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님의 ‘변방을 찾아서’를 읽고
신영복 선생은 ‘변방은 창조의 공간입니다.’라는 말로
변방의 의미와 가치를 규정하고 있다.
‘변방을 찾아서’는 저자가 쓴 글씨가 있는 곳을 찾아가서, 그 글씨가 쓰여진 유래와 글씨의 의미, 그리고 글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형식을 글씨를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그 내용은 우리사회의 변방에 위치해 있지만 변방에 안주하거나 체념하지 않는 정신이 살아 있는 곳을 찾아가서, 그 현장의 소리를 듣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말과 글을 정리한 책이다.
우선 저자는 남도의 끝자락 해남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를 시작으로,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통한의 비련과 비극적 파토스가 있는 충북 제천의 박달재,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오대산 상원사, 전주 이세종열사 추모비와 김개남 장군 추모비, 서울특별 시장실,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을 찾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진정한 변방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자조적인 의미, 공간적 개념의 변방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의 에너지가 꿈틀 대는 곳이 오히려 변방이란 관점을 갖는 것은, 대한민국의 변방으로 살아온 우리 청주와 충북 사람들의 잠재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석인 전망을 해보기도 하였다.
우리 역사에서 충북은 늘 변방이었다. 지리적으로는 국토의 중심이라 할 수 있지만 정치,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는 변방의 위치에 존재해 왔다. 여기서 변방이라는 의미는 꼭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신영복 교수(2012)는 그의 책 ‘변방을 찾아서’에서 “모든 살아 있는 생물은 부단히 변화한다. 변화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이다. 중심부가 쇠락하는 이유는 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방이 새로운 중심이 되는 것은 그곳이 변화의 공간이고, 창조의 공간이고, 생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변방성과 변방의식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변방이 창조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를 청산하지 못하면 변방은 그야말로 ‘변방’(邊方)에 지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 더 완고한 교조에 빠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다행히도 충북 여전히 변방이지만 부단히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려는 기운이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6인이 충북출신이며, 일제하 항일 독립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 벽초 홍병희 선생, 의암 손병희 선생이 모두 이 지역 출신인 것도 변방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쩌면 이러한 정신의 현재적 계승이 87년 민주화 운동을 거쳐 시민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2천년 이후 시민사회 성장속도가 둔화되는 현상을 보이는데 반해, 2006~2010년 사이에 55개, 2011년 이후 3년 사이에 21개가 창립되는 등 최근 들어서도 시민단체 창립이 비교적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충북지역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역동적인 상황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력과 성장, 회원수와 자립적인 재정력, 다양성 등의 측면에서 충북은 변방성이 살아 있는 지역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저절로 일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내적인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활동가들의 헌신성, 중앙에 비해 주변이라는 열등의식을 극복하고 지역 중심성을 세우기 위한 분권 균형발전 운동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필요에 기초한 창조적인 의제와 방법을 창출하기 위한 혁신의 과정,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확산되고 있다. 변방이 변방에 머물지 않고 중원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게 될 날을 기약해보며 ‘변방을 찾아서’를 덮는다.
변방이란 약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사회 마이너리티들의 이야기가 주류가 되고 중심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도 함께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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