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봉(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지난 20년간 시민단체 활동의 중심가치는 투명성, 민주성, 청렴성, 형평성, 주민참여 확장이었다. 그리고 이는 주민참여에 의한 지방자치 발전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이상의 가치만으로 ‘사람이 살맛나는 아름다운 사회’가 이루어 질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같기에는 1% 부족하다.
정부가 투명해지고 공정해지는 것이 정부신뢰를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는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충분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선진적인 제도보다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가치 지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난 20년간 이룬 시민운동의 성과라 할 수 있는 절차적 민주주의 진전이 시장만능, 효율성 우선의 가치, 권위적인 보수 정치질서가 새롭게 구축되면서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짧은 시간에 충분히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더 잘 살아보겠다는 욕심에, 불도저식 개발주의자면 어떻고, 도덕적인 하자가 있으면 어때 ? 경제만 살리면 되지 ! 라는 식의 공공성, 공동체성, 윤리성을 경시하고 물질만능을 추구하는 전 국민적인 가치전도 현상에서 절차보다 중요한 것이 절차를 채우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속한 충북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는 과연 어떤 가치와 지향을 가지고 운동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함을 느낀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만 있으면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생각으로 주민들은 정부에 참여하는가? 혹시 더 빠른 경제성장, 떠 빠른 지역개발 등 규모와 속도 경쟁을 촉진하는 주체 중 하나가 참여하는 주민 혹은 시민단체는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시민운동을 하겠다는 우리는 과연 지금보다 더 불편하고, 덜 쓰고, 가난하게 살 준비는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경쟁하지 않아도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지도 물어보아야 한다. 아이들을 시험과 성적이라는 무한경쟁 질서 속에 몰아넣고 이것을 교육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의문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나눔과 협동의 가치를 중시하고, 욕심을 줄이고, 가진 집단이 사회를 위한 공적 부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 있어야 사회 계층분열과 갈등이 완화되고 국민적인 협력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에너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려 한다. 재벌과 대기업,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보수 언론, 거대 지주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에는 속도를 내지만 서민의 생활안정, 다문화가정, 지방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 정책은 거꾸로 회기하고 있다.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반대할 게 너무도 많다. 그래서 아무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시민단체는 반대만 하는 집단이란 인식이 시민속에 고착화 되는 것도 두렵다. 또 지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대로 가면 서민생활이 파탄나고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걱정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래서 걱정이다. 너무 반대하다 정작 이 정권의 실수로 모든 상황이 악화되었는데도 마치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반대 때문에 국가 경제를 망쳐먹었다는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에.... 우울하고 답답한 2008년을 이렇게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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