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의 고무줄 잣대 법치주의 어디까지 가려는가?
노동부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12월 24일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서를 또 다시 반려했다. 지난 12월 4일 신고제인 통합노조 설립신고를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반려한데 이어 또 다시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를 정부가 앞장서서 침해하며 노조설립을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명백한 직권남용 행위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부의 공무원 노조에 대한 탄압은 도를 넘어 서고 있다. 정부는 지방정부를 시켜 단체협약 사항인 노조 사무실을 일방적으로 폐쇄하였고, 시국선언에 참여 했다는 이유로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남발하였다. 또 이에 항의하는 청주시청, 청원군청의 천막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하는가 하면 공무원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촛불문화제 참여를 이유로 이미 위헌판결로 정당성이 상실된 야간집회 금지규정을 적용하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 하는 등 전방위적인 공무원노조 탄압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각종 집회에 대한 공무원들의 참여를 막기 위해 ‘기관별로 상경저지 대책반을 만들고,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지자체에 대해선 인건비와 특별교부세를 삭감 하겠다’는 지침까지 만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 보내는 상식이하의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민노총을 공무원노조가 상급단체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이런 행태는 너무도 옹졸하고 치사하다. 마치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란 식으로 모든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이제 막 첫발을 내 딛으려고 하는 통합공무원노조를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잘못된 노사관은 우리사회에 또 다른 심각한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정부정책의 신뢰를 떨어드리는 일이 될 것이다. 도한 정부의 무조건적인 공무원 노조 탄압은 법앞의 평등을 실천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노동관계법을 위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 결사와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설립신고서 반려 또한 이 같은 탄압의 연장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6년 3월 국제노동기구인 ILO는 제295차 이사회에서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결성권을 보장하고, 공무원의 파업권에 대한 모든 제약을 풀라는 권고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등과 같은 유럽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공무원들의 단체 행동권까지 보장하고 있다.
또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경우에는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무원의 정당 참여나 선거활동을 허용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에는 공무원의 선거 출마까지 허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ILO는 노조 설립을 허가제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스스로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국제기준을 공무원노조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강령을 통해 ‘공직사회의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청산하여 국민에게 신뢰받고 민주적이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건설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50여 년 간 정권의 하수인으로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90만 공무원들이 독선적인 권력에 의해 휘둘려온 공직사회를 스스로 혁신하고 바로 세우는 주체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에 출범하는 통합공무원 노조는 정부 입장에선 부담스런 존재일 수 있지만 국민의 편에 서서 일하겠다는 공무원들의 자기 성찰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부는 인내와 자제심을 가지고 공무원노조와 대화하고, 공직사회의 청렴문화 확산의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자기편이 아니라고 무조건 무시하고, 탄압하는 것은 선진화된 민주국가에서는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운 일임을 정부도 잘 알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들의 이러한 각오와 다짐을 외면해 과거와 같이 길들이려고만 하지 말고, 설립신고를 받아들여 공무원들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합법노조로 인정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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