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내인생의 채권자(?)

송재봉 2008. 11. 4. 00:13
어제 아침 남주동 해장국집을 오래간 만에 찾았습니다.
우리지역의 원로어른이신 박학래 선생님께서 긴급호출을 하신덕분이었지요.
 60년 전통의 남주동해장국집의 선지해장국은 여전히 맛있었구요..
그런데 그곳에서 박학래 선생님의 너무도 진한 살아온 감동의 스토리는 하루종일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습니다.
 첫째 이야기는 연애예찬론이었습니다. 당신은 연애제도가 없었다면 결혼을 못했을 것이라면서.. 너무도 가난한 혈혈단신 고아에게 중매제도로는 자신에게 딸을 줄 부모가 아무도 없었다나요.  
 그런데 이런 저런 결혼초기의 어려움, 아이낳아 키우면서의 어려움,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고기잡이 배라도 타볼 요량으로 부산까지 갔으나 뱃사람은 못되고 부산에서 청주로 돌아올 차비가 없어 문전걸식하며 10일만에 청주까지 걸어온 이야기며 모두 가슴아픈 과거이면서 일정하게 성공한 분들의 무용담이기도한 그런 이야기를 재미 있게 듣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청주에서 꽤 유명한 중앙동에 있는 학천탕을 건립하게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천탕은 우리 지역 목욕문화를 선도하는 목욕탕이자 학천탕을 설계한 건축사가 세계적인 김수근 건축가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 화제가 되기도 했던 건물입니다.
 김수근 건축가를 찾아가서 학천탕을 설계해 달라고 하자 처음에는 별로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했던 말이 "전 어렵게 성장해서 자수성가한 사람입니다. 이제 저 인생의 최대 채권자에게 빚을 값으려고 합니다. 도와 주십시요.
  김수근 건축사가 되불었습니다. 그런데 그 채권자가 누구입니까?
 여성입니다. 그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이런 여성에게 줄 선물이기 때문이 세계적인 건축가인 당신께서 꼭 설계를 해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그 여성이 누구입니까? 그여성은 바로 저의 아내입니다. 저의 아내 회갑 선물로 제가 값아야 할 채무의 일부을 변제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평생 당신을 만나 힘겹게 그러면서도 성실히 노력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현재의 학천탕을 설계하여 아내의 헌신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한평생을 살면서 늘 누구에겐가 도움을 받고 물질적이든 마음이든 빚을 지고 살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종종 잊고 지내거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성찰을 하게하는 일화였습니다. 

 그러면서 내인생의 최대 채권자는 누구일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모님일까? 아내일까? 아니면 형제들일까?, 자녀들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늘 오늘 하루를 길게 보냈습니다. 아내가 채권자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빚을 너무 많이 지면 안되겠다는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