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세종시 건설 무산 움직임 노골화

송재봉 2009. 8. 26. 19:33
행정도시 건설, 원안대로 추진해야 / 류기철
한겨레
법안 통과·이전기관 고시 미루며
세종시 건설 무산 움직임 노골화
수도권 과밀화로 국민 삶의질 악화
국익보다 사익 앞세워선 안돼

행정도시(세종시) 건설을 무산시키려는 정부 여당의 음모가 노골화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행정도시의 자족 기능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구실 아래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세종시설치법의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으며 정부는 세종시로 이전해 갈 행정기관의 고시를 수개월째 미루고 있다. 또한 여당의 이한구 의원이 며칠 전 라디오 대담 프로에 출연하여 세종시를 건설하는 경우 유령도시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세종시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행정도시의 무산을 위한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행정도시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정부와 국회는 물론 사법부에서의 논의까지 거쳐 결정된 사항이다. 애초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계획 아래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행정수도의 건설은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으며 급기야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관습 헌법”을 들고 나온 헌법재판소의 터무니없는 위헌 결정으로 인해 행정도시로 그 규모가 축소되었다. 엄연히 성문 헌법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관습 헌법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굳이 통계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부와 권력과 정보, 그리고 일자리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과 기업과 자원의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수도권의 과밀화와 지방의 공동화를 초래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 양지역 모두에서의 삶의 질과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서울의 살인적인 주택 가격이나 악명 높은 교통 체증은 수도권 과밀의 대표적인 병폐이다. 최근 서울시가 제안한 지하도로의 건설이나 아파트 동간 거리제한 단축 등은 이러한 병폐의 반증이나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대책들은 극히 근시안적인 정책으로서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김으로써 수도권 과밀화의 병폐를 더 크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통해 인구와 자원의 공간적 분산을 유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편 국토의 균형 발전과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앙정부의 지방 이전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나름대로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 왔으나 수도권 집중이 계속적으로 심화되어 왔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어떤 이들은 정부부처의 이전보다 대학이나 기업의 지방 이전이 더 나은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중앙집권적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중앙정부를 서울에 둔 채 대학이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내려간다면 그 대학은 하루아침에 그 위상이 크게 낮아질 것이며 아무리 큰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분산 효과는 해당기업의 직원 및 그 가족에 한정될 것이다.

이처럼 행정도시의 건설이 수도권과 지방을 모두 살리는 상생의 정책인데도 행정도시의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지자체 단체장, 수도권 의회의원, 수도권 대학교수, 서울의 보수신문사의 사주와 필진 등이 포함된다. 그러면 이들은 왜 행정수도나 행정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것인가?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다른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행정도시의 건설과 정부 이전이 가져올 자신들의 영향력 감소와 자신들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공직자와 사회적 책임을 가진 자가 중대한 국가정책을 논함에 있어 국가와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무슨 이유에서인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라는 극언을 하기도 했지만, 지난번 대통령 선거유세 기간에는 물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행정도시를 원안대로 건설하겠다”고 수차례 국민에게 약속한 만큼 이 정부가 행정도시 건설을 무산시키려 한다면 한 야당의원의 표현대로 “단군 이래 최대 대국민 사기극”이 될 것이다. 정부 여당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행정도시 건설을 원안대로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류기철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