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벗어나자 깊어가는 가을을 먼저 느낀다. 정선 장터가 목적지였지만 단풍들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이 쉴 사이 없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우리가 해야 할일을 순간순간 잊게 만들었다. 기왕 떠난 길인데 즐기면서 가자고 직선보다는 곡선을 택했다.(여유 만만 했던 것은 정선이 고향인 송재봉 사무처장께서 운전대를 잡았기 때문) 박달재의 옛길로 방향을 잡고 휴게소에 들려서 따듯한 솔잎차도 마셨다. 가을 속의 절경산수를 구경하면서 차량이 별로 없는 구불구불한 길로 돌아서 정선 땅 초입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프랑 카드의 문구가 예사롭지 않다. ‘시(詩)와 별이 있는 정선(愛)’ 얼마나 멋진가, 마음이 따스해 진다.
아라리의 고장 강원도 정선의 오일장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대고 있었다. 관광객은 말할 것도 없고 장 구경나온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산 더덕과 도라지, 말린 고사리와 취나물 곤드레나물 등 좌판에는 이름대기도 벅찬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인근 주민들이 갖고 나온 밤과 대추, 사과와 배등 눈길 돌리기도 바쁜데 말린 옥수수를 갈아서 껍질을 벗겨 쌀처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필자는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정선은 높고 깊은 산중에 있는 고장이라 예전에는 살기 힘든 오지였으나 지금은 산이 베풀어준 각종 산나물과 약초들이 효자상품이 되어 정선장의 대표적인 취급 품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혹시 방송국 기자 아니세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배가 고픈 일행은 먼저 먹 거리 골목으로 들어섰다. 시골장터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재미가 먹는 재미 아니겠는가, 자리 잡고 앉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고 충북의 오일장에선 구경도 못한 것들이 많다. 면발이 쫄깃한 콧등치기, 송 처장께서 어릴 적에 제일 좋아 했었다는 김치소를 넣고 말아놓은 메밀전병과 메밀 전, 수수부꾸미 그리고 된장에 비벼먹는 곤드레 밥 등, 정선의 향토음식들과 아우라지 막걸리 한 병을 놓고 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올챙이묵과 감자 옹 심이는 못 먹었음) 아줌마들은 부침개 뒤집으랴 메밀묵 썰랴 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
배도 채우고 목도 축이고 했으니 슬슬 장터를 돌아볼 차례다. 관광열차와 관광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배낭을 메고 삼삼오오 몰려다닌다. 그들은 연계관광 패키지로 온다고 한다. 오일장도 보고 향토 음식 맛 체험도 하고 인근의 화암동굴과 화암약수, 풍경열차나 레일 바이크를 타기도 한다고 한다. 패키지 상품마다 마지막으로는 정선아리랑 창극을 무료로 관람시킨다고 한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우리한테 좌판에 앉아 음식을 먹던 젊은 여인네들이 아는 척을 한다. 각종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송 처장님을 보고 혹시 청주에 있는 방송국 기자가 아니냐고 묻는다. 그들도 청주에서 장 구경을 왔다고 하며 몹시 반가워한다.
가슴을 애잔하게 적시는 정선아리랑
장터만 돌아봐도 시간은 잘도 간다. 좌판마다 기웃거리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다 장터 안쪽 상설 공연장으로 들어서면 정선아리랑 민요 한마당이 펼쳐진다. 설장구와 물 항아리에 띄운 박과 빈 주안상을 두드리며 부르는 정선아리랑은 듣는 이의 가슴을 애잔하게 적시다 어느 순간 어깨춤을 덩실거리게도 한다. 구경거리는 또 있다. 짚공예 체험 장의 할아버지들이 만들어 놓은 짚신 수레를 타보기도 하고 새끼를 꼬아 만든 나귀를 타보는 재미도 특별하다.
관광명소 정선 5일장!
정선 오일장은 산골동네의 작은 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99년 정선과 철도공사가 정선선 비둘기호 열차와 오일장을 연계한 관광열차를 운영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고 주변 관광지를 잇는 코스를 개발하면서 체험 여행의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작년 한해만 정선 장을 찾은 사람이 거의 이십 만 명이 된다고 한다.
