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과 자치/자치행정

지붕은 장마 오기 전에 손질해야 한다.-강형기 교수의 "논어의 자치학"

송재봉 2011. 1. 3. 00:18

강형기 교수의 저서인 "논의의 자치학"은 지방자치시대 풀뿌리 경영의 좋은 지침서이자, 생활정치를 위해 지방자치 지도자들이 한번쯤 깊이 새겨볼만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그중 위기관리와 관련해서 생각해볼 문제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1. 의식은 지식을 지배한다.

○ 공자는 미리 만반의 대비를 함으로써 나라를 다스린다면 누가 감히 그 나라를 깔볼 수 있겠는가 라고 말했다. 돌연사가 갑자기 오지 않는 것처럼 위기는 갑자기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노자가 말하기를 “천하의 큰일들은 모두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며, 어려운 일들은 쉬운 일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하인리히는 한 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배우에는 29건이나 되는 동종의 경미한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그러한 29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배후에는 인명에 상해는 없지만 이변 또는 이상 사태가 300건이나 발생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한바 있다. 일명 ‘1대 29대 300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는 ‘하인리히 피라밋’은 한 건의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배후에 있는 29건의 경미한 사건을 최소한 28건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 위기관리에 있어 의식은 지식을 지배한다. 안전운전에 대한 의식이 없다면 도로교통법을 잘 안다고 해도 사고를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기의식을 공유한 조직에는 위기가 오지 않는다. 위기가 도래 할 모든 가능성의 싹을 조기에 발견하여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위기란 그것을 잊어버리는 수간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위기에 대한 교육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또한 환경의 변화를 읽고 있는 조직일수록 그 구성원들은 위기의식을 공유한다. 그래서 통일된 대응책을 마련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일류 조직이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일체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말한다.

2. 조직이 위기에 빠질 때

○ 조직이 위기에 빠지는 요인은 내적요인과 외적요인이 있다. 이중에서도 내적요인이야 말로 외적요인을 증폭시키거나 재발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내적요인도 크게 나누면 다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위기의식의 결핍이 초래하는 위기이다. 둘째, 간부직원들의 할거주의와 보신주의에 의해 위기의 불씨를 키우는 것이다. 셋째, 문제가 있어도 지적하기 어려운 직장풍토가 위기를 키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언젠가는 터져 나오는 것이 바로 내부고발이다.

○ 공공조직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하게 하는 가장 흔한 요인은 직원들의 부정과 부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직에서 벌칙을 명문화하는 법적 규제와 상담시스템 그리고 내부고발과 같은 제도적 규제를 통하여 위법행위나 부정행위를 억제하고자 한다. 그리고 부정을 억제하는 중요한 장치의 또 하나는 심리적인 규제를 하는 것이다. 심리적 규제란 구성원들의 윤리에 호소하고 또 한편으로는 ‘언제나 누군가가 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드러나고 있다’는 r것을 의식하게 하는 것이다.

3. 천재(天災)는 막아도 인재는 못 막아

○ “서경(書經)의 태갑편에서 말하기를, ‘자연적인 재해는 인간이 애를 쓰면 막을 수 있어도, 인간이 스스로 잘못을 저질러 초래한 재앙으로부터는 벗어날 길이 없다’고 하였다.” 천재는 막을 수 있어도 인재는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기의 조짐’을 조기에 발견하여 그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 현대사회는 문명의 발달이 역설적으로 대형 재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위험한 사회이다. 따라서 우리가 안전한 도시에서 안심하고 살기 위해서는 자연재해를 비롯한 다양한 돌발적 사태의 징조를 미연에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도시행정 전체를 시민생활의 안전·안심과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점검하고 필요한 개선에 힘을 경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종래의 자연재해를 줄이려는 방재행정은 물론이고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위기적 사항을 검토하여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위기란 ‘예기치 않았던 것이 돌연 발생하여 대응하기까지의 충분한 시간도 정보도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발생하지 말아야 할 문제가 일어날 경우를 상정하여 시간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의사결정시스템과 리더십 및 대응시스템을 정립해 두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의 리더십 결여는 우리나라 행정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4. 위기관리 시스템과 현장의 리더십

