비교하면 어때요?
▶ 김용선 대표 : 저도 커피를 마시지만 저는 더 비싸다고 생각하는 게 커피는 원두를 사도 그걸 제대로 마시려면 갈아야 되고요. 로스팅 한 걸 사가지고 온다 해도 갈아야 되죠. 필터에서 내려야 되죠. 그 절차 밟으려면 차보다 훨씬 복잡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커피는 간단하고 차는 복잡하다고 생각을 하죠.
▪ 송재봉 : 커피는 커피숍 가면 바로, 그냥 딱 주니까요.
▶ 김용선 대표 :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커피는 좋다는 것만 부각을 시켜서 인식하고 우리 차 얘기는 안 하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저는 많이 아쉬운 게 저 한 사람이 이렇게 조그마한 구멍가게 같이 하면서 오시는 분한테 얘기 한다고 바뀌는 것이 있을까 싶을 때, 매체에서 먹방이니 외국까지 나가가지고 왜 우리 좋은 음식 먹거리 소개하는 것처럼 우리 차의 좋은 점, 타법, 예절 이런 거를 방송에서 수시로 얘기를 한다면 이게 얼마든지 바뀔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요즘 많이 아쉬워요. 우리 차 얘기만 나오면 감정이 조금은 나오는 것 같아요.
▪ 송재봉 : 말씀 듣고 보니까 좋은 차를 마시는 것도 있지만 또 명상을 통해서 기운을 서로 나눌 수도 있고 심리적인 안정도 되고 결과적으로 건강에도 좋고 실제로 장점들이 많이 있네요. 차 얘기만큼 제가 궁금한 건요, 얼마전 '새 때를 따라가다'라는 수필집을 내셨잖아요. 책소개글이 너무 좋더라구요. 저도 몇변 읽어 봤는데 참 따뜻한 글이 많았어요.
" 새 떼가 날아간 쪽을 올려다본다. 나는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 걸까. 무심코 ‘나’자를 한 획으로 흘려 쓰니 한 마리 새가 된다. 나, 나, 나가 모이니 결국 새 떼가 되어 창공을 차고 오른다. 저마다 ‘나’였던 새들은 새 떼가 되는 순간 ‘나’를 버리고 ‘우리’라는 하나가 되어 날아오른다. 낮게 비스듬히. 높아야 멀리 보이는 건 아니라고, 새 떼가 날아간 하늘에 따스한 온기로 말없음표 찍혀 있다.
─ 본문 「새 떼를 따라가다」 중에서
▪ 송재봉 : 차와 다도교육도 하시면서 또 수필가로 활동을 하게 된 건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 김용선 대표 : 제가 글 쓰고 글 짓는 거, 그림 그리는 거 이런 일들이 취향에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문학소녀였고, 글 쓰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상업적 일을 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글은 계속 썼어요. 오래됐는데 쓰고 나서 보면 이게 뭔 글인가 이런 회의감이 올 때도 있고 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어느 날 생각하니까 잘 안 된 글이라도 써놨으니 미루고 있는 다고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나이가 많아지기 전에 내보자, 그렇게 시작을 해서 이제 올해도 한 번 내보려고요.
차문화를 확산하고 글을 쓰는 일은
향기가 확 퍼지지도 않고 연기처럼 확 날아가지도 않지만
사회적인 문제 해결도 작은 일들에서 온다고 저는 생각해요.
▪ 송재봉 : 벌써 두 번째 출판을 준비하고 계시는 거네요.
▶ 김용선 대표 : 너무 망설이기만 한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 송재봉 : 누구든지 그 짧은 글 속에서 각자가 느끼는 감동이나 이런 게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글을 읽어도 저는 도움이 되고 그렇더라고요.
▶ 김용선 대표 : 지금도 여전히 글을 써놓고 보면 부끄럽고 쓸 만한 내용도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요.