처음 장터에 들어서면 자원봉사자가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주변의 교통정리는 어머니 경찰대가 맡아서 하고 짚공예는 정선군 노인회에서 운영하며 공예품은 실비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또한 장날마다 공연 일정표가 알차게 짜여져 있어 주변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유혹을 한다. 누구라도 장터를 한바퀴 돌고 나면 정선 오일장을 위해 정선군민들이 똘똘 뭉쳐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선 오일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천연적인 자연조건도 한 몫을 했겠지만 정선아리랑 창극을 뮤지컬 형의 재미있는 공연으로 보여주고 각종 공연과 미술전시와 같은 문화사랑을 접목시킨 것이 더 큰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정선군에 관련되어 있는 것들을 모두 찾아내어 갈고 다듬어 아리랑의 고향 정선을 알리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그들의 열정이 부럽기만 하다. 정선 오일장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해지다 보니 너무 상업화 되어 가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사람대접을 받으며 인심에 배부르고 풍경에 취하는 특별한 재미가 있으니 물건들도 사람들도 생동감이 넘치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다.
정선오일장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우리 고장의 오일장을 돌아보았으나 어느 곳도 특별한 게 없었다. 농산물도 비슷하고 장돌뱅이들이 장날마다 돌아다니다보니 물건도 비슷하다. 장터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오일장과 주변의 관광코스를 개발해서 홍보하는 것도 부족하니 자꾸 침체되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선 오일장이 테마가 있는 오일장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정선군에서 앞장서고 상인과 주민들의 협조로 먹 거리는 그들만의 향토음식을 정착시키고 그 곳에서 나오는 특산물을 믿고 살 수 있게 판매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밝히고 있으며 폐광과 천연의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한 뛰어난 아이디어, 그리고 홍보물이었다.
정선 장에서 정겨운 볼거리와 소박한 먹 거리를 뒤에 두고 청주로 돌아오는 길에 송재봉 사무처장님의 고향집엘 들렸다. 밭에서 일하시다 말고 들어오신 어머님께서 직접 만든 만두 국을 맛있게 끓여주셨다. 텃밭에서 풋고추도 따고 무도 뽑아주시고 여린 상치와 빨갛게 익은 토마토 가지도 따 주신다. 차 트렁크를 꽉 채워 왔다.(가지 못한 회원님들, 무지 부러우시죠?)
정선 오일장을 핑계로 환상적인 가을여행을 했습니다.
글 : 정명숙(수필가) lora5221@hanmail.net
아라리의 고장 강원도 정선의 오일장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대고 있었다. 관광객은 말할 것도 없고 장 구경나온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산 더덕과 도라지, 말린 고사리와 취나물 곤드레나물 등 좌판에는 이름대기도 벅찬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인근 주민들이 갖고 나온 밤과 대추, 사과와 배등 눈길 돌리기도 바쁜데 말린 옥수수를 갈아서 껍질을 벗겨 쌀처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필자는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정선은 높고 깊은 산중에 있는 고장이라 예전에는 살기 힘든 오지였으나 지금은 산이 베풀어준 각종 산나물과 약초들이 효자상품이 되어 정선장의 대표적인 취급 품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혹시 방송국 기자 아니세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배가 고픈 일행은 먼저 먹 거리 골목으로 들어섰다. 시골장터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재미가 먹는 재미 아니겠는가, 자리 잡고 앉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고 충북의 오일장에선 구경도 못한 것들이 많다. 면발이 쫄깃한 콧등치기, 송 처장께서 어릴 적에 제일 좋아 했었다는 김치소를 넣고 말아놓은 메밀전병과 메밀 전, 수수부꾸미 그리고 된장에 비벼먹는 곤드레 밥 등, 정선의 향토음식들과 아우라지 막걸리 한 병을 놓고 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올챙이묵과 감자 옹 심이는 못 먹었음) 아줌마들은 부침개 뒤집으랴 메밀묵 썰랴 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
배도 채우고 목도 축이고 했으니 슬슬 장터를 돌아볼 차례다. 관광열차와 관광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배낭을 메고 삼삼오오 몰려다닌다. 그들은 연계관광 패키지로 온다고 한다. 오일장도 보고 향토 음식 맛 체험도 하고 인근의 화암동굴과 화암약수, 풍경열차나 레일 바이크를 타기도 한다고 한다. 패키지 상품마다 마지막으로는 정선아리랑 창극을 무료로 관람시킨다고 한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우리한테 좌판에 앉아 음식을 먹던 젊은 여인네들이 아는 척을 한다. 각종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송 처장님을 보고 혹시 청주에 있는 방송국 기자가 아니냐고 묻는다. 그들도 청주에서 장 구경을 왔다고 하며 몹시 반가워한다.