○ 위기관리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것에 신속히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대응체제의 구축이 중요하다. 위기관리 체제는 준비(preparedness)·대응(response)․복구(recovery)․예방(mitigation)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실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지역의 위기관리는 경찰·소방·보건 등의 행정기능을 상호 연계할 필요가 있다. 각 분야간의 횡단적인 협력과 대응은 문제를 유기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하여 다양한 위기에 대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 위기가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지휘명령계통이 적절히 기능하는 것이다. 특히 경찰과 소방행정이 기초지방자치단체와는 별도로 설치되어 있어서 정보의 수집과 공유 그리고 상황통제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방재행정을 수행 할 수 없게 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 영국에서는 위기관리의 분권화로 신속한 현장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런던시는 민·관을 아우르는 위기극복포럼에서 전략적인 위기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이것을 정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전략적 조정그룹을 비롯한 통제기구를 두고 있다. 중앙정부 위기관리기구는 국가적 재난을 제외하고는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시간과의 전쟁이다. 이를 위해 정보를 결집하는 일원적인 시스템을 설치하고 의사결정의 절하는 간결하게 해야 한다. 또한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지역 전체에서 문제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지역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

○ 모든 위기관리는 정보공유로부터 시작된다. 정보 공유는 공동대응의 출발이다. 정보의 공유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게 하거나 피해를 경감하는 예방력을 발휘하게 해 준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간의 연대와 공조도 중요하다. 기조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기관간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인근의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연대 또한 중요하다.

5. 공직자의 호민관 정신과 시민의식

○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는 국가와 지방이 힘을 합쳐야 비로소 해결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의 리더십이 현장에서 발효되는 시스템이 미약할 뿐만아니라 현장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도 모호하다. 따라서 위기관리체제를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분권화하여 현장의 대응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 그러나 제도를 잘 만든다고 재난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 만큼 중요한 것이 위기관리에 임하는 사람의 호민과 정신이다. 호민관 정신에 입각하여 일을 처리한다면 제도의 한계는 극복될 수 있다. 다라서 정보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공무원은 호민관으로서 기본 자질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

○ 위기가 시민생활에 잠복해 있고 확대되는 상황에서 위기에 대처하는 시민의 적극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위기관리는 전문가나 정부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평소에 해야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적 ·주체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도시는 자율적인 시민 산 사람 한 사람에 의해 구성된 성숙한 시민공동체가 아니다. 따라서 위기관리에 있어서 또 하나의 취약점은 공동체의 해체에서 오는 연대감의 상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시민사회의 형성과 커뮤니티의 재생 그 차체가 도시의 위기관리를 위한 최대의 테마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시민참여를 통하여 ‘방재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안전과 안심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처럼 도시의 방재는 시민과 사업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보완하는 관계 속에서 대응해야 한다. 일본 고베시처럼 시민안전조례르 제정하거나 위기에 관한 기본적 사항이나 방침을 명확히 하는 자치입법이 정비가 필요하다.

6. 맑은 날 하늘을 쳐다보자

○ 맹자는 “안으로는 법도를 지키고 임금을 보필해주는 어질고 유능한 신하가 없고, 밖으로는 서로 경쟁하는 나라와 외환(外患)이 없으면 그 나라는 언제든지 멸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우환 속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안락 가운데서는 멸망하게 됨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 말은 인간의 성공 속에는 쇠퇴의 종자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인간은 풍요함 속에서 교만하게 되고 아무런 걱정이 없는 가운데 유약해짐으로써 쇠망의 길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노자가 “화(禍)란 복이 기대어 있는 곳이고, 복이란 화가 엎드려 있는 곳”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의 말이다.

○ 장기적인 전망 없이 당장의 일에만 급급하게 되면 머지않아 숲속에서 헤매는 신세가 될 것이다. 이익을 보는 경우에는 손해 보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성공을 꿈꾸는 경유에는 실패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은 이면적 사고로 심모원려(深謀遠慮)를 하는 것이다.

○ 맑은 날에도 언젠가는 비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만이 맑은 날의 상쾌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 실패하는 사람의 특성은 주관적, 일면적, 표면적으로만 세상을 보고 어디를 가더라도 주위상황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과 전체를 보지 dskg고 결정을 내린 결과 실패하는 것이다.

○ 당태종의 브레인 이었던 위징은 “군주가 양쪽 말을 다 함께 들으면 명군이 괴고, 한쪽 말만 듣고 그것을 믿으면 암군(暗君)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공자는 가르치고 있다. “멀리 생각하지 아니하면 반드시 머지않아 우환이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