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창

대운하와 4대강 정비가 지방경제의 대안인가

송재봉 2009. 1. 8. 11:13
 piess  시민경제연구소에서 퍼왔습니다. | 2008·12·13 11:09 |
경기회복,_4대강_정비사업이_대안인가___1223__01.hwp 80.0 KB
MB정부는 매년 3,500억원 정도로 편성되던 국가하천정비예산을 향후 10배로 늘려 매년 3조 5000억원(4년간 14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4대강 정비에 우선적으로 쓰겠노라고 선언하고 이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는 홍수피해의 대부분이 4대강에서 발생하는지 지방군소하천에서 발생하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목표에만 열중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비효율적인 자원배분, 즉 정책적 수요와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아집과 독선에 의해 추진되는 대운하사업과 4대강 우선정비사업은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에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기초지식이 매우 부족한 이명박 대통령의 아마츄어 측근들은 대운하건설사업이나 4대강정비사업이 낭비가 아니라고 우기기도 한다. 대운하건설사업이나 4대강 정비사업이 일자리도 창출하고 생산유발효과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업의 낭비성을 따질 때는 그런 식으로 우기는 것이 아니다. 부실투성이 지방공항들을 보라.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지방공항 지을 때 일자리 창출했고 생산유발효과 창출했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앞으로도 더욱더 분발하여 시군구, 읍면 단위까지 지방공항 하나씩 더 지어도 되는 것인가.

어떤 사업의 낭비성을 따질 때는 그 사업이 다른 사업에 비하여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그 정도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자주 90년대 북유럽식 위기탈출방식과 일본식 위기탈출방식을 비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90년대 북유럽의 자원배분 방식이 예상성장률을 3%에서 4%로 올리는 방식인 반면, 90년대 일본의 자원배분 방식이 예상성장률을 3%에서 2%로 낮추어 버리는 방식이라면, 상식을 가진 정부라면 정부는 후자를 선택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90년대 일본정부처럼 MB정부가 예상성장률을 3%에서 4%로 올리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외면하고, 아집과 독선 그리고 건설족들과 부동산 투기꾼들의 로비에 휘둘려서 예상성장률을 3%에서 2%로 낮추는 대안들을 반복적으로 선택하게 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다.

90년대 일본에서처럼 MB정부가 잦은 정책실패로 고성장의 기회를 잃고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으로 스스로 저성장을 자초한다면, 국민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하여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 불안감이 소비위축와 경기위축으로 이어지면 그것은 다시 저성장과 기업부도, 고용감소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4대강 우선정비사업, 지방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우선정비사업은 지방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강원도 지역의 사례를 들어가며 그 악영향을 추정해 보기로 하자.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실린 통계를 분석해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난 34년간 연평균 8945억원(2003년 기준 실질가격으로 환산)의 홍수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한 가구당 피해액은 평균 5만 6561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강원도 지역의 피해액은 상대적으로 커서 지난 30여년간 강원도 지역 주민들은 연평균 1879억원의 피해를 입어 가구당 피해액은 36만 0870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상식을 가진 정부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홍수로 인한 전국의 연평균 피해액이 9000억원 정도이므로 상식을 가진 정부는 매년 치수사업비를 1조원으로 편성하든 아니면 그보다 다소 더 많이 편성하든 피해가 많은 지역에 더 많은 치수사업비를 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MB정부에게는 보편적인 상식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매우 소중하게 쓰여져야 할 예산을 정책수요와 별다른 상관이 없는 사업에 투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오로지 대운하사업을 통해 청계천쇼를 재현하려는 정치적 목표에만 열중하고 있다.

MB정부의 이런 행태는 향후 지역경제의 불균형을 더욱더 심화시킨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모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시피 MB정부의 대규모 감세에 따라 2009년에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교부받는 교부금은 4조원 이상 줄어든다. (그나마 정부가 1조원을 보충해 준다고 해서 지방교부금 감소액이 5조원에서 4조원으로 줄었다). 필자가 분석한 바로는 MB정부의 대규모 감세의 실체가 90% 이상 드러나는 2010년에는 10조원 이상의 지방재정교부금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10조원 이상의 재정을 마련하여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데 그 사업의 핵심이 하필이면 정책수요와 무관한 낭비적인 대운하 사업이고, 4대강 우선정비사업이다.

