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기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 새세대 동량’이다. 이들이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차별 없는 교육,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행복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입시 위주의 도구적인 학습에 매몰되어 타율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입시와 경쟁을 강화하는 교육 대신에 따뜻한 가슴, 창의적인 지성, 건강한 신체를 가진 전인적인 인격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교육의 방향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학력 제고라는 미명 하에 추진되고 있는 충북 교육청의 고교입시제도 부활 정책도 그 중 하나이다. 이 시대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공부가 무엇인가? 그것은 학생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상에 앉아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그런 공부가 아니다. 배움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공부이다. 그러나 표준화된 고교연합고사를 부활시키는 것은 그런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최근 충북교육청은 고교입시제 부활을 예고하며 비생산적인 공부와 살인적 경쟁을 더욱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에 우리는 고교연합고사 도입에 대해 강력한 반대를 천명한다. 또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과정에서 발생되는 많은 우려들에 대한 대책수립도 없이 추진되고 있는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신뢰성이 부족한 용역설문조사가 정책판단의 기준이라면 충북교육청은 좀 더 타당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충북도교육청이 브리핑한 자료를 살펴보면, 고입전형 방법 개선안과 구성비율, 출제 과목, 내신성적 산출 비율 등이 제시되고 있는데, 고교연합고사의 도입근거로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설문결과가 유일하다. 중요한 정책방향을 결정짓는 설문인데도, 내신제와 관련한 개선안은 포함되지 않고, 병행실시안만 제시하는 등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고, 편파적인 문제가 포함되어 용역설문조사의 정당성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고교연합고사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충북지역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었다는 것이 충북교육청의 핵심적인 주장이라면 이 주장에 대한 타당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둘째, 고교연합고사의 부활은 학력신장이라는 미명 하에 사교육과 경쟁만 심화시킬 것이다.
충북과 경남처럼 내신제를 실시하는 지역의 상급 학교 합격률이 도지역 중에서는 가장 높은 편에 속하고 계속 연합고사를 실시해 온 전북 등의 성적은 오히려 저조하다. 연합고사를 도입한다고 해서 학력이 향상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교연합고사의 부활은 학력 향상의 효과는 의심되는 반면에 사교육 유발 효과는 확실하고 학생들 간의 비인간적인 경쟁을 유발할 것도 확실하다. 그리고 이것은 당사자인 학생은 물론이고 경제 불황 속에 사교육비 증가를 가계 부담으로 고스란히 떠넘겨 부모인 서민들까지 고통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시험지로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구시대적 발상과 부모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셋째, 고교연합고사 도입으로 발생되는 부작용에 대한 검토와 이에 대한 충분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고교연합고사는 학교 서열화를 강화시켜서 학령기 아동들의 인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지역 간 학력차를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히나 청주 인근 농촌지역의 경우 학력 격차 우려로 인해, 청주 인문계고 진학을 위한 조기 이탈이 급속화 될 수 있다. 이로 인한 농촌교육 붕괴현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중학교 교육격차의 급격한 확대 및 고입 재수생 양산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제도 도입에만 골몰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자세이다.
왜 교육 강국 핀란드가 우리보다 훨씬 적은 학습량으로 세계 최고의 학력을 자랑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시험에 대한 중압감도 없고, 다른 학생들보다 앞서가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살인적인 경쟁도 없는 데도 경이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잘 보여준다. 아이들의 자발성과 창의력 및 인성을 키우는 교육, 엘리트 중심이 아닌 학습 부진아에 대한 배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교육, 경쟁은 운동할 때나 필요하고 공부는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협동적인 교육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이 시대 교육의 나아갈 길이다.
세계 최고의 공부량을 자랑하면서도 학습 효율성과 흥미도는 극도로 낮은 우리 아이들의 공부 방법을 개선하는 길은 고교연합고사의 부활과 같은 낡은 방법이 아님은 너무도 자명하다.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충북도교육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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