가슴을 애잔하게 적시는 정선아리랑
장터만 돌아봐도 시간은 잘도 간다. 좌판마다 기웃거리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다 장터 안쪽 상설 공연장으로 들어서면 정선아리랑 민요 한마당이 펼쳐진다. 설장구와 물 항아리에 띄운 박과 빈 주안상을 두드리며 부르는 정선아리랑은 듣는 이의 가슴을 애잔하게 적시다 어느 순간 어깨춤을 덩실거리게도 한다. 구경거리는 또 있다. 짚공예 체험 장의 할아버지들이 만들어 놓은 짚신 수레를 타보기도 하고 새끼를 꼬아 만든 나귀를 타보는 재미도 특별하다.
관광명소 정선 5일장!
정선 오일장은 산골동네의 작은 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99년 정선과 철도공사가 정선선 비둘기호 열차와 오일장을 연계한 관광열차를 운영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고 주변 관광지를 잇는 코스를 개발하면서 체험 여행의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작년 한해만 정선 장을 찾은 사람이 거의 이십 만 명이 된다고 한다.
처음 장터에 들어서면 자원봉사자가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주변의 교통정리는 어머니 경찰대가 맡아서 하고 짚공예는 정선군 노인회에서 운영하며 공예품은 실비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또한 장날마다 공연 일정표가 알차게 짜여져 있어 주변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유혹을 한다. 누구라도 장터를 한바퀴 돌고 나면 정선 오일장을 위해 정선군민들이 똘똘 뭉쳐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선 오일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천연적인 자연조건도 한 몫을 했겠지만 정선아리랑 창극을 뮤지컬 형의 재미있는 공연으로 보여주고 각종 공연과 미술전시와 같은 문화사랑을 접목시킨 것이 더 큰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정선군에 관련되어 있는 것들을 모두 찾아내어 갈고 다듬어 아리랑의 고향 정선을 알리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그들의 열정이 부럽기만 하다. 정선 오일장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해지다 보니 너무 상업화 되어 가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사람대접을 받으며 인심에 배부르고 풍경에 취하는 특별한 재미가 있으니 물건들도 사람들도 생동감이 넘치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다.
정선오일장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우리 고장의 오일장을 돌아보았으나 어느 곳도 특별한 게 없었다. 농산물도 비슷하고 장돌뱅이들이 장날마다 돌아다니다보니 물건도 비슷하다. 장터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오일장과 주변의 관광코스를 개발해서 홍보하는 것도 부족하니 자꾸 침체되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선 오일장이 테마가 있는 오일장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정선군에서 앞장서고 상인과 주민들의 협조로 먹 거리는 그들만의 향토음식을 정착시키고 그 곳에서 나오는 특산물을 믿고 살 수 있게 판매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밝히고 있으며 폐광과 천연의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한 뛰어난 아이디어, 그리고 홍보물이었다.
정선 장에서 정겨운 볼거리와 소박한 먹 거리를 뒤에 두고 청주로 돌아오는 길에 송재봉 사무처장님의 고향집엘 들렸다. 밭에서 일하시다 말고 들어오신 어머님께서 직접 만든 만두 국을 맛있게 끓여주셨다. 텃밭에서 풋고추도 따고 무도 뽑아주시고 여린 상치와 빨갛게 익은 토마토 가지도 따 주신다. 차 트렁크를 꽉 채워 왔다.(가지 못한 회원님들, 무지 부러우시죠?)
정선 오일장을 핑계로 환상적인 가을여행을 했습니다.
글 : 정명숙(수필가) lora5221@hanmail.net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인생의 채권자(?) (0) | 2008.11.04 |
---|---|
내인생의 첫수업] '뿔달린 백성'과 '피를 먹고 자라는 민주주의' (0) | 2008.11.03 |
나쁜 국민, 미친 정부 오늘의 슬픈 자화상. (1) | 2008.10.27 |
부하직원을 신나게 만드는 리더십 (0) | 2008.10.17 |
대형마트 지역기여도는 zero(?) (2) | 2008.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