이런 사업들은 2009년 4조원의 지방교부금 감소와 2010년 10조원 이상의 지방교부금 감소로 극도로 취약해진 지방재정을 보충해주기는 커녕 지역불균형을 더욱더 심화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재정교부금이란 지역간 재정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재원으로 마련된 것인데 이것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치수사업비까지 정책수요와 무관하게 배분되면 재정이 취약하고 홍수피해도 많은 지역의 고통은 더욱더 배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금융위기의 핵심은 ‘신용경색’인데 신용경색이란 농부의 벼논에 물이 마르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이 때 상식을 갖춘 농부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벼논에 물이 마르면 논 중에서도 지대가 높은 것의 모부터 말라죽게 된다. 따라서 상식을 갖춘 농부는 물이 풍족한 곳의 물을 퍼다가 지대가 높은 것의 모에게 공급하는 일부터 하게 된다. 물론 병충해에 걸린 모까지 보호하려 하면 병충해는 더욱더 널리 퍼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뽑아내야 하지만 말이다.

여기에서 물이란 돈을 말하는 것이고 지대가 높은 것의 모는 저소득층을 말하는 것이며 병충해에 걸린 모는 부실기업을 지칭하는 것이다.  

지금 MB정부는 어떤 행태를 보이고 있을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경제주체들이 고통분담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부유층 퍼주기에 바쁘고, 자신들 사익 챙기기에 바쁘다. MB정부는 금융위기를 이런 식으로 극복하려 하면 십중팔구 실패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  
            
필자가 MB라면 매년 3500억원 정도의 국가하천정비예산을 3조 5000억원으로 10배로 늘려가며 정책수요도 없는 4대강 정비에 몰두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향후 치수사업에 14조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30년에 걸쳐서 매년 평균 5000억원씩 추가로 투입할 것이다. 현재 전체 치수사업 예산이 연평균 1조 1000~2000억원 내외이므로 여기에 매년 5000억원의 치수사업비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는 것도 대단한 규모이다.(장기계획이므로 현재가치로 환산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물론 추가로 편성되는 5000억원의 치수사업비도 철저하게 정책수요에 부응하게 배분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국채발행을 통하여 확보한 10조원에 대해서는 대부분 다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에 활용할 것이다. 10조원이면 평균연봉 2000만원에 해당하는 일자리 50만개를 만들 수 있는 거액이다. 대운하니 4대강 우선정비니 하는 것으로 낭비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미래세대의 혈세이다.

MB정부가 불가피하게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10조원의 국채를 발행해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끌어 쓰려 한다면 그것으로 저소득층 일자리 50만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뉴딜정책이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정부는 [뉴딜형 일자리 창출 + 중소기업 생산성 올리기]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1인당 평균 연간 직업교육보조금 500만원과 생계보조금 1500만원을 부여하되 1주일 중 3일은 각 지역 대학 등에 개설된 교육장에 가서 최고수준의 양질의 직업교육을 받게 하고 나머지 2일은 복지분야 서비스일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런 북유럽식 뉴뉴딜정책은 향후 경기회복과 세수확보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를 애타게 찾고 있는 저소득층과 청년층 서민들은 그들의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이 100%에 가깝기 때문에 이들은 그들에게 주어지는 10조원의 대부분을 바로바로 그 해에 소비하게 된다.

그리고 10조원이 그 해에 바로바로 소비되면 그것이 바로바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매출로 이어지고, 각 사업체들의 매출이 늘면 그것이 또 바로바로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된다. 그리고 사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이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세수는 늘어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책수요에 적절하게 부응하는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제위기시에 정부가 낭비적인 건설투자를 일삼게 되면 그것은 90년대 일본의 사례에서처럼 ‘ 낭비적인 건설투자 ⟶ 저성장 ⟶ 미래불안감 확산 ⟶ 소비위축 ⟶ 경기위축 ⟶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경기회복에는 독약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역사의 비극은 자주 반복되곤 한다. 2000년대 한국의 거품상승·붕괴 과정은 80~90년대 일본의 거품상승·붕괴 과정과 너무나도 흡사하게 닮아 있다. 문제는 MB정부가 90년대에 크게 실패한  일본식 위기대처 사례마저 답습하려 한다는 것. 앞으로 4년간의 한국경제가 매우 걱정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