▪ 송재봉 :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시니까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회장님께서 수필도 쓰시고 우리 전통차도 알리는 과정에서 외로우실것 같기도 하지만 또 감사한 것이 회장님같은 장인의식과 도전정신을 가지신 분이 계셔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며 다양성 가치가 살아있는 사회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 김용선 대표 : 이 일이 향기가 확 퍼지지도 않고 후끈해서 확 연기처럼 날아가지도 않지만 사회적인 문제도 작은 일들에서 온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 송재봉 : 우리가 문화 강국이라고 하지만 K-POP만 있어서 문화 강국일 수 없잖아요. 결국 우리민족사를 통해 이어져 왔던 전통적 문화 가치가 동시적으로 공존하고 있어야 문화의 다양성 살아있는 문화 강국이 되고 또 그걸 통해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그러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차 문화에서부터 도자공예, 마음을 위로하는 수필까지 다양한 영역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시면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처음에 들어오면서 말씀하셨던 게 이 동네가 문화의 거리로 뭔가 좀 자리 잡아갔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좀 하셨잖아요. 그렇게 되려면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김용선 대표 : 글쎄요 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 여기에 발전적으로 미칠는지 모르겠지만, 동부창고와 문화제조창 이런 것들이 청주에서 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큰 문화 메카가 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이 골목은 연초 제조창 시절부터 그래도 이름 있는 안덕벌 골목이잖아요.
이 동네가 예술의 거리여서 문화제조창이 가지고 있지 않는 어떤 문화적인 요소를 이 골목이 조화롭게 구사한다면 관계가 잘 맺어질 것 같은데요. 젊은 공예인들을 보면, 공예인들이 자기 공간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힘들어 하거든요.
공예인들에게 공방을 할 수 있게 이 골목을 저가로 내준다면 그 사람들이 그 칸 안에서 다 창조적인 일을 하게 되고 그게 바로 문화 제조를 하는 일이거든요. 그럼 문화제조창이 되는 거죠. 그러면 문화제조창 안에서 이루어지는 굵직굵직하고 큰 국제 행사하고 소소한 개인의 공방이 모여서 결국은 큰 흐름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흐름으로 잡아가면 좋겠다. 이렇게 몇몇 분들게 말씀을 드리면 의식이 있으신 분들은 이런 생각에 공감을 하세요. 그래서 좀 목소리가 있으신 분들이 힘을 합쳐서 끌고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요.
▪ 송재봉 : 문화제조창이 독립된 공간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연계해서 문화 제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거리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그러면 그 일을 지금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의 주체라고 할까요? 그런 분들이 좀 남아 있을까요?
▶ 김용선 대표 : 그게 조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한 것이 여기 지역민들이 집 주인도 있고요. 세입자도 있고 또 상인회하고 예술인들하고 조금 생각의 차이가 있어요. 첫 번째는 집주인이 손해 보고 무조건 공예인들을 살릴 의무는 없는 거지요. 그렇다면 일부를 시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공예인들 자신이 부담하든지 해서 공예인들한테는 싼 임대료를 받고 이 지역 주민들한테는 공예인들이 와도 손해날 게 없이 집세 받는 이런 구조가 돼야지요. 서로 소통이 돼서 문화에 의식이 있고 뜻 있는 분들이 여기를 잘 만들어 가면 정말 좋지요.
▪ 송재봉 : 그렇죠, 맞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설연재! 이름 참 좋은데 무슨 뜻이에요?
▶ 김용선 대표 : 설연재는 제 호인데요. 차 문화를 지도해 주신 우리나라 차의 다성이라고 해서 초의 스님이 계신데요. 우리나라에 차 문화를 정립 해놓으셨어요. 그분의 차 맥을 이은 여연 스님이 계신데 그 분이 청주에 오셔서 저를 9년 동안 사사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맥을 이어서 차 공부를 했고요. 제자로 삼으실 때 연자를 주시고 설자는 차 이름 설자예요. 그리고 집 재자를 써서 연재예요. 제 호로 늘 가지고 있었는데 이름이라는 게 많이 불리면 좋잖아요. 그래서 상호로 썼죠.
▪ 송재봉 : 맞아요. 호는 많이 불러야지 호에 의미가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럼 선생님도 다례모임과 다양한 교육을 하고 계신만큼 제자들이 많이 있겠어요.
▶ 김용선 대표 : 저는 제자를 배출할 만큼 능력은 없습니다.
▪ 송재봉 : 공부하는 분들이 계시니 그것도 시작하시면 되겠네요. 그런 어려운 길을 골라가는 분이 있어야 새로운 길을 만드는 거죠. 오늘 갑작스럽게 찾아뵀는데 늘 깊이 생각하시는 분이라 깊이 있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전통차 문화 확산, 안덕벌 지역문화의 거리 조성 등 새롭게 고민할 지점도 생겼고요. 감사드리고요. 또 다음에 시간 내서 한번 또 찾아뵙겠습니다.
여기 안덕벌 거리를 공예인들에게
공방을 할 수 있도록 저가의 저리로 내준다면
그 사람들이 여기서 창조적인 일을 하게 되고,
그게 바로 문화 제조를 하는 일이거든요.
그럼 명실공히 문화제조창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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